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초파일 밤

by moveon posted May 12,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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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파일 밤
                             김동리


절 구경 가신 이는 오지 않는다
보리 이삭 오르는 들녘 저편
검은 강물 위로 버들개지가 내리고
보리밭둑이 있는, 검은 강물이 있는,
어디서는 어린 가시내가 흐느껴 운다
가시내의 흐느낌은 산으로, 또 물로
산에서 들불이 되어 켜지고 싶은데,
강물이 되어, 강물이 되어 흐르고 싶은데
등불이 꽃송이처럼 피어 있는
절은 저승처럼 멀고, 초롱 꺼진
마을 위엔 은하만 차디차다.



그를 어둠에 떨어 뜨려 놓고 돌아설때,
아!!
안 볼 것을 보았나 보다.. .


"햇차"를 맛보게 해드릴게요. . 하였단다.
그녀는 혹해서 정신이 없다.
아!!올해 처음 마셔볼 햇차의 유혹은 역시 내게도 주효했으니. . .
서울서 온 손님의 자동차는 천정에 창문이 달린 커다랗고 괴물 같은 검정색외제차
여서 그녀는 절대로 그 창으로 보는 달리는 하늘을 놓치고 싶지 않아 했다. ㅎㅎㅎㅎ
이럴때 내가 조금 소박하다. . 자동차는 유럽에서 본 딱정벌레 같은 차가 귀엽고
좋다는 생각을 하니까. . 문을 열고 닫는 것이 힘이 든다.
이런 자동차 사고나면 목숨을 보호하는데는 유용하다던가???
덩치를 보자면 믿어진다. 그렇게 보면 사람목숨도 돈의 많음과 적음에 영향을 받는
다는 이론이 서서 기분이 좋지 않다. . 죽음도 불평등하다고??? 안되지~~~

마음을 털고. .
스님 두분은 형제이시단다. .
닮은듯 닮지 않았음도 오히려 장군같은 동생 보다 여려보이는 형의 모습이 조금 아련
하다.
식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은 형님 스님의 길이 더 멀었다. . .
동생은 차가 있어서 돌아가는 길이 쉽고 거리도 가깝다.
형을 바래다 주는 동안의 검은 밤 길은 이미 다 져버린 봄꽃들 만큼 그리운 모습으로
커다란 덩치들이 되고 비만해져서 거리와 산하를 움켜쥐기 시작하고 있다. .

깜깜한 큰 절은 도무지 낮에 보는 간소하고 정갈한 장소같지가 않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미로 처럼 헤매다 도착했다.
태워다 준 수고때문에 차를 대접하시고 싶으신 모양 이었지만 동생의 그곳과 형님의
그곳의 차이를 우리는 안다. 시간이 너무 늦어있기도 했고. . . 그 마음이 착하고 순히
밀려와서 다시 마음 아프다.. .

"이 길을 말입니다. 여러해를 이곳에 살았어도 안거기간이 이른 봄까지라  벗꽃이 핀다
는 사실을 알지 못했더란 말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선거가 있고 또한 발목을 삐어서
병원에 가야해서 절을 잠시 벗어나게 되었는데 세상이 온통 꽃잔치더란 말입니다.
깜짝 놀랬습니다."
그랬을 것이다. ㅎㅎㅎㅎㅎ
봄이 오는 것을 태어나 처음 본 것 처럼 가슴이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를 내었을 것이다. .
뜻하지 않은 곳에서 불국토를 마음에 경험하기도 하는 것이 수행의 즐거움이다..
이속의 경계가 단 한 숨 돌리는 경지라. . .

천정에 달린 창문 열어 보이는 초생달을 반기시던 스님의 모습 천진하던 모습은
자동차 라이트에 그 뒷덜미를 내어 주는 바람에 파리한 깎은 머리를 . . 가녀린 목선을. .
외로움이 깃든 조용한 발걸음을 다 들켜 버린다. . .
남겨지게 되어 버린 깜깜한 절집의 헛헛한 수행자. .
모습위로 잠깐 활달하고 호쾌한 동생 스님의 모습을 덧발라 보고 마음을 추스리지만. .
깊은 나의 병은 잔잔한 슬픔을  밀어낸다.
신 세대 스님이여!!걱정 말어!!!요즈음은 수행도 즐거움이라니까. .
*
조주 선사가 막 도착한 스님에게 물었다.
“그대는 일찍이 이 곳에 와 본 적이 있는가?”

그 스님이 말했다.
“예, 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자 조주선사가 말했다.
“그래? 그러면 차 한 잔 들게나.(喫茶去)”

다시 조주선사는 다른 스님에게 같은 질문을 하였다.
그러자 그 스님이 말했다.
“아니오, 와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자 조주선사가 말했다.
“그래? 그러면 그대도 차 한 잔 들게나.(喫茶去)”

그러자 그 이야기를 들은 원주가 이를 의아해하며
조주선사를  찾아뵙고 여쭈었다.
“어째서 스님께서는 와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도 차를
권하고, 와 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차를
권하신 겁니까?”

그러자 조주선사는 ‘원주야’ 라고 원주를 불렀고,
원주는 ‘예’ 하고 답했다.
그러자 조주 스님이 말했다.
“원주, 그대도 차 한 잔 들게나.(喫茶去)”*

사족:조주 선사는 唐나라때의 유명한 禪僧


"이런마음 표현해도 되나?"
"뭔데?"
"왜 마음이  짠~~~하냐??? 홀로 두고 가려니. . . "
"내려 줄까???다시 가서 데려 올까?"
두 사람의 핀잔은  아무렇지도 않다.
아직도 가슴이 따뜻해진다는 부드러움이 남아있다는 아니 절대로 사라지지 않았다는
기쁨이어야 한다. ..

그녀의 행복한 수다가 막바지에 도달했다.
집에 다왔나 보다. . ㅎㅎㅎㅎㅎㅎㅎㅎㅎ

계류따라 마음따라 달롱 달롱 수백개의 부처님 마음같은 연등이 켜지는 오늘밤은 축제
이길 바란다. . 본래 우주이자 하나뿐인 그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 줄 것이다.
오늘은 초파일 밤이다. . .
Happy 聖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