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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3.03.27 22:58

루구후[3]--I don't know your name yet.

조회 수 1094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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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을 위한 모소우 여자들의 기마 행진. . . [B]--저희에겐 안 보여 줬어요.[웃음]

중국청년
.
중국인이라고 하기에는 특이한 모습이었다.
머리를 길게 뒤로 묶고, 배낭이 우리보다 더 작다. 앞가슴에 맸다.
터미널에서 일행이 화장실 가서 안오는 바람에 출발이 지체 되었을 때 그가
도와 주었었지만. .몹시 편안하지 않은 컨디션과 기분 때문에 고맙다는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햇다..
모든 사람들에게 붙임성 있게 대하면서 홀로 온 티를 별로 안내는 편이다.
그곳에 온 홀로 여행자들은 남자가 몇몇 더 보이던데 대개는 배타적이고 어울리기
싫어 하는 듯 보이는데 . . . .
짐을 가슴에 매고 카페의 한쪽에 마련된 모소우에 관한 책들과 자료를  보고 있다.
식사를 마친 우리를 보고 반갑게 웃는다.  
인사차 저녁 먹었는가를 물었다. 다가와 자연히 합석을 했다.
자기는 식사를 안한단다.
뭐? 밥을 안먹어?
짐각적으로 아주 적은 비용으로 상당 기간을 여행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졌다. 그래서 저녁 비용을 아끼는 것 같아 보인다.
"차를 마실 형편도 아니고 해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서성이면서 서 있었던 거로구나." . .
손에 들고 있던 모소우 민가에서 얻은 사과를 깎아 내어 놓았다.
허겁지겁 먹는 것을 보니 내 추측이 맞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두개를 다 주고, 숙소를 정했는지 묻고 싶었으나 아직도 지니고 다니는 가방을
보고 미리 짐작하고 만다.
오늘 밤 잠자리도 아마 없을 지 몰라. . . .
일행이 이것 저것 더듬거리며 묻는다.
호숫가로 간 나의 시선속으로 어둠이 내리는 모습이 보인다.
잔잔히 여러 생각으로 기분이 가라 앉는다.
"I first saw you at bus stand"
응?
나를 보고 하는 말에 고개를 돌려 보니 이야기 즉슨 아까 터미널에서 날 도와
주던때를 이야기 하고 있다.
친구가 오지 않아서 몹시 당황하더라는 모습을 몸짓으로 흉내 내기 까지 하면서. . .
"그때는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
그러다 샹그릴라 이야기가 나오자 자기도 지금 샹그릴라에서 오는 길이란다.
이야기의 주제가 같아지고 여행이야기가 이어지면서 그가 지금 여러 달 여행중
이며, 앞으로는 유럽으로 갈 생각이며, 고향의  부모님이 정해준 약혼자와의 결혼
을 피하기 위해서 여행을 시작했다는 결론까지 이야기가 길어진다.
이야기를 줄이고도 싶고, 피곤하고,일어서니 따라나선다.
"So boring"
밤 하늘을 보면서 그가 한말이었다.
그랬다. 루구후는 보기 위해서 하는 여행지로서는 너무나 지루한 장소였다.
갑자기 일행이 하늘의 별을 보다 "저 별은 나의 별" 한다.
그가 "really?" 한다.
그리곤 저 쪽 별은 자기것이란다. .  
유치하지만 그런대로 보아 줄만 하다. ㅎㅎㅎㅎㅎ
묘한 데이트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홀로 식사를 하는 아까 그 잘생긴 일본인 친구를 보자 반색을
하지만 일본인은 중국인 청년에게 매우 냉담하다. 새침떼기 같은 일본인. . . .
홀로 여행 왔다는 공통점만으로도 충분히 친해 질 수 있었을 텐데 그 녀석은 매우
배타적이다.

민가를 개조해서 만든 박물관에서 밤에 모소우족들은 춤을 추면서 관광객을 모으곤
하는데 가로등 하나 없는 골목길을 노랫소리가 나는 곳만을 짐작으로 더듬거리면서
걷는 기분은 옛날 시골 외할머니 댁에 갔을 때의 기억을 솟게 했다.
넘어지고, 부딪치고 하면서 골목길을 찾아가는 기분이 넉넉하니 좋다.


모닥불을 피워 놓고 모소우 여자와 남자들이 춤을 추고 있는데 사진 촬영을 하는데
돈을 지불 해야 한다고 해서 촬영은 포기하고, 그냥 보기만 한다고 했더니 그래도 돈을
내란다. 그럼 같이 춤추면 어떠냐고 했더니 그러면 당연히 돈을 내야 한단다.
그러면 생각이 달라지지. .
과감히 돌아서서 나오면서. .
"난 이미 춤을 보았는데? "
"난 이미 이미 몰래 사진도 찍었다" 고 한다.
셋이서 골목이 떠나 가도록 웃었다.
밤하늘의 별이 입안으로 쏟아 들어 올 것만 같다.

