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一妻多夫의 풍습--루구후 여인 왕국[1]

by moveon posted Mar 2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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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구후를 방문한  소수 여행자의 글들 마다 "여인왕국"이라고 표현해서
여인들의 집단이 살아가는 장소로 착각을 할 정도로 루구후에 대한
기초지식이 부족했다.
리지앙이나 대리, 시상반나 등등에 비해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느긋한 잠자리에서 말방울 소리에 잠을 깨는 유일한 곳"이라는 표현이
어떤 모습을 설명한 글일까?
세상 구석구석에 스며든 자동차라는 괴물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곳
이라니. .

위장은 여전히 아프다.
쌀죽 한 그릇을 챙겨 먹고 샹그리라 객잔의 주인에게 짐을 맡겼다.
짐을 지니고 다니기에 너무 부담스러운 몸이 되버린 것이다.
한국에서는 금방 낫는 체기가 여전히 통증까지 유발하고 사라지지 않으
니 탈이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전신에 힘이 없고 도저히 여행을 지속할
것 같지 않은 상태에다가 한 가지 더 부담을 안고 있었다.
"상대방때문에 여행이 포기되는 수는 있지만 나 때문에 상대방이 여행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된다" 는 어줍잖은 책임감이  깊었던 것이다.


천근같은 몸을 이끌고 오전 7시 버스를 탔다.
미니버스 였지만 양호한 상태였고 춘절인데도 여행객이 더 많은 것 같아
보이는 승객들 때문에 공연히 들뜬 생각도 들고. .
무엇보다도 ,견디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상태였다.
설사를 하거나 구토를 하거나 하는 열악한 상태가 아니어서 병원에 가
치료를 해야할 상태는 아닌듯하고. . .
"음식만 조심하자."
여행객들이 흥미로웠는데 루구후에서 며칠을 살다 올것인지 달랑 세면
도구와 카메라만 든 우리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떠나기전 화장실을 간 일행이 또 말썽이다.
중국인 안내원에게 설명했는데도 인원확인이 끝나자 바로 출발하려 한다.
일행이 있다고 해도 막무가내다.
앞에 홀로 탄 중국 청년이 도와서 다행히 버스가 기다려 준다.

리지앙시내를 벗어나자 추적거리던 비가 더 내린다.
처음 맞는 중국에서의 겨울비다.
아까 부터 내 뒤에 탄 서양여자는 유창한 중국말로  영어를 잘하는
시끄러운 중국 50대 남자와 계속 수다다.
온 버스안이 중국어와 영어가 절반씩 흩어지면서 더욱 시끄럽다.
쓰러질듯한 몸을 잠시 뉘이는 기분으로 의자를 젖혔더니 덩치큰 서양
아가씨 당장에 의자를 세워 달랜다.
직각으로 세워진 의자에 앉았다기 보다 얹혀진 상태로 9시간 거리라니. . .
난 지친 상태로 잠을 잔다기 보다 거의 실신하듯 졸고 있었다.
깜박 깜박 정신을 놓았다가 잡았다 하는 느낌이 든다.
고통 스럽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도움을 청할 수 없다.

잠시 졸았던 것 같은데 여행객 모두가 하나같이 말하던 절묘하고 구불
거리는 루구후로의 길이 시작된지 한참인듯 보이는데. . . 진사강의 다른
지류로 이어지는 또 다른 형태의 협곡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만 기후가 달라서 인지 바나나 나무나 야자수가 풍경을 점유하고 있는
점이 중디엔의 길과 다를 뿐이었다.


루구후 가는 길의 협곡

비가 내리는 탓인지 먼지길일 듯싶은 길들은 황토빛 진창으로 변해서 주변
의 산들과 협곡을 같이 물들이고 있었다.
"어?"
갑자기 눈이 한바탕 내린다.
세상에 야자수 위에 내리는 눈이라니 차의 앞 유리창에 눈이 덮혀 운전
기사가 길을 구분하지 못하고 잠시 섰다.
시야로 들어오는  풍경은 열대 풍경인데 기온이 차서 인지 눈이 녹지
못하고 차창에 들어붙어서 진행이 불가능하다.
주먹만한 눈덩어리가 펑펑  내린다.
기사가 내려서 눈을 찍어[?]고 차는 다시 움직인다.
한참 가다 다시  눈이 언제 왔냐 싶게 비가 내린다. 주변은 다시 황토빛
아름다운 천지로 변했다.
그래서 그곳의 초록빛은 더 여실하다. . .


