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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2.12.05 20:52

산이 거기에 있어 오른다.[?]

조회 수 1470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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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진정한 山 사랑은,
어느날 그 호기심이 잠자는 자리에서 싹이 틉니다.

산에  왜 오를까?
산에 오르는 그 모든 행위 속에는 인간의 호기심이 담겨 있습니다.
호기심 !
그거야 말로 진짜 우리가* 처*음* 산을 오르는 이유입니다.
저는 그 이상의 어떤 이유도 생각해 낼 수 없습니다.[웃음]

엣날 옛적에[?]
산꾼이라고 할 만한 차림으로 산에 혼자오르는 이들을 그 당시에는 가끔
아주 가끔 보았습니다.
존경심이 일었던 이유는 그들의 짐 속에 최소한의 것들만이 들어 있는 점
이 었습니다.
그 최소한의 것이라는 것이 그 때에는 부피가 크고, 무게가 나가서 지금
보다는 많이 원시적이 었습니다.
그 최소한의 것을 넣고 보면 여유의 산물인 술, 담배, 혹은 고기 등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진짜  숨은 산꾼의 모습은 지금도 그러하지 않을까 상상해 봅니다.
요즈음은 그 절반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부피를, 무게를
줄일 수 있는 것에 얼마나 행복한지요?

홀로 다니면서 보면 가끔은 몰려오는 산꾼[?]들을 봅니다.
서넛 혹은 다섯이 넘기도 하지요.
그들은 어떤 때엔 무법자 같이 보입니다.
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주기도 하지요.
산을 조금 안다는, 혹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다닌다는, 혹은 다른
명분의 그 산꾼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산을 거스리는 행동을 선동하는 것
같은 모습도 서슴없이 보이곤 합니다.
모여 앉으면 거나한 먹거리 자리가 펼쳐지고 술도 곧잘 한차례 오고 가고
무엇보다 고기 굽는 냄새가 진동 할때도 있습니다.
어디서든지 그런 사람들은 반드시 소리가 나고 시끄럽습니다.
아마 금지된 은밀한 행보에서도 그들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산의 민감함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일부 산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오히려 더 겁이 납니다.
산에 다니면서 흔적을 남기지 않는 일은 정말 어려운가 봅니다.
정말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때가 자주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매우 마르고 건조한 시기 였습니다.
삼신봉에서 단천골로의 길은 내내 숲을 돌아나가는 지루하고 낙엽으로 뒤덮인
길이 호젓합니다.
그 때까지 "나 만큼은"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담배도 안하고 술도 안먹고 고기구어 먹을 일 없고, 몰려 다니지도 않고
모범 산행을 하는 사람이라 고 자신을 여기고 있었으니까요.[웃음]
그래서 아주 간혹 금지된 산행을  하며서도  자신을 위로 하곤 했습니다.
그 단천 길을 가기 전에는 말입니다.
그저 아름다움에 취하면 다른 절제의 요소들은 잊곤 했지요.

그 날, 그 길은 사람이 다니지도 않아서 너무나 원시적으로 보존이 잘 된
길 이었습니다.
"'이런 길에서 아마 불이 나나 보다. 내내 조용하던 숲속에 이방인의 자극은
  마찰을 충분히 생기게 할 수 있겠구나,"
아름답다는 생각과 함께 드는 이 생각에 스스로 전율 했습니다.
그리곤 발걸음 하나하나가 너무나 조심스러워 졌었지요.
생각을 더듬다 보니,
실제로 산불이 나는 지역은 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등산로 쪽 보다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한적한 말하자면 비 지정 길에서 난다는 사실이 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생계를 위한 심마니 들의 길에서 발화가 잘 된다고  알고 있었
습니다.
산불이 발생하는 과정은,
극도로 마른 자연의 산물들, 낙엽 혹은 나뭇가지들이  어떤 자극에 의해서 마찰을
하면서 불꽃이 일어나면서 생긴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원인이 모르는 산불은 대개가 자연 발생적이라는 통계도 읽은 적이 있구요.
사람들이 실화하는 경우는 제외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만일 사람들이 그 자극의 원인을 제공한다면, 여지 없이 불은 나게 되어
있겠지요.
바로 내가, 여러분이 그 제공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소름이 끼쳤습니다.
나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이렇게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홀로이면 그냥 지나칠 곳에서도 사람들은 모여서 산행을 하면 자연스레 주저
앉아 주변에 흔적을 남깁니다.
나뭇가지를 꺽어서 주변의 앉을 장소를 넓히기도 하고, 낙엽을 쓸어 버리기도
하고 말입니다.

하여튼,
그 오래 시간을 소요하는 숲속 길에서 저는 생각을 제대로 다듬었습니다.,
사랑하는 것에 대한 의무에는 "절제와 지킴"이라는 항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결국 산행은 자신의 호기심이나 즐거움을 위해서 하게 됩니다.
산에 올라서 국립공원에 돈을 마련해주거나, 산을 위해서 식목을 하기 위해서
산행을 하지는 않으니까 말입니다.[웃음]
늘 다른 길을 오르고 싶은 것도 그 호기심의 발로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간단한 호기심을 위한 산행때문에 만일에 ,만일에, 말입니다.
수십년 자라나서 아름다움을 일구어 내고 있는 저 지리산의 숲들에  불을 지피는
결과가 된다면 그 때에도
산꾼 인것에,
몰려 다니면서
이곳 저곳에 흔적을 남기고 마는 일에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지. . . .

"하지 말라면 하지 마세요."
지리산행을 처음 꿈꾸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복종의 교훈"입니다.

