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雨中山行

by moveon posted Nov 1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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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옥잠의 함초롬한 모습

2001.7.15.
구름속의 散策
아마 그때에 구름아래 사람들은 비를 맞고 무엇을 하고
하고 있었을까?

하여간 성삼재--종석대--노고단 행 등산로는 천상의
공연장이었다.
고지를 넘나드는 운무와 바람에 드넓은 초지의 풀잎들이
눕고, 거기에 오롯이 노오랗게 혹은 자줏빛으로 각양
각색의 자태로 자신을 드러내던 야생화들 사이로 인간은
오히려 한 점에 불과한듯 여겨 진다.
이상하게 야생화는 자기가 좋아하는 기온에 의해 계절을
잊기도 하고, 혹은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어 피어나기도 한다.

지리산의 야생이 계절의 구분을 뛰어 넘는 탓이다.

사면은 우윷빛 세계다.
무엇이 보일가 하다가 바람에 가닥가닥 내리는 비에 주변이
금새 초록빛 풀잎에 누워버린다.
우주가 토해낸 초록빛 토혈을 견디어 낼 수 없어 차라리
동화되어 버린 것 같다.

무지 춥고,
무지 겁나고,
날아갈 듯 드세었다.

길이 아스라히 안개 속에 사라졌다 나타나곤 한다.
어느새 눈길을 숲속에 두고 기다리면 사라진 안개 사이를
틈타 키큰 야생화들이 군락을 이루고 우릴 빤히 보고 있다.
노루오줌 군락이다.
가기 싫다.
길이 없는 저 숲속으로 달려 들고 싶을 뿐. . . .

내내 사치하다 般若에 올라 감시원 아저씨를 보고서야
수고로움의 미덕에 고개가 숙여 졌다.

돌아서 오던 길에 보았던 한 송이 "나도옥잠"의 미미
하면서도 찌르는 듯한 香氣는 차라리 절규같다.
"나를 잊지 마세요."

사족: 심기섭님의 "들꽃사랑"에서 사진 빌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