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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7.10.12 17:24

태백산맥과 팥죽

조회 수 106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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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선물해야 좋을까?"
좋지 않은 머리가 골똘해졌다. .


한숨돌리고,
태백산맥의 작가 초청 강의라는 것이"민족과 문학"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던
모 대학교에 들를일이 있어 겸사 겸사 상품권도 있다고 하니[ㅎㅎㅎㅎ] 절대로 작품의
이미지와  구분해서 실망하는 대다수의 말꾼이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 .
"갈길이 바쁜 사람"이라고 농담을 곁들이며 연신 시계를 팔목에서 풀어 놓고 시간
을 재는 모습이 가슴이 아프다.ㅎㅎㅎㅎ
돈을 받고 다니는 말쟁이가 안되려면, 그리고 민족과 문학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놓고
자라나는 나라의 기둥들을 정말 다독거릴 마음으로 무대에 섰다면 보여주지 말았어야
할 최소한의 예의를 그가 놓치고 있다고 생각하니 "정치가가 양심있기를 바라지 말라"는
어록을 남기며 분위기를 이끌었다고 스스로 만족하는 그의 재주가 싫어 졌다.
그 바쁜[?]시간에 시간내어 아내를 소개 시키는 기지를 발휘한 것도 지극히 상식을
넘어섰다는 안타까움만 낳았다. [후배생각]
I knew it
유명인들의 autogragh이라면 절대로 놓치지 않는 후배는 이번에는 단호히 그를 외면
하고 돌아선다. . .
왜 그랬니? 라고 묻지 않았다.

                                  


                                                     


아!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먼저,
그 농협엘 들러 보았다.
생각보다 크고 직원도 20여명이 넘을 것으로 보이는 곳에 먹을 것을 사다주는 일
같은 것은 너무 흔한 일이라  시간을 기다렸다.
거리에 쓰러진 노인을 뒤범벅이 된 얼굴의 피를 닦아 주고, 연락처를 묻고
약을 발라 주었다는 사람이 농협 직원이던 것 같았다는 어머님 기억에 의지해서 . .

그곳의 상무님께서 그날 고마운 주인공이었다고 한다.
현장에 계시질 않아 명함을 받아 들고 일단 방문해서 감사를 전하더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왔다.만기가 다된 작은 금액을 맡기는 계좌개설로 고마움을 대신 했다.
빚을 갚고 돌아오는 기분이라 높이 들여다 본 가을 하늘이 한없이 상쾌하다.

동네의 이모저모를 살피다 아름다운 老松 앞에 넋을 잃는다.
참 멋지구나. .

아래로 시가지가 한꺼번에 내려다 보이는 곳에 깨끗하고 웅장한 암자가 지어져
있어서 법당에 들러 부처님께 인사를 한다.
마음이 다다르는 곳에 원하는게 있다는것은 행복이다.
번거로이 특별한 절차 없이  이렇게 스승의 품안에 들 수 있는 행운이 있을 지를
상상 못했었는데. . . 서서히 도심속의 전원이 숨쉬는 이곳도 마음에 들어온다. .

인연을 맺는 것이란 그래서 필연일 수 밖에 없다. . .

팥죽이나 먹으러 갈까????
순애 팥죽집. .
배짱도 좋게, 중년여인이 하는 자그마한 팥죽 집은 분위기를 뭐 다듬거나 한 그런
집은 아니다. 단층집을 그냥 개조해서 작은 구멍가게 같은 그런 그런 집이었다.
가게 앞에는 빨래도 널고 혹은 올망졸망 야생화를 심은 분과 시멘트 바닥이 부조화
한 것이  털털한 주인의 인심을 믿고 가는 수 밖에 없을 집이었다.
"팥 칼국수 가격이 1500원이나 올랐네요?"
"선배 언니가 아파트 단지 내에 또 팥죽집을 개업했는데 그곳에 많은 손님을
가게 해 주기 위해서 그냥 큰맘먹고 팥죽값을 내가 올려부렀소.. .배짱 두둑하다고
사람들이 놀리지만 나는 내 멋에 사요. "
"그러면 그 집에선 3500원이겠네요. . ?"
이해 되지 않은 말이라 장난이라 여길뻔했다. .그러나 속속들이 설명하는 그녀의
말에는 감히 범하지 못할 당당함과 너그러움이 묻어 났다.
"그래도 내가 그런맘을 묵은 것을 알았는지 손님이 예전보다 더 늘었네!"
눅눅히 곰팡내 나던 마음에서 선선한 바람이 불어 난다.
"물도 맛이 있네요. .주인님 마음때문에. . "


작가는 글만 쓰면 되고, 팥죽집 사장님은 팥죽만 만들면 되는 거지 뭐.

가을미인 차꽃이 우연히 잎파리 뒤 쪽에서 다소곳이 나고 시선이 조용히 아래로 향하는
것에 까닭을 물을 수는 없지. .


                                            


                                                    

아!!!상품권 추첨은 당연히 안되었다.
비데가 걸려 있기도 하고 레스토랑에서의 식사권도 있고 다양하더니만 혹시나 하고
기다린 보람이 전혀 없었다.

크.게.웃.다


아니?
너를 생각할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소유하고 싶음이 아니라는 거. .
보.고.싶.다........
지금 너를 보고 있다. .
행복하다.


꼬맹이가 울고 있다.
분홍색 옷에 단발머리. .
바람도 제법차다. 그리고 밤이다.
"왜 울고 서있니?"
"엄마 기다리는데 언니가 텔레비젼 보느라 나보고 마중나가 있으랬어요."
손에 천원짜리 꼬깃하게 쥐고. .
자초지종이 설명이 안되는 유치원생인데. .
"엄마 전화번호 아니?"
"네"
"너 아줌마 한번이라도 본 적이 있지?
"네"
"그럼 아줌마 안무섭지?아줌마네 가서 엄마한테 전화하자."
"네 "
늦은 밤 엄마를 기다리는데 왜 4학년이 되는 언니는 집에서 텔레비젼 보면서
동생을 안챙겼는지 모르겠다. .
그냥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와서 엄마하고 통화하게 하는데 유치원생의 머리에서
조그만 입술로 새어나오는 전화번호가 너무나 명확하다. . .
방에서 들여다 본 아이는 화가난 얼굴이 아니라 서러운 얼굴이다. ㅎㅎㅎㅎㅎ
잠시후 전화를 받은 엄마는 언니를 보냈다. .
무슨일인지 설명이 안된다. .
하여간. . .
아이를 기르는 엄마는 밤에 너무 오래 밖에서 놀면 안된다. . .
"내일 날 밝으면 유치원 다녀 와서 이모 집에 놀러 오련?"

바람이 차건만 더더욱 네가 보고 싶다.
영원히. . . . 그리움으로 남을 네가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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