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산 이야기
2002.11.29 15:24

佛日산장의 베에토벤

조회 수 1613 댓글 1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그 때 보았던 얼어 있는 불일 폭포 하단에서 . . .

산에 오를때에는 가능한한 모든것에 대한 다이어트가 필수 였습니다.
뭐든지 가볍게 ,
뭐든지 적게
뭐든지 뭐든지 뭐든지.. . . 최소의 형태로. . .
소리까지. .말입니다.
그러다,
어떤 극적인 경험으로 인해, 조용한 코스를 갈때에는 오히려 자연의 소리를
방해할 수 있는 카셋 플레이어를 가지고 다니게 되었답니다.
부득히 골 깊은 지리산의 속내를 찾을 때 만 특히 말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길에서의 긴장이 가끔 사람을 혼을 빼놓기도 하기 때문
입니다.


1. 국골에서
국골로 해서 천왕봉을 오를때 입니다.
초입부터가 심상치 않았던 것은 거미줄이 어쩌면 그리도 많았던지 길 오르기
보다 거미줄 걷는 것이 더 힘들었습니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드는 순간 어디선가 없어도 될 소리가 들려와서 멈칫 반사적
으로 고개를 돌렸을때. .
남자 한사람이 움막 안의 여자를 제지하고 혼자 나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저는 다리에 힘이 저절로 빠졌습니다.
반가움의 기운이 아니라 배척하는 기운을 역력히 그 눈이 표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연히 미움을 받는 그 모호한 느낌이 으슥한 숲길에서 느껴지는 것은 공포
같은 것이었습니다.

더 이상 진행하기 어려웠습니다.
들리는 소리가 이제는 바람 한 자락까지 가슴을 누르고 , 늦가을 황량한 바스락
거림은 괴기 스럽기 까지 했답니다.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밀려 왔습니다.
그 때 생각해낸 것이 카셋 플레이어 였는데 정상에서 잠을 청할때 불면을 해소
하려고 수면제 대신 지녔던 것입니다.
제가 들은 음악이" 슈베르트"의 가곡들이었습니다.
"캐서린 배틀"이라는 가수의 고운 소프라노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때 ,
사람의 소리, 인공의 소리가 자연의 소리 보다 더 사람을 안정 시키는 효과가 있다
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가슴에 시냇물이 흐르고,
주변이  다시 초록으로 물드는 듯 하는 착각으로 내내 그 길이 평화로웠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푸욱 푸욱 빠지는 낙엽길도 ,
먼지 내음까지 모두모두 나를 감싸는 도시의 어느 공기 같아 졌으니까요.
아마 트로트 였다면 신이나서 걸음이 더 빨라 졌을 까요?[웃음]

2.장터목의 태풍을 잠재우다.

태풍 커--크라는 거대한 괴물이 지리산을 온통 그 영향권안에 몰아 넣을
거라는 예보가 있었습니다. 아래에서 가능하면 오르지 말라는 경고를 하면
서도 무슨 일에선지 입산을 허락 했었습니다.
장터목 산장이 새로 지어진다는 소문이 있고 그 진행이 이루어지기 위해 여러
가지 자재들이 준비되는 때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주변에 텐트를 칠 수 있었습니다.
아침이 되자 텐트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이미 세석쪽에서도 오는 사람이 없었고, 가는 사람도 보이지 않는 상태 였습
니다.
곧 들이 닥칠 태풍 때문에 모든 움직임이 통제된 상태였으니까요.
"태풍전야" 그 표현의 절묘함을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너무나 고요해서 숨소리가 몹시 클 정도였으니까요.
그 나른함에 사람들은 오히려 질식 할듯이 보이더군요.
"차라리 불어닥쳐라. 뭐든지 . .  그게 낫겠다." 하는 표정들로 모두 굳어있었
습니다.
시간이 흘러 점심 때 즈음이 되었습니다.

그 때,
갑자기 대피소쪽 스피커에서 산을 뒤흔드는 소리가 흘러 나왔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후다닥 텐트 밖으로, 혹은 대피소 밖으로 뛰어 나왔습니다.
그 길고 숨막히는 고요를 깬 것은 파가니니의 바이얼린 곡이었습니다.
아시겠지만 그 곡은 바이얼린곡 중에서도 어려운 기교로 인해 곡 자체가 몹시
난해하면 서도 파장과 굴곡이 심한 곡입니다.
저는 박장 대소 하였지요.
귀에 익은 그 음악이 실수로 틀어 놓을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음악을 틀어
놓은 사람의 재치를 담박에 알았으니까요.
가슴의 체증이 확내려 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상황이라는 것이 얼마나 극적이었던지 조용하던 장터목은 순식간에
활기가 살아 났습니다.
쫒아가서 혹시 실수로 그런 것은 아닌지 물어 보았습니다.
대피소 주인 왈
"누군가 버리고 간 테잎이 있어서 한번 틀어 보았어요. 무슨 음악인지도 궁금하고
지루한 기분에 죽을 것 같아서. . . "
성능이 아주 좋은 오디오로 들어도 몹시 껄끄러운 소리의 그 음악이 성능 최하위
의 "알림방송용" 스피커에서 흘러 나왔는데도 그 음악은 이 세상 최고의 연주장소
에서 최고의 솜씨로  연주되던 최고의 음악 이 되었었습니다.
그 이후로 '커크'는 힘을 잃은 상태로 흐지부지 흘러갔고, 장터목은 공연이 끝난
무대 처럼 술렁이면서 불규칙적이고 자연스러운 술렁임으로 제 모습을 찾았습니다.
산장지기의 재치,
그리고 절묘한 시간의 음악소리.
태풍을 잠재운 인간의 능력[?]
정말 특이한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3.불일  산장의 베에토벤

