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겨울 장날

by moveon posted Feb 2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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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장날 풍경



헉!
라면으로 점심을 때운게 며칠이나 된다.
김치, 달걀찜,명태찜, 해먹을 요리는 한번씩 해먹었는데 요즈음은
무엇을 먹어야 할까가 늘 고민이다.
새삼 늘 먹을것 성가스럽지 않게 돌보아 주시던 어머님께 감사의
마음이 든다.
오늘은 게으름을 떨치고 춥다춥다 하는 이 날씨를 거슬러 장에
가 보기로 했다. 1일과 6일이 장날인 이곳은 그러나 그렇게 사람이
붐비거나하는 큰 시장은 서질 않는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생선이나 그러그러한 영양 섭취가 가능한 물건
들은 사기가 어렵다.
그래서 사람들은 근처의 도시로 시장을 보러 가곤 하는가 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집에서 만든 우리 옛날식 찐빵이다.
6개에 2000원. . .
배가 고프지 않는데도 덜컥 집어 산다.
이상하게 집에서는 먹는 것에 손을 잘 안대는데 꼭 외출시에는
과식을 하는 편이다.
이것저것 맛보기를 좋아해서 탈이 나기도 하고. ..
우선 찐빵을 집어들고 시장을 둘러 본다.
두부, 콩나물,풋고추,팽이버섯 그리곤 살게 없다.
고기를 먹기 좋아하면 익은 김치에 돼지고기 넣고 김치찌개가
제격일 시기인데. . . . 하여튼 그렇게 손에들고 농협에서 일을 보고
집으로 온다.
시골길의 매서운 바람이 사람의 마음의 때까지 쓸어 가 버리는듯
하여 기분이 참 좋다.
그 기분에 한껏 취해 추운줄 모르고 흥얼거린다.
갑자기 누군가 뒤에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 . . .

이모님
바로 옆동네에 이모님댁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설날 조차 찾아가
보질 못했다.
이것 저것 돌보아 주시고 싶어서 가져다 먹으라시는데도 한번도
가보질 못한게 죄스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고 그냥 어리광처럼 이모님
을 껴안는다. . .
"아야 건강하냐? 어째 한번도 안오냐?"
일제강점기때 학교에서 일본인 한국인 통털어 가장 공부를 잘 했다는
그래서 조선 총독부 상까지 받았었다는 이모님은 10년도 더된 전에
뇌 수술을 받았었다. 그러나 진통제를 거부 하면서까지 끈질기게
병마와 싸워 지금은 건강을 완전히 되찾으신 분이다.
불심이 깊어서 인지 같은 시기에 수술을 했던 몇분들은 모두 타계를
하셨다는데 이모님의 상황은 기적이 가깝다고 들 했다.
동네분들 몇에게 우리 조카라고 설명까지 하고 반가움에 미소가 한
가득이다.
부득부득 이모님 집에 가는 것을 거부하는 나를 뒤로하고 가시는 모습
에 살아있다는 것이 참 좋은 것이구나. . 안도한다.

집으로 들어오는 긴 논길을 나보다 더 꼭대기 깊숙한 곳에 사는 두분
아낙과 걷는다.
"안심삼한가?"
"네"
"우리집에도 놀러 오고 그러소"
"네"
"지금 찬거리만 집에 놓고 같이 올라 가세. . "
"아닙니다. 나중에 찾아갈게요."

아침에 잊고 먹거리를 안챙겨 준탓인지 거위 녀석들이 다시 마당에서
일을 벌리고 파업중인 것 같다.
"가자 거위야 먹을 것 가져왔다.~~~~~~"
뒤뚱뒤뚱 날개를 펴고 달려든다.


생두부를 콩나물 찜에다 얹어서 먹는 맛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