루구후 가는길--저 먼곳의 산위는 눈이 덮였어요. 지나온 곳입니다.
그리곤 다시 비가 내리는 다리 옆 마을입니다.

협곡을 건너기 위한 다리가 나오는가 싶더니 사람들이 모조리 내린다.
비가 내리는데, 땅은 질척해서 옷버리겠고,몸은 아프고, 왜 내리라는
거야?
다리는 거창해 보이는데 15명 이상 태운 버스는 지나 갈수 없다.
아래로는 깊은 협곡으로 황토빛 급류가 흐르고 있으니 17인승 버스가
방심하고 그냥 달리다가 사고라도 난다면 안되는 것이었다.
정확히 초록색 군복을 입은 공안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고 있었다.
그래서 차는 우릴 내리고 유유히 건너서 저 다리 건너에서 기다리고,
우리는 비를 맞으면서 그 다리를 걸어 가야 했다.
그러나,
나는 다행히 안전 수칙에 철저한 중국인들의 태도에 오히려 기분이 나아
졌다.

그 사이를 빌어 잠시 주민들이 가판대를 세워 과일을 내어 팔고 있다.
중디엔에서는 보기 힘든 열대 과일들이 눈에 보인다.
방금 보았던 눈사태를 생각하고 묘한 쾌감을 느낀다.
여행이 주는 묘미가 이런 것이리라. . .

*다시 여름에서 겨울로*
다시 잠시 눈이 감기고 정신을 잃은듯 졸았다 눈을 떴을 때 다시 눈이
퍼붓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잠시가 아니라 엄청난 눈이 지속적으로
내리고 있었는데 어제도 눈이 와서 도로가 막혔었다고 하던데 아마 우리
도 그럴 것인가 보다. 다시 돌아가야 할것 같다는 생각을 할 즈음 이미
천지는 산하를 구분할 수 없게 폭설로 인해 잠식되었다.
지붕위로 몇십센티의 눈이 덮인 채로 순식간에 버스들이 all stop 상태로
넋이 나간채 너부러져 있었다.
드디어 눈에 갇히는 구나.
세상 어디서나 아이들은  여전히 천진하다.
버스가 멈추어서 있는 사이에 어른들도 내려서 갑자기 내린 눈이라기에는
너무나 찬란한 세상이 되어 버린 그 이변을 만끽하기 시작했다.
뜻밖에도 여행자들이 아닌 주민들이 그 광경을 더 즐기는 것 같다.
나는 가만히 창을 통해 들어오는 중국인들의 여유를 즐겁게 즐겼다.

갑자기 다시 들이닥친 눈으로 산하가 눈으로 덮이기 직전. . 한컷 사알짝

자! 이런때 이들은 어떻게 이 오지의 교통체증을 해결 할 것인가????
나는 갑자기 자연의 변화를 즐기기에 힘겨운 몸으로 그들의 생활을 엿보
는 것에 정신을 쏟고 있었다.[웃음]
눈이 산하를 점유하는데 걸리는 속도가 초속이라는 것을 나는 그때서야
처음 안 것 같다. 어리석게도. . .


*Info*
중국인들은 길에서 차가 고장나면 승객 기사 할 것 없이 이렇게 모여서
문제를 먼저 해결하려 합니다
아주 한적한 곳에서 사고가 나면 그 주변의 촌락 사람들이 타이어를 밀고
어디선가 나타나서 교체하곤 해서 그 나름대로의 문제 해결 방식에 감탄을
합니다. 그래서 인지 시골의 사람들이 모여사는 서너채의 집밖에  없을
아주 작은 단위의 마을에도 반드시 "修理"라는 간판이 허름하게 나마 꼭꼭
존재하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넓은 땅에 아직 첩첩한 오지를 많이 가지고 있는 중국인들의 사는 방법이
라고 이해 됩니다.
비교적 신속하게 문제가 해결 되는 것을 보면 놀랍습니다.
휴대폰의 보급 또한 광범위할 뿐만아니라, 아주 깊은 골짜기나 어디서나
간데 너무나 잘 터지는 휴대폰에 대해 놀라우을 금하지 못했습니다.
시가지에서  조금만 벗어난 마을에서도 통화 불능 상태가 되어 버리는
우리의 현실과 비교해서 무척 놀란 부분의 하나 입니다.
자료사진[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