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달밤에--바래봉에 눕다.

by moveon posted May 1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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初 戀

나는 그대를 본다.
투명한 날 하늘을 오르다가.
나는 그대를 느낀다.
해 질 녘 우수의 뜨락을
서성이면서.
나는 그대를 갈망한다.
홀로 별 헤며
들꽃 香氣에 취하는
밤하늘에.


*바래봉에서 달밤에
당신은 무얼 하겠습니까???*

개활지의 너른 시야를 좋아한다 .
하물며 달밤인데야. . .

바래봉 정상에서 능선으로 이어지는 편안한 지점에 침낭을 펴고 누웠다.
꽃이 피어 있는지를 가늠 할 수가 없는 것은 달이 구름 사이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던 탓이었다.
그러나 나올때의 그 밝음으로도 꽃의 개화 유무를 파악 할수가 없다.

사위는 무엇인가로 그득했지만.  
춥고,무섭고,
단지,
그 막막한 어둠과 섞인 고요함과 드러나지 않은 사물의 실체는 나와 나즉한
능선과의 조촐한 밀착 만을 고립시켜 놓았다.
잠들수가 없다.
침낭을 몸에 두르고 어슬렁 어슬렁 다시 어슬렁. .
달빛을 따라 밤새 그렇게 서성이다 . . . .
깊은 새벽에야 잠이 들었다. . .

이미 태양의 기운을 담은 공기에 매콤한 음식 냄새. . .
일어나 앉은 내 낮은 시야에 들어 오는 것은 저멀리 능선에서 제외된 어느
지점의 붉게 타는 거대한 물방울 같은 철쭉 꾸러미다.
초록의 대지 위에 표면장력에 의해 흡수되지 못한 물방울 같은 모습으로
바래봉 철쭉은 통통 한 방울씩 튀어 나왔다.

"내 발길을 간간이 덮치던 이것들이 모두 꽃이었어?"
일찍 잠들어 밤의 흐름을 잊어 버린 일행에게 쏟아지듯 내뱉는 것이 무의미
하다.
이미 시야에 드는 풍성함으로 식욕은 그 갈증을 잃었다.
"이것들이 다 꽃이었어?"

으와~~~~~. . .

나의 처음 바래봉 철쭉을 제대로 보던 때의 모습이다.
내내 사람 하나 없는 능선을 걷던 그해 오월. .

Answer:저는 달빛따라 한없이 걸었습니다.

저 능선. .
나는 꽃보다 그 꽃이 솟는 저 대지가 더 좋다. . . .


그림: 사진방의 오브--하해 님 그림인데. .
       하해님은 잘 계실까????

Tip
골짝나라 여행을 추천합니다.

구례구에서 곡성까지 그래서 남원으로 이어지는 도로는 나란히
기차와 함께 강을 벗하고 달리는 길로서 새벽 물안개를 동반
하는 기차여행이 매우 특별한 장소이다.
섬진강은 그렇게 우회하여 하동으로 이어진다.

강이 구례구를 지나서 압록 사거리에 도착하면 보성강으로 나뉘
어 지고 '태안사"표지판을 쫒는 도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
다운 국도의 하나인 18번 국도가 된다. 석곡과 광주로 그리고
순천으로 나뉘는 지점까지의 보성강 따라 펼쳐지는 풍광이 참으
로 아기자기하면서도 고풍스럽다. 순천쪽으로 길을 틀면 목사동
이라는 마을에 이르고 페교가된 분교자리앞에는 임권택 감독의
영화에나 나올법한 시골 정류소가 하나 있다.



*江의 저편은 늘 그리움이니*
그길에서 마음을 지우고,
압록 사거리로 다시 나오자.
거대한 다리가 강의 아스라한 반대편으로 가는 그리움을 여는 통로
다.
길은 거의 평행인듯이 구례구에서 이어져 있었으니 이 다리를 건너
다시 구례방향으로 간다면 길은 구레구의 다리를 건넨 지점에서
만나게 된다.
이 길이 어느새 '자전거 도로'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
다리를 건너면 왼쪽은 곡성의 "논곡"이라는 마을로 오른쪽은 구례로
향하는 길이다.
2차선 차도임에는 분명한데 차가 다니질 않는다.
간혹 들어서는 자동차들도 겸허히 자전거들의 행렬을 도와 주어야
한다.
"논곡"즈음에 자전거 대여점이 약식으로 만들어져 있고 오래된 옛다리
이후의 유원지 즈음에서는 지금도 도로공사가 한창이다.

"골짝나라"--谷城이 심청이의 고향이라는 것을 이제 안것은 뭐 부끄러
울일은 아니다. 도로 벽에 그려진 그림이 앙징스럽게 그댈 맞는다.

도중에,
"황기모아"라는 황토염색가의 집이 "계산분교"자리를 빌어 들어서있다.
도시락을 가졋다면 마을 앞 누각에서 강을 배경으로 멋진 점심을 들수
있고 "황기모아 "의 운동장에 들어가면 더욱 운치 있는 점심자리가 된다.

운좋아 황토빛 천들이 말려 지는 모습을 보게 되면 으아~~~좋겠다.
봄햇살아래 빛나는 환영 같을 것이니. .
언젠가 한번 황기모아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다.
이야기 36번 --섬진나루 짧은 수다.


*머리카락은 이럴때 그 가치가 높은 것인디*

공연히 토막낸 머리칼이 그리워지는 바람이다.
1년이 넘었는데. . . 아직도 자랄려면 흐유~~~~~
하여간,
2인용 자전거에 아이를 실은 발갛게 상기된 아빠의 얼굴.
깔깔대는 웃음 속으로 땀에 젖은 이마를 닦는 젊은 이들. .
바람이 그들의 마음을 길건너 빠앙대는 기차에 실어 어디론가 보내 줄 것
같이 귀밑에서, 볼아래로 살랑 거린다.

江은 반대편에서 더욱 그립다.

지리산이 있는 구례에서는 구례구역 앞의 다리를 건너면 계산리로 가는
표지판이 보인다. 구례로 가려면 그곳의 소슬대문을 지나야 하므로 혼동
하지 않는다.
자전거로 "그리운 강의 저편"을 경험하고 산에 오르면 참 좋겠다.. ..





음악:James Last and His Orch-Only Our Rivers Run 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