이야기

백번째 프로포즈--지리산 산목련

by moveon posted Jun 30, 200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름다운 음악을 원하시면 재생버튼을.  .


♣백번째 프로포즈
늦은 봄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꽃난리로 몸살을 앓은 지리산이 초록으로
불타기 시작하면. . .

언 듯,
잘생긴 연인의 품에 안기듯 잎 위에 가늘고 긴 머리를 다소곳이 기대고
흰 꽃봉이는  그 초록, 타는 숲속에서 삐죽이 나타난다.
사려와 수줍음으로. . .
그리고,
그  연약함으로 그녀, 교묘하게 거대한 지리의 여름을 깬다.

겹겹하게 꼬옥 닫힌 꽃 봉오리는 보는 사람들로 부터 우아한 백조의
긴 목을 연상케 하며.  . . .
깨지 않을 듯한 깊은 꿈에 젖어 있어 뵌다.

이 때, 그녀는 눈물겹도록 사랑스럽다.

지리 숲중 미녀 산목련이다.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6장--9장 사이의 꽃잎을 가지고 있는 것을 함박꽃이라 하며 속명 산목련이라
고도 한단다.
12장 이상의 꽃잎을 가진 하늘을 향하는 꽃은 겹함박꽃으로 달리 부른다.
지리산의 그것은 신비하게도 9장의 꽃잎을 가지고 그 다소곳한 시선을 여전히
아래로 두면서 아주 조금씩 마음을 연다. .
세 잎씩,
세 번. . .



♣향기
마악 쪼갠 수박내음,
장미의 향기에서 속된 허영심을 버린 달콤함
바람을 타고 들어온 이슬의 맛
그러다 여린 잎 하나 수면에 투욱~~~지면 까닭없이 보는이의 가슴에 파문이
일었다.
바람과 이슬 그리고 달콤함의 절묘한 하모니
그 소리없는 잔잔함이 우리의 五感에 고요와 열정을 동시에 준다.


♣용화세계를 상징하는 나무
산목련을 불교에서는 용화수(龍花樹)라고 부른다.
하얗게 피는 꽃송이 한가운데 있는 수술 모양과 가을에 익는 열매
모양이 용을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기도 하고 불교의 이상세계인
용화세계(龍華世界)를 상징하는 꽃이라고 해서 붙인 이름이기도 하다.

그 꽃잎여는 모양이 蓮과 닮는다.



*추신*
그녀가 있을 곳은 작은 계류의 주변이어야 한다.
계류의 속도가 느긋해지는 작은 沼 주변이면 그녀의 향기를 제대로 안을 수
있다.
만복폭포는 심원으로 가는 길 곁에서 깊숙이 흐르고 있다.
지리산에 그녀가 있다.
여름 智異 심산중의 미인이다.

그 향기를 한번 맡고 나면 다른 꽃 향기는 찾지 않을 지도 몰라요.~~~~




위의 세 그림: 한상철님에게서
                   네오문님 에게서--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