겨울 불일 폭포를 향해 가다가 보면 반드시 국사암을 들립니다.
돌 계단 주변에 눈을 포근히 맞고 서있는 작은 부처님들이 유난히 앙증 스러웠던 기억이
나는 군요. 부지런하지 않아도 되는 산책 [?]길이라서 여유를 갖고 오릅니다.
불일 산장은 너무 조용해서 따근한 차 한잔을 주문하려고 해도 오히려 미안해서 멈칫
거리고 있어야 할 정도 였습니다.
그 조용함 아시죠?
지리산의겨울. . .
사람이 보이지 않아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가 하는 조바심이 생길 때였습니다.
흘러나오는 음악이 있었어요.
너무나 익숙해서
" 내가 기억속의 음악을 듣는 것일까? 이곳 분위기가 그 음악을 연상케 하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하!!!
그게 아니라 변규화님이 사람의기척을 느끼고 흘려 보내 주시는 거 였습니다.
"전원 교향곡" 이었습니다.
차 마시면서 내내 들었던 그 음악 덕분에 꽁공 얼은 불일 폭포로 가는 나머지 길이
매우 달랐습니다.

자연의 소리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것일까요?
침묵의 소리가 멋진 말이긴 합니다만. . .저는 가끔 지리산의 세석이나, 노고단의
너른 들판에서는 가까이 다가서는 천상의 공기와 함께 絃의 화려한 펼침이 있는
음악을 듣기도 한답니다. 뭐 할 수 없지요. . . 문명사회의 일원인게 아직은 확실
하니 말입니다.[웃음]

