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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진원의 지리산이야기

정진원 프로필 [moveon 프로필]
이야기
2002.06.19 11:18

청산도에서 禪茶園까지. . .

조회 수 166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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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사찰에 있는 배롱나무

멋들어진 진도 아리랑을 한 풀이 마냥 풀어낸다.
때 마침 땅을 스치는 먼지 바람이 일어 신명난 한판의 쓸쓸함을 거두어 간다.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의 명장면 입니다.
청산도라는 섬의 아주 작은 언덕배기에서 탄생한 작품이랍니다.
어린 두 아이들을 명창으로 만들기 위해 주린 배를 움켜쥐게 하는 오두막도
잘 정돈되어 남아 있었습니다.
몇년전이라서 지금도 그러 할지는 모르겠지만. .
이미 유명세 때문에 받은 돈으로 누런 남도의 붉은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
하기 위해 그 밭두렁은 원상을 해치지 않고 시멘트만 발라 놓은 상태였지만. .
유명세어린 장소보다도 더욱 더 마음을 설레게 했던 것은. .
바다신에게 제사 지내던 해신당에서 굽어본 해변과 밭이랑, 밭이랑 어울어지던
계단식 멋진 보리밭이었습니다. 조개를 줍는 아낙들의 삶의 향기 또한 한폭의
그림이 되어 주었지요.
모든 것이 푸르다는 청산도.
초분의 장례 풍속이 남아 있다기에 찾아간 곳이었는데 거칠 것 없는 일주도로
에서 바라다 보이는 섬들의 풍광이 낯설면서도 좋습니다.

최근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때문에 다시 화제가 될때 까지 가슴에 묻어둔 고운
섬이었습니다. 그곳에도 "지리"라는 이름이 섞인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구강포*
다산이 형 약전의 소식을[신지도를 귀양처로 정해진] 안타까워 하면서 늘 바라다
보았다는 구강포를 한눈에 그것도 잠자리를 안고 이불 안에서 볼 수 있는 장소에
서 잠을 자는 것 정말 즐거운 여행의 덤이었습니다.
이른 아침 춥지 않은 실내 온도 속에서 가부좌를 하고 차분히 밝아 오는 아침과
점점 그 모습을 달리하는 풍경들,
즉 생동감이 넘치는 붉은 흙과 이제 잠 깨인 보리밭의 아름다운 조화에다 구강포를
간척하면서 생긴 널따란 간척지에 발달한 갈대 밭을 볼 수도 있어 그 조화란  그 해
봄의 서막에서 단연 위로가 되는 풍광이었습니다.
바로 옆 텃밭이 온통 매화나무로 가득차 있어서 그 향기가나의 게슴츠레한 시야를
휘둘렀을 때에는 정신을 잠시 잃을 뻔 하였습니다.
지금 그 집은 아마 멋진 단장을 했던지 아니면 사라지고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다산 초당에서 0.8킬로 미터의 산길을 접어 들어 아름다운 새소리와 함께 구강포가
내내 엿보이는 그 한적한 길에서 다산이 이 길을 오가면서 승려들과 교유하는 외로
움보다 더 한 형 정약전에 대한 그리움을 내내 간직했을 그 산책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외롭다는 것은 무엇일지. .
산다는 것은 무엇일지. .
그리움은 무엇일지. .  
촘촘이 숲과 섞인 차나무에 대해선 얼마나 차에 대한 그의 열정이 깊었었는지를
실감 할 수 있고 그 열정에 후손으로서 깊이 감사를 합니다.

바다를 막은 구강포의 둑길은 차를 가진 여행자에게 신나게 한판 고래잡으러 자전거
로 동해에 뛰어들던 열정을 느끼게 하는 멋이 있습니다. 마음껏 속력을 내어 보고
다만 끝을 잘 구분하시면 될것. . [웃음]

*백일동안 붉은 꽃*
백련사에 들어서면서 부터는 열열이 타고 있는 자생 동백나무들의 매끄러운 나무
둥지가 보이기 시작하고 다산과는 떼어 놓을래야 떼어 놓을 수 없는 사찰 백련사가
아담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禪茶園이라는 찻집은 주지스님의 안목과 차에 대한 열정이 내다 보이는 아름다운
모습이기도 하지만 들어서서 자리를 만들어 앉아 보면 . .

아! 여기서 정말 놓치기 힘든 한폭 산수화를 발견합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구강포의 모습이 잘 생긴 배롱나무 가지를 틀로 잡고 한가로이
오가는 작은 배들과 함께 단순하면서도 독특하게 설계된 찻집의 너른 문 사이로
한 눈에 들어 옵니다.
여기서 더 이상의 말은 필요가 없습니다.
성실하게 물 시중을 들어주는 주인의 배려가 귀찮을 즈음 차 맛이 텁텁함을 압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웃음]

차맛은 선택사항으로 두고. .
잘 닦여진 길은 여전히 원망스럽습니다.
그보다 더 수년전엔 보리밭 사이의 미로를 걸어 내려 오다 절로 돌아오는 승용차
라도 만나면 피할 자리가 없어 당황했던, 그러면서도 굽어 보이던 붉은 흙과 보리들
이 추던 그 춤사위를 볼 수가 없어서 일 것입니다.

그리곤 다시 생각에 잠깁니다.
"나무 아래 정절을 마치고 떨어져 누운 동백꽃들의 목숨에도 각자 갈길이 있을까?"
하는. .. .


초분: 초분은 남방 도서인(폴리네시아인)들의 장례 방식인 풍장이 전래된 해양 문화
         로서 남해안과 서해안의 도서에 분포되어 있다.

배롱나무: 백일홍나무라고도 하며 7월부터 붉을 꽃을 피워 9월까지 그 생명을
              유지합니다. 특히 매끄러운 몸매가 옛 선인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아름다운 수형을 가진 배롱나무는 정말 멋지답니다.
              그 군락지의 아름다움으로는 "명옥헌"이 유명합니다.


  • ?
    parkjs38 2003.10.21 22:10
    사방에서 조여드는 문명의 역한 기운들.. 이제 어쩌시렵니까.. 어쩌 시렵니까.. 그만 두십시오 그 안타까움.. 이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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