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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7.02.14 15:31

누군가 내게 묻는 다면. .

조회 수 1742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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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첸--

조금 늦은 저녁에 어머님을 방문하게 되었는데 대문에서 벨을 누르고 기다리다
어머님을 보자 장난기가 발동을 했습니다.
"여기 할머니를 뵈러 왔는데요."
눈이 어두우신 어머님은 조심스럽게 이상한 방문객에게 다가서서 묻습니다.
"내가 이 집 할머니요만 누구시오????"
"네 저는 이 집 하나밖에 없는 딸인데요."
"네? 우리 딸요? 우리 딸은 여기 안사는디. . "
나야 나!!!엄마는 딸 목소리도 모르셔???
우당당탕 웃는 소리에 강아지들도 합세합니다.
우왕왕왕왕. .


간혹 걸려오는 전화에다 대고 걸죽한 남자 목소리로
"누구쇼???"하는 저의 장난에도 사람들은 당황합니다.
왜???나만 항상 즐거운걸까???
사람들은 늘 무겁습니다.. . .
표정이 . . 말투가. . .그리고 생각들이. . .
수시로 하나하나 삶의 편린들에서 행복한 기운을 묻히고 사는 나의 방식이 때론
전혀 낯설어지는 주변을 볼때. . 같이 무겁게 내려 앉는 자신이 싫어서 저는 사람을
더욱 멀리 하게 되는지 모릅니다.
중학생만 되어도 이제는 천진한 웃음을 댓가 없이 보여달라기엔 세상사가 요구하는
상식의 부피가 커진 탓일까요????
작은 웃음거리가 없어져 버린 세상. . .

오늘은 갑자기 "푸첸"이 생각났습니다.
불친절이 대명사가 되어 버린 티벳 라사의 여기저기 상가와 숙소의 분위기 속에서
푸첸은 작은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자매 중 동생입니다.
물론 언니도 상냥했지만  영어를 알아 듣는 솜씨때문에 사람들은 푸첸을 더 기억합니다.
눈만 마주치면 웃음을 띄우던 그녀를  편안하게 생각되어 먹을 것이 없는데도 저는
식사를 해결하러 그곳으로 갔습니다. 위가 거부하는 치즈 케익 같은 것을 시켜서
허기만 메우고 돌아오는 행동을 반복하게 될지라도 저는 작은 미소를 찾아 그녀 집에
자주 들렀답니다.아마 어린아이 같이 작은일에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나이 값을 못하는
그 천진함이 유일하게 통하는 동질감 때문 이었겠습니다.이국에서 느끼는 외로움이
위로 받을 수 있었던 탓이겠지요?

길따라 올라가는 대현이 조차 인사하는 모습이 무겁습니다.
"워이!!!대현이 오늘 학교에서 잘 지냈어????"
인사하는 대현이에게 화려한 응대를 보내고 나서 멋쩍어 졌습니다.
대답하는 표정이 그냥 어른 처럼 굳어 있어서 입니다.
아!!!!왜 그럴까???
저 어린애는 뭣때문에 얼굴에 웃음이 일지 않는걸까?

우리 밀가루로 호떡을 해먹으려고 반죽하는데 수입 밀가루보다 훨씬 쫀득거리는 통에
기분이 너무 좋아진 나하고는 전혀 상관도 없이 세상은 지나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화가 꽃봉오리를 열심히 맺어 가고 있습니다.
저토록 환상적인 생물이 세상에 있다니. .  
저 단단한 나뭇껍질을 깨고 섬세한 꽃봉오리를 세상에 밀어내는 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상상만 해도 너무나 행복한데.. .
멀리서는 오는 소식으론  우리나라에서 제일 먼저 홍매가 피는 그 사찰의 매화가 피어났다
맞는 삭풍에도 여전히 의연하고 아름답답니다.
이 즈녁에 흰눈이라도 내린다면  雪中梅花의 초연한 아름다움에 가슴이 쿵쾅거릴것인데. . .
그럴때 가지는 자연에 대한 깊은 경외심은 저절로 닫힌 눈매에 미소를 던지울  터인데


누군가가 내게 묻는다면?
세상을 살아가는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이자 힘이  뭐라 생각하세요? 라고??
"죽을때 까지 천진스러움이 사라지지 않을 성품" 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 .

매가 날아다니더니 오골계 암탉이 한마리 사라졌습니다.
털이 여기저기 흩어진 것으로 보아 "매'나 더 큰 새들의 침탈이 원인이었다고 합니다.
사냥하시는 분들이 꿩이며 다른 들짐승들을 싹쓸이 해가는 바람에 숲속에 있었야할 큰
동물들도 이제 민가로 점점 더 행동의 범주를 넓혀 가고 있습니다.
생태계의 큰 반란이라고 보아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저의 입장에서 보면. .
달/걀/이 /하/나/ 줄/것/ 같/습/니/다./
ㅎㅎㅎㅎ










  • ?
    하해 2007.02.14 17:42
    ㅎㅎㅎ 머지않아 진원님 식단에 큰 위기가 도래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골여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생태계의 균열이 심히 우려됩니다.
  • ?
    산도깨비 2007.02.14 22:12
    진원님은 성품이 진즉 "죽을때 까지 천진스러움이 사라지지 않을 성품"일거 같으시네요...행복한 날들이 되시길...
  • ?
    야생마 2007.02.14 23:44
    해 맑은 티벳의 여인 아름답네요. 색동무늬 알록달록 앞치마 두른 쭈글해진 얼굴의 티벳의 아주머니,할머니들도 그립군요. 여러나라 다녀보면 천진스러운 장난이 잘 통하는 곳들이 있지요. 그곳 사람들은 많이 부족해도 대개 행복한 모습입니다. 이방인에게 미소를 아끼지 않는 사람들. 달걀이 더 이상 줄지 않길...^^
  • ?
    오 해 봉 2007.02.15 00:00
    요근래 진원님네 식구가 둘이나 줄어 버렸네요,
    검은염소 검은오골계,
    닭장에 그물이라도 둘러야 겠네요,
    연로한 어머님께 응석부리는 딸의대화가 저절로 웃음이 납니다,
    그깟 달걀보다 대현이한테 구구단이나 가르쳐 주시지요,
    성주님 좋은설 맞으세요.
  • ?
    섬호정 2007.02.15 19:06
    진원님 즐겁습니다 님의 유모와 천진스러운 성품이 아름답습니다 그런 마음이 지리선녀 진원님을 지켜가니 이 곳은 선녀의 지대방입니다



  • ?
    선경 2007.02.18 05:08
    유우머는 여유로움의 멋입니다~~~진원님 날로 건강하심이
    참으로 좋아요~~~자연과 더불어 늘 천진스러움함께 하세요
    즐거운 명절 보내시고요~~~
  • ?
    햇님 2007.02.18 21:20
    그래요 이제부터 시작이겠지요. 꽃대를 밀어내는 그 이쁜 것들의 향연이 복수초, 상사초, 수선화 ...칼날 같은 추위를 잘 견뎌냈으니 암요 상을 주어야지요. 풍성하게 존재하는 진원님 참 맑습니다.
    작은 소리 하나에, 향기 한 줌에, 글 한줄에 너무나 기분 좋아지는 일이 잦은 햇님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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