아!!물론 이어폰을 꽂고 듣습니다. 다른사람들에게 방해 되지 않게. .
曲:Pastorale
  • ?
    하누리 2002.11.29 15:56
    오늘쯤 새 글이 올라왔을 거 같아서 와 봤더니 역시군요. 코가 점점 좋아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자연의 소리만 있어야 좋은 것은 아닐 겁니다. 그 분위기에 맞춰서 조화로운 음악을 만드는 게 사람의 몫인 거 같네요. 가끔은 산길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음악을 듣는 것도 자연과 어울리는 한 방법이겠죠.
  • ?
    프리맨 2002.11.29 19:31
    아름다운 글 감사드립니다. 위에 하누리님 말마따나 저 또한 뭔가가 감지되어 들어와봤더니 역시 직감이 맞았습니다^^ 참 궁금한게 있는데 국사암이 불일폭포에서 가까운지요? 불일폭포 근처에 불일암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불일암과 국사암이 좀 헷갈려 집니다
  • ?
    moveon 2002.11.29 19:57
    불일 폭포 가까이 불일암이 있었구요. 오래전에 화재로 소실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불일 폭포 가시는 길에서 보신 암자는 아마 국사암이 맞을 겁니다. 왼쪽으로 조금비껴 들어 가서 보신 암자 기억하시죠?
  • ?
    월전 2002.11.29 20:04
    이야~ 클래식음악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군요.(^^)
    저는 지리산과 가장 잘 어울리는 교향곡으로 말러 교향곡 5번을 꼽습니다. 지리지리하면서도 벅찬 감동을 주는 것이 닮았어요.....삼한시대 이래 빨치산 토벌까지 전쟁 분위기가 나는 부분도 있구요. 이 교향곡엔 따로 부제가 없어서 제 나름대로 '지리산'이란 부제를 붙였지요.(^^)
    해석하기 나름이겠지만 1악장 서두의 트럼펫 독주는 일출장면을 연상시키고,,,(계속하면 너무 길어지겠어요)
    혹시 이 음반을 사시려거든 쿠벨릭이 지휘하고 바바리안
    심포니가 연주한 음반을 사세요. 지금까지 들어본 연주 중에 제일 좋게 들리더군요. 1981년 실황을 복각 전문 레이블인 audite(아우디테)에서 발매한 것입니다.
    연주시간 71분 34초. 제가 기술이 좋다면 음반살 필요없이 링크를 시키면 좋은데,,,,(--) 지리산에 가고 싶지만
    갈 수 없을때 이곡을 자주 듣습니다. 음악의 힘은 엄청나지요.
  • ?
    솔메거사 2002.11.30 00:01
    클라식매니아들의 격조있는 대화글이 부럽게 들립니다...^^
  • ?
    happ 2002.11.30 12:27
    따라~라 따라라라라 라라 라~라라라 베에토벤의 전원교향곡 고교시절 듣기 평가를 위해 외운 음악들 이름과 소리와 합해지는 몇 안되는 곡들입니다. 그리고는 제목은 관심없고 아 그냥 좋~다 하고 들어니 제목은 잘 모른답니다. 가끔씩은 이것이 무슨 곡일까 궁금한 곡도 있더군요. 음악은 마음의 에너지를 터치 해주는 역활을 하는 듯 합니다. 마음에 파장을 일으켜 때론 감동으로 때론 설레임으로, 애잔함으로............깊은 호흡으로 마음이 움직이지요.(happ 생각) 그 곳은 어떠한가요?
    저 사는 동네는 안개 짙은 토요일입니다. 이 같은 날에 생각나는 음악이 있네요. " Gloomy Sunday" (Budapest Concert Orchestra Foundation)
  • ?
    프리맨 2002.11.30 15:43
    아~ 답변 고맙습니다. 불일암이 소실 되었군요.. 10년도 전에 그저 방랑끝에 불일암에 며칠 몸을 의탁한 적이 있었더랍니다. 기억으론 눈썹까지 하얕던 주지스님과 또 한 분의 스님, 그리고 한분의 행자와 보살님 이렇게 살아 가는 조그만 암자에 제가 끼어들었던 게지요.. 몇 일간 밥만 축내고 일은 별로 거들어 드리지 못하고 노스님의 권유에 하산을 했더랬습니다. 언젠가 다시 찾아 가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감사합니다.
  • ?
    들꽃 2002.12.01 00:29
    국골로 내려오던 그해..아마도 가을이었지요. 양어깨 사이로 스치는 잎들을 느끼며 얼마나 행복해 했던지. 잡숲목을 헤치면서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보며 입안에서 터져 나오는 탄성을 주체 할 수가 없었죠. 원래 천천히 걷기를 좋아하지만 그때 아주 잠깐 뛴적도 있었지요.
    지금은 통제가 되어있지만 언젠가 그 잡숲목을 다시한번 헤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그때 이곳으로 오르는 사람이 인간이야? 했었는데...
    진원님 정말 그 여린 몸으로 오르셨단 말인가요???
  • ?
    이영진 2002.12.02 09:04
    알수가 없어서......
    도대체 <정 진원> 님은 어떤 분이신지...
    누구 아시는 분 있으시면 확 풀어줄수 없으신지요.
  • ?
    moveon 2002.12.03 23:32
    ^u^
  • ?
    parkjs38 2003.09.27 10:47
    이 영진님.. 7개월 반을 연구해도 잘 모르겠음..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2 산 이야기 지리산 10月 3 moveon 2002.10.31 1350
181 산 이야기 피*아*골 1 moveon 2002.10.31 1549
180 이야기 겨울 지리 계곡으로 다이빙 하다. 12 moveon 2002.10.31 1757
179 산 이야기 천왕봉 日出에 대한 小考 3 moveon 2002.11.05 1460
178 이야기 11月--가을엔 산수유마을에 안가나요? 8 moveon 2002.11.06 1597
177 이야기 두지동 *흙내* 6 moveon 2002.11.08 1399
176 이야기 陵線 4 moveon 2002.11.08 1392
175 이야기 Be as you were when we met. 6 moveon 2002.11.08 1645
174 산 이야기 남부능선의 남자무속인 이야기 11 moveon 2002.11.13 1861
173 이야기 변화. . . 7 moveon 2002.11.23 1340
» 산 이야기 佛日산장의 베에토벤 11 moveon 2002.11.29 1613
171 이야기 산이 거기에 있어 오른다.[?] 12 moveon 2002.12.05 1470
170 산 이야기 " 지는예~~~~지리산이 억수로 측은 합니데이~~" 5 moveon 2002.12.09 1818
169 산 이야기 같이 떠나 볼까요? 4 moveon 2002.12.16 1589
168 산 이야기 Attachment in Piagol--Winter 6 moveon 2002.12.20 1212
167 산 이야기 계속되는 지루한 이야기 .---Attachment. 9 moveon 2002.12.21 1128
166 이야기 An intermission--지리산 백배 즐기기 2 moveon 2002.12.21 1802
165 산 이야기 짧은 결말--Attachment 7 moveon 2002.12.22 1433
164 산 이야기 우연히 얻는 기쁨. . . . 지리산 유람 5 moveon 2002.12.29 2337
163 이야기 운남여행--첫 관문 7 moveon 2003.02.16 1347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12 Next
/ 12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