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길 잔치에 들다.

by moveon posted Oct 16, 200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지리산 목통골의 물레방아 입니다.


가을의 멋이 단풍놀이에 있긴 합니다.
화려함의 극치인 山들의 잔치에 참여하다 보면 한해를 잘 마무리 할 것
같은 자기 위안이 되기도하고, 잃어 버렸던 감성지수를 되찾기도 하고. . .
그런데 언듯 화려한 잔치에 들고나면 뒤에 어김없이 다가서는 허전함이
있는 것을 부인하지 못하시겠지요?
그래서,
그렇게 찾아드는 "가을 바이러스"를 치료하기 위해 단풍 잔치에다 덤으로
한가지 덧붙이자면 저는 한적한 시골길들에 대한 언급을 아니 할 수 없습
니다.
그것도 지리산 자락에 들머리마을들을 건너는 "길 잔치"에 대해서. . .
그 중 하나인,
이 길은 비지정,혹은 지정 등산로도 아니고, 또한 뭐 유명한  관광지를
끼고 있어서 관리공단이 눈독을 들일 만한 그런 곳도 아니니 안심하고
들어서서  걷는 데서 오는 소담스럽고 행복한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곳
입니다.

*평도*
"평도"라는 곳은 지리산의 가을 명소인 "피아골"입구 연곡사를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시작 되는 마을 이름입니다.
물론 이곳은 "전라남도 지리산 지구"가 되겠지요?
버스를 타고 가시다가 "평도 입구에서 하차" 해달라는 요구가 필요한 지명
이지요.
마을 안까지 포장된 급경사의 시멘트 길을 지나고 나면[하긴 이 길이 상당
한 인내를 요구 하였던 기억이 납니다.]한적하고 머뭇머뭇한 가을 햇살과
함께 고만고만한 마을 모습이 나타 납니다.
이렇게 해서 경상 지리자락인 칠불사 아랫마을 "목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가슴설레게 담고 걷다 보면 퇴락한 대문 삐죽이 열린 사이로 늘어지게 드러
누은 소들의 커다란 눈망울을 맞닥뜨리기도 하고 햇 고구마나 밤 같은 것을
삶아 마악 요기를 하려는 어여쁜 할머니들을 만나 뜻밖의 허기진 배를 채울
행운도 생깁니다.
마을이 아름다워야 한다든가 하는 속된 기대를 버린다면 오히려 아름다울 수
있는 길을 지나면서 "당치" 혹은 "농평"" 같은 마을 지나면 ,익숙한 계곡 끝이
보입니다. 지리산만이 가지는 범상치 않은 계곡 말입니다.
이미 이곳에 다다르면,
영,호남 즉,산 허리를 두고 두 지방이 나뉘 어 있으면서 공존하는 묘미를 비교
하게 됩니다.
역시 두 마을의 느낌--길의 시작과 끝--이 조금 다르니까요.

*목통*
오래되서 썩어 가는, 아니면 지금은 없어졌을  물레방아의 흔적을 만난다면 바로
그곳이 화개재로 올라 뱀사골 토끼봉으로 오를 수 있는 智異산행의 기점이 되는
"목통" 마을입니다.
그러나 이 때쯤 되면 산행을 할 마음은 사라집니다.
차분하기 이를 데 없는 "길 잔치"를 경험 한 후 이니까요.
예전엔,
길 초입에서 산나물도 뜯고 하던 할머니들의 흔적을 따라 칠불사에 들러서
잠시 휴식하고 돌아서 나오는 것으로도 만족 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
을 기대하긴 힘듭니다.
길이 아예묵어서 찾기 힘들어졌기 때문인데요.
그래도 도로를 따라 오르는 수고를 하느니 보다 잘 찾아서 옛길로 칠불사로
올라가 보는 것도 재미 있을 것 입니다.

"단풍잔치도 바쁜데 길 잔치는 무슨. . . "
하긴 그렇군요.[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