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우리 토종 들풀과 잡초 그리고 야생화

by moveon posted Jun 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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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와서 봄부터 땅이 뱉어 놓은 몇몇 들꽃들을 발견하고
하나 하나 주워 모아 오래된[3-4백년]은 된 기와에다 흙은
얹고 길에 버려진 죽은 이끼를 덮어 모아 두었습니다.
사람들은 잡초라 믿었던 그 모든 것들에 이름이 있고 풀 따위
에 불과한 것들을 소중이 키워나가는 절 보고 "오히려 시골에
서는 농사에 피해만 주는 풀들이라 버려야 할것"들이라면서
순진하다는 듯 웃어 대곤 했었다.
그런데,
고추를 심어 놓고 깨끗이 갈아 놓은 땅에서 잡초라 불리는 것
들이 돋아나기 시작하면서 어머님께서는 "어릴때 뽑아라 더
크면 힘들어 안된다." 하시더군요.
처음엔 너무 연약한 것들이라 무시하다가 정신 차려 보니 너무
자라서 매어 주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더군요.
이미 깊은 뿌리가 자리해서 도저히 호미로는 되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힘이 들었지만 결국은 제대로 된 뿌리는
뽑아 보지도 못했습니다.
철퍼덕 밭고랑에 앉아서 가만히 살펴보니 우리의 들풀은 꽃이
피고 잡초는 꽃이 피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말하자면 꽃이 있는 것들은 뿌리가 그다지 깊지 않아서 쉬이 캐어
지기도 하는데 정말 잡초라 불리워질 것들은 따로 있더라는 말
입니다.
꽃이피는 우리 들꽃과 잡초의 구분을 정확히 배운 날이었습니다.
꽃을 피우는 것들은 결코 해를 끼치는 것들은 없었습니다.

요기저기 야생화 농장이라는 것이 생겨서 홀로 지리산을 더듬고
이산 저산을 더듬으며 도감을 들고 다니던 저의 옛 모습은 너무나
낭만적인 역사가[?] 되어버린지 오래라 그 농장이라는 곳엘 잘
안갑니다.
간혹 바람을 쐬러 가서 구경만 하고 오지요.
외국 이름이 대부분이고 너무나 앙징 스럽게 꽃을 크게 변종하고
다 각도의 노력으로 현대인의 입맛에 가깝게 만들어진 꽃들은
야생화라 불리워져서는 안되는 모습으로 화려 하게 피어 있습니다.
굳이 들풀로 만족하겠다는 내게 후배가 하나 사서 들려주던 "트리안"
이라는 관엽식물을 들고  돌아왔습니다.
물양귀비를 한촉 사구요. 수련은 누군가에게서 얻었는데 제가 사는
곳이 환경에 맞지 않는지 잎이 나고 나서 자꾸 말라 죽고. . .
하여간,
가지도 잘 뻗어 나가고 물을 좋아한다는 트리안을 저의 빈약하고
소박한 들풀들 사이에 놓았습니다.
아!!!!
전혀 안어울림. .. 이라는 표현이 바로 터져 나옵니다.
주변환경이 열려 있는 공간이라 모든 것이 잘 표현 될 듯 싶더니. .
지금까지 빈약하다고 여겼던 나의 들풀꽃들이 얼마나 나의 집과
산.내.들에 잘 어울렸던 것인지 이미 그 어울림을 알고 있었던 나의
예지력[웃음]에 가슴을 제치고 웃었습니다.

썩은 나뭇토막에 도라지 순을 심고,
단풍나무 순도 심고,
자귀나무 순도 심고. . .
맥문동 몇줄기 심고. ..

너무나 많은 종류의 외국 야생 꽃들이 밀려드는 세상이니 잘 다듬
어서 화려하게 치장한 그 정성속의 산물들이 오히려 현대인의 구미에
맞을 수도 있겠지만 역시 저만의 생각으로 꾸미는 저의 작은 정원의
한켠 속의 풀꽃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어찌 등한히 할 수 있겠어요?


"좀마리꽃"이라는 제목의 시집을 내어놓은 육순의 여자시인이 있었
답니다.
마주앉아 이야기 하다 그 꽃을 안다고 말하고 화가의  집 뜰을 뒤져
바위틈에 숨어 보기힘들었던  그 꽃을 가져다 드렸더니 너무나 기뻐
하던 모습을 보고 저는 조금은 수다 스럽고 어쩌지 못하고 배어있는
그분의 통속적인 부분을 금방 용서해 버렸습니다.[웃음]
어쩌면 그 작고 하찮은 들풀을 알게 되었을까???????

"마음과 몸이 몹시 어려운 상황"에서 였다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때 자연에게서 위로를 받는 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