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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3.03.27 20:49

루구후[2]--일처다부제의 실체

조회 수 1384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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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만에 눈은 치워 지고 아쉬운대로 길이 트여 차가 움직인다.
7개의 기후대가 공존한다는 사실이 현실이라는게 인식되면서 서서히
재미가 느껴진다.
5시간만에 루구후로 들어가는 중간기착지인 '링랑'에 도착한다.
스촨성과의 경계에 있는 루구후는 또 다른 윈난성의 이방지역이어서
정규노선 버스는 여기서 끝이다.


"링랑"의 시가지 모습

아주 작은 소읍정도의 링랑은 춘절때문에 여지없이 도로 전체가 장터로
변했다.
가축들이 도로를 점유하고 사탕수수, 바나나등의 농산물이 길거리에
진열되면서 대중교통인  버스길을 막아 서지만 별로 충돌이 없다.
버스기사는 그냥 한참을 기다리다가 사람들이 비켜주면 그 때 다시
진행을 하면 된다. 시골길도 아니고 시가지 도로가 장터로 변하는 곳에
아무런 충돌이 없다는 것이 매우 재미 있다.

같이 타고온 17명의 승객중에 링랑 주민들을 제외하고 관광객은 도합 8명
정도다.

홀로온 중국청년1명, 홍콩에서 온 아까 그 시끄러운 영어 실력의 50대 남자
일행이 4명 , 서양여자 1명 나,그리고나의 일행.

점심을 해결하고 너무나 조그마한 허름한 차에 올라타고[이젠 허름한 차에
익숙해서 불평도 안나온다.] 보니 발차 허가를 기다리는 시간이 또 걸린다.
오지 중의 오지여서라기 보다 천연구역으로 보호 받고 있는 곳이어서 철저
한 보호를 하고 있는 곳이었다. 그곳의 "모소우" 족은 하나의 자연으로 중국
당국으로 부터 보호를 받고 있는 셈이다.
일부러 찾아 내지 않았다면 영원히 모를 수도 있을 장소같은 곳에 그들은
수수백년의 명맥을 이어 살아 오고 있었다.
루구후는 그 하나만으로도 가볼 가치가 있었다.


루구후 가는 길-- [여름]--B

루구후 가는 길--[ 겨울]

*루구후지역으로 가기 위해서 또 한번 세금을 물어야 한다.*
관광지도 아닌 마을에 들어 면서 허가증을 발급 받고, 돈을 내어야 한다는
사실이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는데 아마 특이한 장소로의 이동이라는 허영
심에 대한 댓가였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일본인 청년이 멋진 모습으로 튀어 나와서 우리들은 9명이 되고
좁은 차안은 더욱 좁았다.
거기에다 앞자리엔 루구후 주민이 다시 한명 합세해서 콩만한 차안에는
기사포함11명이 뒤뚱거리면서 오글거리고 아슬한 "샹그릴라" 가는 길만큼
험난한 4시간의 여정 끝에 드디어 "루구후"에 도착했다.


루구후 전경-=-호수 주변의 작은 마을입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있는지
조차 모를. . . 호수를 바라보고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기념품을 파는 상가와 숙소
들이 호수 주변에 밀집되어 있습니다.

호숫가가 바로 마을입니다. 여름--[B]


무엇을 기대 했다 느끼는 허전함이 먼저 느껴지는 너무나 작은 마을. . .
그 먼거리를 찾아 드는 이유를 도무지 모를 평범한 경치. . .
홍콩에서 온 일행들은 이제 마악 그곳에 도약하는 관광지로서의 기대를
걸고 호수가 보이는 곳에 작은 유럽식 카페를 연 청년과의 조우를 위해
서 그곳에 숙소를 잡는다.
그런데 가장 잘 갖추어져 있을 것 같은 그곳에 전기 담요가 없단다.
우리도 즉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운좋게 잘 지어진 2층숙소에 전기 담요도 있고, 숙소 비용이 30위엔 ,
그리고 기대 하지 않았던 텔레비젼과 two bed 형식을 갖춘 방이다.

허술하게 나무로 막사 처럼 지어졌지만 이상하게 전혀 웃풍이 없이 따뜻
했다.
30촉 백열등이 켜지는 방안이 포근하게 여겨진다.
창을 통해 보는 지붕들과 바라다 보이는 호수의 한켠이 너무  정겨워서
금방 방과 친해진다.