산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은 일은 영원한 불가능 일까요?

공자의 도를 배우지 못한자가 노자의 행을 닮으면 안되는 것처럼 자칫 산꾼들의
모습이 산행을 좋은 삶의 벗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에게 "법을 어기는 기쁨"으로
비추어 질까 염려하는 글이었습니다.
사진:세석에 텐트 물결--최화수님 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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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리맨 2002.12.05 21:07
    백발백중의 영감으로 히트 0 에 드뎌 당첨 됬습니다^^ 세석평전의 텐트물결... 그 시절의 밤의 운치가 그리워집니다.. 물론 그 시절에도 저는 흔적은 남기지 않으려 조심은 했었지만... 너무 좋은 글 감사합니다.
  • ?
    moveon 2002.12.05 21:20
    그러셨네요.^u^ 글 올려 놓고나가려다 다시들어 왔습니다.ㅎㅎㅎ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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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누리 2002.12.05 23:32
    산에 가는 이유는 제 자신의 균형감각을 찾기 위해서 인 것 같습니다. 시골에 살 때는 산에 나무하러 갈 때가 많았습니다. 나중에 공부하고 놀 때는 가끔 산책도 가고 꽃구경도 갔지만 사실 그건 외로움을 달래려고 간 거 였습니다. 도시에 살 다 보니 너무 오래 삭막한 건물과 사람들을 보면 가끔씩 수혈을 하듯 자연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이건 딴 얘기.
    사람들이 드물던 아주 옜날에는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산불이 지구상의 산소농도를 적당하게 유지시켰답니다. 식물들이 광합성을 너무 잘해서 대기 중의 산소가 많아지면 자연발화할 가능성이 더 커지고 사실은 동물들에게 해가 된답니다. 적당한 산불은 자연적으로 필요할 수도 있는 거죠. 그치만 지리산에서 불나는 건 절대 반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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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pp 2002.12.05 23:34
    부끄러워지는데요. 그 무리들 속에 저도 있었답니다. 산을 조금씩 닮아가려니 무리가 싫어지더군요. 아직 혼자 다니는 것이 익숙치 않아 산행이 많이 뜸해졌습니다. 아니온 듯 다녀오란 얘기지요(*^_^*) 고운 선율... 오이랑 당근이랑 바랑에 둘러메고 포행나서는 원성스님의 글 "산행" 생각이 올라오네요. 편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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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doi 2002.12.06 12:48
    우연의 확장과 관념의 극상.. 탈출구는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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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veon 2002.12.06 13:42
    Maybe!!!!그래서 관점의 파악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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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류화개 2002.12.06 15:33
    89년 10월 초가을 이른 아침 백무동에서 시작해서 천왕봉을 거쳐 세석산장에서 1박을 했는데, 일행도 많고 날씨도 쾌청하여 놀면서 쉬면서 쉬엄쉬엄 오르다 보니 세석에 들어갈무렵에는 한밤중이 되버렸지요. 한밤중 세석의 텐트촌에서 흘러나오는 불빛들이 산 봉우리 하나를 다 덮어버렸던 광경에 놀랐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저도 그들속에서 한무리가 되어 버렸지요. 그렇게 지리산 산행이 시작됐고, 벌써 십몇년이 지나버렸네요. 그동안 지리산을 다니면서 어떻게 다녔는지, 앞으로 어떻게 다녀야 할지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 ?
    김현거사 2002.12.06 18:27
    산에 왜 가냐고?
    서양의 어떤 싱그운 사람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라고 하나 동양은 다르지요.
    인(人)변이 산(山)에 붙으면 선(仙)이 되지요.
    나무 바위 물 구름 꽃 속에서 신선 되지요.
    '흰 깃털 부채 흔드는 것도 게을러 푸른 숲 속에서 웃통을 벗었다.두건 벗어 돌벽에 걸어두고,머리 드러내어 솔바람 쒼다.'
    이백의 시 '夏日山中'인데,산중에 들면 이런 멋 있어요.
  • ?
    금정 2002.12.06 20:25
    우리는 무엇을 얻으려고 산을 오르고 있는데
    개울물은 이미 깨우침을 얻어 밖으로 나가고 있으니.....
  • ?
    MOMO 2002.12.08 20:51
    산은 불안해서 찾습니다... 그리고 지리산은 나의 대한 그의 애정이 식어 버릴까 걱정? 돼서도 오릅니다.
    처음 지리산을 시도했을 때는 걱정스러워서 체력을 많이 갖추어서 갔는 데, 지금은 그저 제가 잊어져 버릴까 불안하여 잊을 만 하면 또 찾습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체력이 향상되는 것은 아니구나? 하고...이젠 관록으로 가야 할 때인가보다... 체념이랄 수 있겠죠!
    올 한해는 지리산에서 벗어나 뜀박질을 많이 했는 데...
    지리산 행에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산행과 달리기는 차이가... 쓰는 근력이라든지, 대하는 자세과... 달리기가 전투적이고 과시적이라면, 산행은 체념과 관조를 느끼는 것 같죠...이 해의 말미를 지리산에서 정리하고, 내년 서울 동아 마라톤에 출전할려거든요...감사...
  • ?
    아영호 2003.03.29 02:10
    산엘오르는 이유?
    지리산이 좋아 서?
    맘을 비울수.....?
    맘을 채울수.....?
    맘의 평화를...?
    자유를 찾아서...?
    양식을.....?
    버리고 지우고 ,보내고,시작의 초점을 찿아서.....?
  • ?
    parkjs38 2003.10.22 00:03
    조금만 지나면 스스로들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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