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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조회 수 2142 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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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세석--ofof.net 지리산 회화




나의 위장에 대한 전설은 그 유래가 깊다.
기억하는 최초의 사고는 국민학교때 의식을  잃어 병원에 실려가고,
[단지 구멍가게에서 사먹은 빵 때문에 체한 것이 원인이 되어]
체하면 가볍게 해결 되지 않아서 의료 분업이 되기 전에는 반드시
무조건 병원에서 주사를 맞고서야 해결이 되었다.
의식을 잃는 일이 잦은 탓에. . .
어른이 되어서도 간간이 사람들을 혼비백산하게 하는 급성 위장병이
만성이 되어가면서는 오히려 건강 전반에 많은 영향을 주는 상태로
되어 갔다.
그래서 홀로 여행하면 숙소에서 불면과 함께 혹시나 발생할 일들로
늘 불안하다.
홀로 죽을 듯한 고통을 겪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어서. .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닌 사람과 식사를 해도 바로 탈이나고,
비싼 일식 집에서 곱게 대접 받고 나오다가 얼굴이 일그러지고,
산행할때엔 걸으면서 멀미를 하는 특이한 위장을 가졌다고 보면
이해가 빠르다.


한번은 중산리에서 장터목으로 오르던 중 이었다.
초여름 비가 추적하게 내리고 있었지만 점심을 해결해야 했으므로 잘
먹지 않는 비상식량인 라면으로 얼른 한끼를 때워야 하는 지경이었다.
비가 내리고 있는 상태인 길 한가운데에서 허기를 때워야 할때에,
간단한 행동식으로 대체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만 불행히도 나의
식습관은 반드시 국물이 있어야만 햇으므로 부득히 라면을 이용했다.
유암 폭포 즈음에서 간단히 마쳤다고 생각한 식사는 바로 효과가 나타
났다. 쭈그리고 앉아 먹은 라면은 제대로 어떤 구실도 못한채 나의
전설적인 위통을 가져 온 것이다.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고,
거짓말 같은 증상은 걸음 하나하나때마다 고통이었다.
그러다,
급기야는 걷는 순간순간마다 토하기 시작했다.
어둑해진 산길에서 길 확인에도 신경이 쓰이는 상황에 구토는 정말이지
눈물과 애처로운 핏기 없는 혈색과 함께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 주었다.

아까 폭포 즈음에서 우연히 같은 시간대에 식사를 했던 두 남자가 이상한
나의 상태를 직감하고 차라리 이곳에서 쉬고 있으라고 충고 하고, 대피소
에 가서 구원을 요청하겠다고 했지만.. . . . .
믿지는 않았다.
누가  위장 부실한 등산객을 위해 배낭을 옮겨 주기 위해 달려와 주겠느냐
말이다. ㅎㅎㅎㅎㅎ


죽을 둥 살둥. . .
장터목아래 식수가 있는 곳 까지 어떤 상태로 기어 올라 갔는지를 기억도
안난다.
다만 그곳에서 산장에서 일하던[아르바이트] 남자 한사람이 날 데릴러 온
듯 보였다. 후레쉬를 들고 내내 비추이면서 상황을 묻는 것 같았음으로. . .

비척거리는 걸음으로 대피소에 도착했을때에는 입소를 기다리는 기다란 행렬
이 또 한번 아픈 몸을 슬프게 했다.
나는 줄 서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이상한 핸디캡이 있다.ㅎㅎㅎㅎㅎㅎ
잠자리 걱정을 하기 보다는 차라리 멀리 떨어져서 쉬는 것이 내게는 절실
했다.
한참을 지나고,
산장 주인 대신 일하던 아까 그 남자의 안내로 이끌려 대피소 직원이 있는
방으로 들어 갔을 때에. .
밥 대신 허멀건 하게 끓여진 죽 한그릇이 내 손에 들려 졌다.
죽이라기 보다 물 밥인 상태 였지만. . . .
그리고,
복잡한 대피소 막사[?]에서가 아닌 직원 숙소 골방에 내 잠자리가 제공 되었
는데 뒷날 산행은 엄두를 못낼 정도로 내 상태는 심각했다.