*모계사회*
여자들이 경제권을 거머쥐고 생활이 모계씨족사회 형태로 이어진다는
분위기 답게 남자들은 전혀 안채에서 볼 수가 없다.
노인에서 부터 성인여자, 어린 아이 까지 모두 여자들 뿐이다.
일부러 그렇게 조작 되었을 수도 있지만 나중에 상가가 아닌 원주민들의
집을 불쑥 쳐들어 갔을 때에도 같은 느낌이어서 조작의 흔적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
아직 그곳은 관광지가 아니었다. 이제 마악 새 건물들이 그 골격이 세워
지고 있는 아직은 "잠자는 마을" 일 이다. 그리고 아무 볼것이 없는
그저 모계사회의 전통이 살아 있는 소수민족의 마을 일 뿐. . . .

충격적이지만 루구후 지역의 할머니는 자신이 낳은 아이들의 아버지를
모른다고 한다.
여럿의 남편을 동시에 지닐 수 있는 탓에 자신의 아이의 아버지가 삼촌이
되기도 하고, 촌수가 복잡해져서 일일이 구분하지 않는다고 한다.[웃음]
남자는 경제 활동에 참여 하지 않아도 되고, 다만 자신이 들어가 잠잘 곳의
열쇠만 가지면 된다고 하니 어찌 보면 무지무지 편안한 남자들이다.
그래서 집의 본채에는 남자의 숙소가 없다.그리고 원주민의 집엔 마굿간과
개집은 있는데 화장실이 없다.
남자들은 여성과 같이 자고 나면 반드시 새벽이 오기전에 방을 나가서
집 밖에 마련된 다른 숙소에서 살게 된다고 하는데. .
직접 본 것이 아니고 들은 이야기 이니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다.


모소우족 민가[여름]---B

그렇다면 확인 해 볼 수 밖에 없다.
숙소를 나와 어둑한 마을을 발길을 옮긴다.
경험자의 말대로 차 소리가 나지 않는 유일한 장소임이 틀림이 없었다.
너무나 적막한 것이 자연스러운 마을. . . . 그래서 중국청년은"너무 심심
하다"고 불평을 할 정도 였다.
우엉!~~~하는 가축들의 소리 외에 사람 사는 동네가 그렇게나 조용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모두들 뭐하는 것일까????
도로를 중심으로 저쪽 마을은 좀 다를까 하여 조사[?]해 보기로 했다.
무작정 들어선 집에서 혹시나 쫒겨나지는 않을까?

그 때,
마르고 햇볕에 탄 여자가 부엌에서 나오다 우릴 봤다.
도망가고 싶은 찰나에, 내 입에서"니하~~" 라는 인삿말이 나왔다.
반가움으로 아무 스스럼 없이 부엌안으로 들어 오란다.
밖의 찬란한 햇살과는 다르게 안은 너무 어두었다.
옛날엔 이런 공간에서 채광을 위한 작은 창 하나만으로도 살아 내었을 그
전통모습을 지닌 부엌은 그러나 사실은 여인 왕국에선 대단한 장소로 대표
된다.
집안의 실권을 지닌 자 만이 점유할 수 있는 자리. . .
작은 백열등을 켜자 부엌의 실상이 다가온다.
너무나 크고 너무나 정갈한 모습이다.
그들의 집은 가난하지만 모든 이름 붙여진 공간이 넓다.



모소우족의 부엌에서 실질적인 난방 역활을 하는 숯을 사용하는 난로. .
음식을 끓이고 있었으나 내용물을 보여 주지 말라는 할머니의 엄명으로
뚜겅을 열지 못하게 했답니다.

