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들고양이 체포 작전

by moveon posted May 08,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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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곳의 정원의 일부

봄은 온갖 소리들과 함께 흘러갑니다.
밭가는 소리, 닭들의 홰치는 소리,개구리 소리,꿩들의 구애,밤 소쩍새의
구슬프고 애닯은 읊조림, 휘파람 새의 경쾌한 노래,부엉이 소리. . . .

약속한 오골계를 병아리 몇마리 가져다 닭장을 짓고 잘 키워보리라 다짐
했더랍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튼튼하게 지어서 아직 어린 관계로 사료를 주고 물을
주고 정성으로 첫날밤을 맞게 하려 애를 썼지요.
그런데. .
다음날 아침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답니다.
처참하게 목이잘리고 등등 안타까운 모습으로 한마리가 죽어 있는 겁니다.
아무데도 침범한 흔적은 없는데 이상한 일이었어요.
처음 집에 이사올때 부터 간혹 밤에 부엌 앞으로 어술렁 거려 간을 서늘케
하던 들고양이를 의심했지만 설마? 아마 다른 짐승의 짖이겠거니 했답니다.
다시 닭장을 단도리 하고 오늘은 그런일이 없겠지? 하고 잠이 듭니다.

화장실 가는 곳의 풍경[웃음]

아이고!!!!!
이게 무슨일입니까?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계속 어린 병아리가 죽어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알고보니 다른 집들은 너구리라는 놈이 가끔 나타나 눈독을 들이다가 사라
지고 혹은  닭을 놀라게 해서 밤에 소동이 나고 했었다는데 그래서 너구리
짓일 수 있다는 잠정 결론 아래 할 수 없이 덫을 놓기로 했습니다.
어리고 귀여운 생명을 처참하게 죽여놓는 살벌한 침입자를 엄벌에 처할 것
이 그 방법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그것도 또한 죄를 짓는 듯 가슴이 아프긴
했지만 도무지 정체를 알아야 했기에 작전에 들어갔습니다.
어른들이 밤에 두번 정도 주변을 검사하고 덫을 적당한 곳에 놓고 다시
밤이 지나갑니다.

유난히 밝고 고운 소리가 풍성한 하모니를 이루는 세상에서 한 곳 밖에
없는 나의 작은 성의 아침 . . .
가슴졸이며 둘러보다가 드디어 닭장으로 다가 갔습니다.
만일에 정말 무엇인가가 덫에 걸려 들었다면 그것을 어떻게 처리 할 것인가?
즐거운 여늬 아침과는 다르게 온갖 아름다운 소리들이 공포의 전주곡 같습니다.[웃음]

으악~~~~
세상에 너구리가 아닌 들고양이 ,바로 나랑 서너번 마주친 그녀석이었습니다.
도둑고양이라고 하는 버려진 고양이가 마치 커다란 덩치를 어찌하지 못하고
덫에 걸려 있었습니다.
나쁜녀석 같으니라고. . . . 뭘 먹었길래 저렇게나 크다냐?
아니야. 버려진 그 자체가 가엾은 일이지. . .
아이쿠 얼른 알려야지. .
남자분들이 오시고 그 녀석이 멀리 끌려가고 덫도 철수 되었지만 여엉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역시 한마리의 병아리가 그녀석의 횡포에 죽어 있었더랍니다.
세상에 내 마음과 정성으로도 안되는 일은 부지기수일테지만 저런일은 가능하면
없었으면 했는데. . .


배신감을 가져야 되나요?
지난 가을 국화를 주시기로 하신 할머니 집을 다시 찾았답니다.
이젠 국화를 주실 생각이 없는 듯 보이십니다.
으앙~~~~다음에 훔쳐 갈거야~~~~ 복수할거야~~~
다시는 할머니들 안믿어야지. . .
"시골이라도 다 순수한건 아니예요. 얼마나 약은 사람이 많은데요."
동네 아낙의 소리가 믿기지는 않지만 나는 배신에 몸을 떱니다.[ㅎㅎㅎㅎㅎ]
농사를 짓는다는 구체적인 생각 자체가 없지만 시골 생활의 흙을 만지는
그 기쁨을  저도 이제 서서히 느낍니다.
그 뙤약볕 아래서도 나이드신 할머니 할아버지 들이 절대 버리지 못하는
땅에 대한 집착은 어떤 것일지 궁금했었답니다.
제가 겪고 제가 힘들어 보고 제가 기다리는 마음이 되고서야 흙에는
인간이 자연스레 집착을 갖게 하는 묘한 힘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내친김에 저도 농사를 벌려 놓았습니다.
ㅎㅎㅎㅎㅎㅎ
고추밭을 가꾸었지요.
그리고 가지도 심고, 호박도 심고, 방울 토마토도 심고 이제 내일은 상치를
씨뿌릴 거랍니다. 아참! 오이도, 참외도 조금씩 심었습니다.
집주변에 작은 폭포를 두개 만들고 보니 어느새 다래가 꽃을 머금고 산뽕나무
의 열매 오디 등이 마치 요술처럼 나타나 나무그늘아래 꼬옥 달려 있습니다.
아!!!!!!
정말 부자가 된 느낌입니다.
그런데 배가 고파 밥을 먹을까 둘러보니 이런!!!어수선한 일상에 만들어진
반찬도 없고 맨날 익은 김치에 간장에 비빈 밥이 전부이군요.


제가 일군 고추밭입니다.
너무 많죠?ㅎㅎㅎㅎㅎㅎ올해는 제가 기른 고추로 김장도 한번 해볼겁니다.
어머님께 선물도 하구요.

내일은 시장을 좀 보러 가야겠어요.
얼굴에 상처는 역시 흉터로 남았습니다.
약사도 괜찮을 거라고 해서 그냥 쉽게 생각했더니. . .
그래도 괜찮습니다.
살다보면 그럴일이 한두번 이겠어요?
손이 이곳 저곳 벗겨지고 데이고 야단입니다.
히멀건하던 손은 까맣게 타서 주변 아낙들이 오히려 안타까워 해주고 있답니다.
저! 참 행복한 시간들 보내고 있습니다.

비 개인 후의 햇살이 참 아름답군요.
고추밭에 부족한 물 주러 갑니다.
후레쉬 들고 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