불면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 하룻밤이 지났다.

다음날은 오락가락하는 비 때문에 더욱더 대피소의 아침이 번거로웠다.
산장지기도 없고,[관리공단 체제로 들어가기 바로 전 상태였으므로 산에서
아르바이트겸 올라온 산 사랑 사나이들이 꽤 되었던 것으로 보였다.]
몇몇의 사나이들의 손에서 이일 저일이 너무나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방안에서 매점 창구를 통해 본 세상은 또 다른 맛이 난다.ㅎㅎ

물건 값을 물어 물어  가면서 그들을 도울 수 있었던 그날 오전은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 . .
난데없는 여자가 물건을 팔게 되자 갑자기 매점안이 술렁 거렸다.
ㅎㅎㅎㅎㅎㅎ
비를 동반한 바람은 또 얼마나 드세던지, 매점입구가 막힐 정도로 대피소
안이며 바깥이 어수선했다.
무엇보다도 호기심 어린 사람들의 질문이 더 피곤했다.
별별 가지 질문이 쇄도해서 웃느라고 진이 다 빠지고, 산 아래와는 다른
물건 값에 헷갈려서 손해나 끼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여 아픈 위장이 더
아픈 것 같았다.
어설픈 "산장의 여인"이 강한 호기심의 대상이 된 사건이다.

5월 30일 전후한 세석 철쭉 피어나던 때의 일이다.

요 며칠 감기 인듯 하면서 시작된 위장 불량 상태가 15일째로 이어진다.
의사 말로는 "예민한 성품 탓"이라고 세번째 진료에서야 한마디 던진다.
예민한 성품 탓. . . .
부실한 곳이 한두군데가 아니지만 위장은 튼튼해야 산이건 여행이건 갈 것
아니냐????
어머님 걱정에 아프다는 기색도 할 수 없다.


아차!!!
그날 산행은 오전에 대피소 매점에서 장사 해주느라고 까먹어 버렸다.
오후에는 하산을 해야 했으므로 그해 세석 철쭉 구경은 놓친 셈이다.
후일 은혜를 갚으려고 고기 한보따리 산아래에서 짊어 지고 그곳을 찾았을
때엔 사람이 바뀌고 운영체계도 바뀌고, 그냥 고기만 그곳에 두고 왔다.

산에 사람이 있어서 있을 수 있던 추억 한조각으로 정감어린 민간인 대피소
운영 시절의 이야기.


어느 한때--지리산 --여명


추신:
위장 불량이 없어지면 다시 생각나는 아름다운 지리산 이야기 올려 놓겠습
니다.