그나마 남은 여름 모자도 잊어 먹고 빗질이 안되는 헝클어진 머리로 여기 저기 다녔
답니다.저의 물건 잊어 먹기 병은 고질 병입니다. 루구후 호수 앞에서. . .

여행지에서의 감정은 쉽게 친해지고 또한 쉽게 잊어 진다.
셋이서 몰려 다니면서 여기 기웃 저기 기웃하는 것에 재미가 붙어서는 나는 내일 일어
나기 힘들 거 같다.
"피곤해서 잠을 자야 하겠다."고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그가 매우 난색을 표시한다.
그렇게 서운해야 할만큼 많은 시간을 보낸 것도 아닌데 홀로 여행하는 사람의 외로움
이 깊게 드리워져 있는 표현의 일부 인 것이 여실히 느껴진다.
이럴때에도 냉정해야 되나?????
바로 집을 찾을 수 있었으면 깔끔하게 헤어 질 수 있었을 텐데. . .
이 바보가 또 한번 실수를 한다.
밤이 되니 숙소가 비슷해서 우리 숙소를 가는 길을 잊어 먹었다.
[하여간 별거 별거 다 잊어 먹는다.]
한참을 헤매다가 그의 도움으로 겨우 집을 찾는다.

아마 우리들 인연은 그는 도움을 주고 나는 도움을 받게 되어 있는 인연 인듯 싶다.

"Take care of yourself!"
내가 해 줄말이란 그것 뿐이었다.
숙소 정원으로 반쯤 들어 갔을 때
"I don't know your name yet!, Can you tell me your name?"
소리친다.

黃云 --  자신의 이름을 먼저 가르켜 주고.. . .
주소가 필요하다고 할때 인터넷 메일 주소가 이렇게 유용한줄은 예전에 미처 몰랐네~~~~
영어가 서툰 편이니 자주 편지는 못할거라고 한마디 덧붙인 그가 한참을 대문 앞에
서서 손을 흔들고 있다.

아마 그는  이밤 이곳에서 숙소를 잡지 않았을 것이고, 더 깊숙한 마을로의 도보
여행을 감행했을 것이다.
"잉링"으로 들어 가는 차는 대절 하지 않으면 없을 테니 말이다. . . .
춥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옷이 무척 엷든데. . . .
춤추는 모소우 족. . [B]

  • ?
    오 해 봉 2003.03.28 00:33
    黃云.혼자여행하는 그 중국 청년은 성격도 좋을것 같고 왠지 동정이 가네요. 저녁이라도 좀 먹였더라면, 해방
    전 (일제강정기)에 우리나라에서도 그런일이 많았다고 하지요.
    결혼 안할려고 일본으로 유학가고 도망가고, 잘생긴 일본청년은 여비도 넉넉한것 같고 사람 좋은 중국청년은 거의 무전여행 같군요. 어느곳에서나 가난한 사람들이 더 인정있는것 같군요.
    *루구후 호수 앞 사진 모자 안 쓰신게 더 좋습니다.
  • ?
    moveon 2003.03.28 00:40
    제 말이 그말입니다. 저녁을 사먹이고 싶었는데요. 워낙 일행이 여행할때는 냉정 해야 한다고 해서요. 그럴때도 냉정해야 했는지. . . . 후회되는 부분입니다.
  • ?
    솔메 2003.03.28 11:06
    대단히 흥미로운 여행기... 중국 오지여행의 길잡이로 산아야 하겠네요..
  • ?
    끼득이 2003.04.01 16:57
    루구후 호수,, 골목을 걸어가는데 부딪치고 넘어지고,ㅋㅋ
    귀한 글 잘 보고 갑니다. 몸은 많이 좋아지셨는지??
  • ?
    아영호 2003.04.02 20:50
    마치 동영상을 보는것과 같이 현장에 있는것 같군요,
    소지품을 잘 잊어먹는다구요?
    그건 , 정신 집중력이 남보다 빼어난 진원님 일거예요,
    좋은 여행기 고맙습니다,
  • ?
    parkjs38 2003.10.19 12:40
    "허겁지겁 먹는 것을 보니.. 오늘 밤 잠자리도 아마 없을 지 몰라.. 춥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옷이 무척 엷든데..." 에구~ 불쌍해라.. 가진 자의 오만인가요? 그래도 너무 안되었습니다... "넘어지고, 부딪치고 하면서 골목길을 찾아가는 기분이 넉넉하니 좋다.." 참 행복한 순간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언어입니다... 헝클어졌다구요? 저리 쬐그만 사진 보여주구? ㅎㅎㅎ 하여튼 신비주의의 묘한 테크닉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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