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이야기

은둔의 기상--지리산 단속사지 政堂梅花

by moveon posted Nov 10,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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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단속사지 정당매화

     국내 最古의 식물 재배 및 품평서로 알려진"양화소록"의
     저자 인재 강희안[1417--1464]의 할아버지 강회백[1357-
     1402]이 심은것으로 족보를 지닌 우리나라 최고의 매화
     로 수령이 620년이나 된다.
          
             "단속사 절터 어둠 속에서 맞닥뜨린 통일
              신라의 3층 석탑은 동서로 나뉘어 세월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었는데 대숲으로 가는
              길목의 집뜰에서 마침내"정당매'를 발견
              했다.
              보름달은 휘여청 동암산 너머 중천에 걸려
              있고 수백년의 기상을 머금은 매화 등걸이
              하늘로 뻗쳤는데 가만히보니 윗가지는 이미
              죽었고, 허리 밑의 매화등걸과 가지에서
              수백 수천의 매화가 만개해 있었다.
              이 천혜의 시간에 머문 나는 비로소 애타게
              찾아 헤맨 "物我一如"의 경지에 이른듯,
              月梅를 바라보며 오늘이 있게 한 모든 인연
              에 감사를 하며 인재의 시를 되뇌었다."

                                  숲을 그리는 마음--이호신--
    
    비가 추적히 내리는 여름날 단속사지로 향한다.
    막개인 하늘 사이로 그 만큼의 세월을 살았다고 볼 수
    없을 정도의 매화 한 그루를 발견한다.

    ***희고 깨끗한 골격, 얼음처럼 차고 맑은 넋****
    
    소동파의 칭송을 생각하며.. . .
    내가 본 족보에 오른 지조 있는 매화나무는 너무나 가녀
    리고 작고 애타는 모습으로 수술받은 상처를 그대로 안고
    이제는 철제 쇠사슬로 보호 받으며 서있다.
    눈물이 나올 것 같다.
    토해 놓은 듯한 파리한 잎들은 제대로 된 초록빛을 지니
    지 못한다.
    하물며 보름달아래 수백 수천의 꽃을 피워 낼때의그 아픔
    이야 오죽 처연했을까?
    
    아름다움을 넘는 고통을 본다. . .
    아니 표현하기 쉽지 않다. . .

    껍질만 남은 가지에서도 저렇듯 생명은 빚어 지는 구나.
    樹形의 균형있는 맵시가 가슴아프다.

    은둔의 기상이란 영혼의 진통에서 퍼지는 香氣이다.
    세속의 화려한 시선속에서 저렇듯 안온한 끈기와 인내를
    지닐 수는 없었을 것.
    다시 지리산이 그립다.
    그 산의 품이라야 이 모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년 봄을 기약하자.
    보름달아래 , 이른 봄 제 살을 뚫고 아픔을 피워낼 그
    인연을 기다리자.

    돌아오는 길에서 "웅석봉 오르는 길"이라는 팻말을 본다.
    여기가 태극 종주의 기점이 되는 곳이구나.

  사족: 강희안[1417-1464]
         시와 그림 , 글씨등 뛰어난 3절로서 당대의 존중을
         한몸에 받으면서도 벼슬을 사양한 은둔의 지사

    몇년을 같이 오자 벼르던 知人에게 미안한 마음으로 이글
    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