음악:꽃이피는 날에는 --소리새








  • ?
    이은호 2003.06.02 17:12
    제 배하고 비슷하네요. 밀가루 음식도 안되고, 찬물도 마시면 탈이 났었는데, 지금은 No. 배탈이 나던말던 다 먹습니다. 그리곤 신경 끔니다. 죽던 살던. 그랬더니 배에 아무 이상이 없어요. 이상하죠? 그리고 저 1등 맞죠?
  • ?
    happ 2003.06.03 00:12
    흐르는 음악이 진원님 마음 같아 눈을 감고 들어보았습니다....많이 불편하신가봐요? 옆집 사는 친구라면 녹두갈아 불린 쌀 곱게 저어 병문안 가고 싶네요...늦은 밤 짧은 글로 인사 남깁니다. 진원님 힘내세요.
  • ?
    부도옹 2003.06.03 09:28
    그 나이때(?)는 쇳덩어리를 삼켜도 돌아서면 배고플텐데.... 사람이여?? ^^* 맞습니다, 너무 예민해서 그렇죠.
    신경을 좀 끄시지 그래요.
  • ?
    김현거사 2003.06.03 16:33
    신경 예민해지면 송광사 사이버법당서 한글 반야심경 듣고 효험 보세요.상 위에 향 하나 피우고 열 번 들으면,상념은 이슬에 젖고 얼굴은 연꽃처럼 맑게...
  • ?
    오 해 봉 2003.06.03 22:26
    moveon성주님, 부도옹님, 김현거사님 말씀이 좋은 약인것 같습니다. 저는 그 방면에는 전혀 아는 것이 없으니 의사선생님인 중봉님의 진료처방이 요망되고 정중히 양해를 드리며 올리는 忠言은 결혼해 애기만 한번 낳으면 어지간한 잔병은 다 없어진다고 들하데요.(성주님 죄송해요. 스트레스는 받지 마십시요.^-^;)
  • ?
    솔메 2003.06.04 11:37
    뭣 보다도 건강이 지일이여어!!~^^
  • ?
    금 정 2003.06.04 13:42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항상 여유로운 마음으로 생활하시길....
  • ?
    오 해 봉 2003.06.04 22:23
    성주님. 오늘오후에 저의작은딸과 막내한테 항의전화를받고 해명하느라 혼좀났습니다.앞으로 리풀달땐 깊이생각해서 달라고 교육도받고요.양해를구하고 달았지만 다시한번 사과드립니다.저는그져 좋은뜻으로 썼는데 읽는
    입장은 오해나 불쾌도 불러올수 있다니 할말이없네요.
    그렇다고 다읽었는데 삭제도늦고.앞으로 잘할께요.(^ㅡ^)
  • ?
    moveon 2003.06.04 22:37
    오선생님 무슨 말씀을요. . . 어른들한테 항상 듣는 말이랍니다. 걱정 하시지 마세요..happ님이 주신 녹두죽도 먹고, 김현거사님의 충고로 향 피우고 마음도 정한하게 하고 ,부도옹님 말슴따라 신경도 좀 끄고, ㅎㅎ걱정해주시는 여러분의 마음따라 잘 회복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감사드립니다.
  • ?
    들꽃 2003.06.05 18:56
    진원님을 보면 저와 비슷한게 많다는 생각이 항상 들곤한답니다. 특히 건강상태에 관해서는요, 저두 지리에 오르면 음식을 잘 먹지 못한답니다. 남들은 밥심으로 간다고들 하는데...건강 하셔야 해요, 그래야 만나지요. 그쵸? ^ ^
  • ?
    최화수 2003.06.11 12:01
    정진원님!
    위장을 다스리는 데는 날마다 '아침산행'을 하는 것 이상
    좋은 방법이 없다고 하더군요.
    지리산을 찾기에 앞서, 매일 아침 집과 가까운 산에 가세요. 조기등산이 정말 좋습니다.
  • ?
    moveon 2003.06.12 00:07
    네 !!최선생님 참고 할게요.. .
  • ?
    하누리 2003.06.19 02:30
    크. 진원님 행복하시겠어요. 이렇게 챙겨주는 사람이 많으니...
  • ?
    아영호 2003.07.29 00:54
    성주님? 그럴듯하군요. 성주님의 위장은 자유인이 되기위한 필수조건 ? 앞으로 나또한 성주님으로 모시겠습니다.ㅎㅎㅎㅎㅎ
  • ?
    parkjs38 2003.09.07 22:04
    사랑방에 처방 올립니다. 의사는 아니지만 오랜 투병(?)의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음음..
  • ?
    길없는여행 2003.10.10 19:41
    ㅎㅎㅎ 웃음이 나오네요. 미안하게시리...
    성주님이 정신과 일을 하면 참 잘하겠네요. 환자를 민감하게 잘 볼테니깐... ㅎㅎ . 속으로만 삭히지 마세요. 가끔 지나치게 스스로에겐 예민하고 다른 사람에겐 관대한 사람이
    성주님과 같은 증상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쵸?
  • ?
    moveon 2003.10.13 19:39
    그럴지도 모르겠죠?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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