*모계사회의 실체*
아!!!!!
저 모습은?
너무나 완벽한 권위를 지닌 모습으로 그 집안의 최고 실권자인 할머니 한
분이 민속 의상을 [평소에 입고 사는 흔적이 보인다.]제대로 차려 입고
부잣집 마나님의 앉음새를 하고 손에 염주를 늘어 뜨린채 마치 "관세음 보살"
같은 자태로 그윽히 낯선 우리를 올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어염집 아낙이었다기 보다 마치 종교적 예배 대상처럼 보였다는
것이 내내 충격처럼 남았는데 굵은 주름을 얼굴에 채곡채곡 이은 그 노모는
아래로 젊은딸과 그 손녀를 데리고 집안에 살고 있었고 남자들은 흔적이
없었다.
손에서 따각따각 느린 속도로 하나하나 돌려 지고 있던 염주에 놀란 나는
합장을 하고 그녀 앞에 덜덜거리면서 다가섰다.
느린 손짓으로 할머니가 숯불 옆으로 우릴 불렀다.
손바닥 만한 낮은 나무 의자를 내어 놓고 앉기를 권한 다음 그녀가 내어
주는 것은 놀랍게도 옥수수를 튀긴 강냉이 튀밥으로 만는 강정이었다.
집에서 손수 만들었으니 그 맛이 기가 막힐 것은 물론이겠거니와 우리나라와
비슷한 풍속속의 음식을 만난 기쁨이 무엇보다도 컸다.
냄새가 고소하고 모양이 너무 정겨웠으나 한 조각도 입에 댈 수는 없었다.
속이 좋지 않으니 거친 음식을 조심해야 했기 때문인데. . .
일행 그녀는 속도 없이 많이도 먹는다.[웃음]

말이 안통하니 대화란 불가능하다.
그저"한꿔"라고 신분을 밝히는 일 외에는 할말이 없다.
할머니, 딸, 일행, 나 이렇게 올망 졸망 숯불 난로 옆에 앉아서 눈으로 대화
를 하고 있다가 돌아서 나오면서 사진 한장을 찍을 것을 부탁했더니 전혀 미동
하지 않을 것 같던 할머님이 기꺼이 나를 위해서 부엌밖으로 나오신단다.
너무나 황송했다.
부엌밖으로는 절대로 나올 것 같지 않던 그 위엄있는 태도에 나는 벌써 압도
당해서 그녀의 높은 권위를 존경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래라 저래라 부탁하는
것이 죄스러울 정도 였었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고나서 떠나기 아쉽고, 보내기도 아쉬워 하는 표정으로 마당에서
몇가지 대화를 하다 말이 안통해서 글자를 써서 보여 주었더니 젊은 여자가
놀래서 도망을 한다.

그녀는 글을 몰랐던 탓에 학교에 다니는 딸을 부르러 간것 이었다.
아이 손에 돈을 들려 주고 고맙다는 표시라고 했더니 그 아이가 다시 뛰어들어
가서 사과를 한바구니 들고 나온다.
아이구 그 사과 향기도 좋아라. . .
결국 가져라, 아니다 시비하다 두개를 얻어 들고 돌아서서. . .
돌아오다 신기하게도 그 작은 마을에 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중디엔에서도 그 작은 도시에 학교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는데 이 마을은 더군다나 더 놀라웠다.
중국사람들의 교육열은 국가가 더 큰 책임을 지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 부산 국제 영화제의 오픈 시네마로 유명했던' 중국영화 "책상서랍속의
동화"가  생각나서 자물쇠가 채워진 학교 안을 한없이 바라다 보았다.
가슴에 커다란 뭉개 구름을 담고. . . .


두고두고 그 강냉이 튀밥 강정은 생각이 난다.


  • ?
    오 해 봉 2003.03.27 23:34
    참 성주님도 재미있네요. 콩만한 차에 바퀴는 몇개나 달렸던가요? (11명이나 탄 차가 콩만하다고요? 너무 지나치시다.) 그 곳 모계사회 문제는 우리의 윤리의식이나 도덕, 가치관으로 보면 큰일날이지만 그들에게는 전통문화이고 풍습이니까 자연스러운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 오지에도 학교가 있고, 중국의 미래를 보고 오셨군요. 강냉이 튀밥 강정은 다음에 가셔서 이번 성주님 일행처럼 많이 드세요.
  • ?
    moveon 2003.03.27 23:52
    네!! 오히려 그런 모습으로라도 자신의 것들을 지키고 있는 점에 대해선 존경심이 들었습니다.
  • ?
    parkjs38 2003.10.19 12:26
    강아지 씻기고 와서 다시 앉습니다. 오늘은 4년동안 지켜왔던 빨간날 산에 가는 것 포기하고 완전히 독서(?)로 때우기로 히힛! 그렇군요.. 아직도 이 지구상에 저런 곳이 있군요.. 서남아시아는 일부다처제, 여긴 일처다부제(?) - 처란 부가 중심일 경우의 상대말인데.. ㅎㅎ- 이 세계에는 그들도 똑 같은 하루를 지금도 그렇게 보내고 있겠군요... 그래요.. 그 정이란 것이 성주님을 감동시켰군요.. 평온해지시고 즐거워지시니 보기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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