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2002년 겨울 지리山 연하천--그곳에만 있는 특별함.

by moveon posted Jan 1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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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치--훨씬 밝은 색상들로 이해하시면 그림이 되겠습니다.

연하천을 없애려 한다?
아니 연하천 산장을 없애려 한다.
그런데 내게는 연하천을 없애려 한다로 여겨졌다.

고즈녁하다.
늘 쉽게 오르기 힘든 곳이어서 낭만적인 상상력
만으로도 기분이 좋아 지는 곳이다.

*어치*[어느 분의 지적으로 이름 고쳤습니다. 죄송합니다.]
황갈색--머리와 배
흰색 --몸통의 일부
까만색--꼬리

그런데 이것으로 부족한 독특하고 어쩔 수 없는
깃털이 더 있다.
눈에 뜨이지 않을 아주 조금을 차지 하면서도
깃을 펼치면 눈부시게 빛나는 것이 하얀 눈밭에
신기루 같다.
하늘색이다.
배와 꼬리 사이에 몸통의 옆부분에 아주 조금
섞여 있는 그러나 그것이 없이는 절대로 안될 것
같은 비중으로 돋아 있다.

아주 가까이 날아 들었다.
오히려 오래전부터 연하천 대피소의 마당이 그네들의
놀이 터 였던 것 같다.
가까이 살펴 볼 수 있어서 특별한 기분이 든다.
그러다 문득. .
이곳이 없어 진다면?
서운해라. . .
싸우는 것은 싫지만 잘 싸우는 의식있는 분들의 노고로
이 공간이 지켜지면 좋으련만. .
저 새를 불러 들이는 것은 바로 이렇게 배어 나오는
사람의 흔적 때문일 텐데. .

그런데 저 산까치들의 몸짓은. . .
오메 반하겠네. . .

*정적을 깨는 소리*
어찌 이리도 정겹던가?
누군가 매달아 놓은 풍경 소리가 깊은 산사의 툇마루를
생각나게 한다.
아니다.
이곳이 그야 말로 구도의 절대 공간이 아니고 무엇
이겠느냐?
거대한 산록 한 가운데 떨구어진 깊은 적요의 공간. .

팔이 하나인 산꾼이 건강한 웃음으로 산장 지기와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따뜻한 차 한잔이 그들을
묶어 놓은 듯 이야기가 길다.
돌아서 오면서 갑자기 옛 기억에 사로 잡힌다.
오래전,
처음 지리산을 만날때에 마악 불행을 당한 외팔의 모습을
하고 山을 찾았다던 인연이 기억났다.
아차!!!!
만일 소설처럼 인연을 엮어 만든다면 어쩌면 저 이는
그 때의 그 사람일 수도 있겠다.
구차한 상상력이 정말 그 때의 모습을 닮은 사람인듯
길고, 아련한 착각을 하게 한다.

山이 무엇인들 주지 못하랴?

*산장지기*
홀로 있던 산장 지기에게 일부러 묻는다.
"식사는 하셨나요?"
그냥 그래야만 할 것 같아서. . .

물가에 만들어 놓은 雪집이 두어곳 구멍이 났다.
누군가의 천진스러운 창작품인지 그 앞을 지키는 눈사람은
멋진 고무장갑을 끼고 내내 웃음이 짙다.

행복이라는 것이 단순하다고 한다.
마음먹기 달렸다고.. .
그렇다면 지금 난 행복 한가 보다.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이라면 엄두가 안날 무척 순박
하고 정감있는 대접을 받고는 눈물이 나올 지경이다.
아까 외팔의 산꾼에게 내어 주었던 바로 그 따스함.
한약 내음이 구수하고 깊은 차를 내어 오는 그니의 손에
이 山, 이 계절, 이 순간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외롭고,
조용하며,품격있는 친절이 묻어 있다.
얼굴에 함박 지어진 그 웃음 속에는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고 보살 펴 줄 것이라는 觀音의 미소 보다 더 진지한
애정이 느껴진다.

*나는 요즈음 형이상학속의 모든 정신적 구조물들을 적절
히 파괴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오늘 관세음 보살은 산장지기의 무심한 웃음 속에
뭉개지고 없다.

사각거리는 무엇인가가 내리고 있다.
예보된 비도, 눈도 아니다.
그냥 뭔가 내린다.

구상나무의 시원한 모습들만 남은 명선봉이 마치 실랄한
여름을 뿜어 내는 것 같다.
배경색으로 쌓인 눈은 이미 계절을 나타내기에 미흡하다.
이런!!!! 지금은 겨울이지. . .
난 가끔 지리산에서 時,空을 잊는다. 病이다.
봉우리 위로 눈 구름이 잠시 들어 섰다 사라진다.
고개 돌리니 천왕봉 쪽이 심상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