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산의 추억

조회 수 6305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13년 전에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지리산을 갔었다. 그곳에서 전혀
낯선 사람들과 2박을 함께 한다.

원래는 4박 5일이다. 2박은 학교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보냈고


 

>2박을 지리산에서 나를 구해 준 분들과 함께 보냈다.


 

이분들을 다시 찾고 싶다. 92년 8월 쯤이었으니 벌써 시간이 13년


 

이 지났다. 어느 새 그렇게 시간이 지나버렸다.


 

그때쯤 동아리 선배들이 주축이 되어서 지리산을 한 번씩 다녀오고 했다. 지리산이 어디 있는 산인지도 모를 정도로 나는 산에


 

무지했다. 그런데 동기들과 후배들이 간다고 하니 호기심이 생겼다. 지금 생각하면 장비도 없고 그때 어떤 배낭을 매고 갔는지도


 

의문이 생긴다. 당시에 어떤 흔적을 남겼다면 좋았을텐데 흔적 남기는걸 싫어하는 나로서는 지금에서라도 이런 흔적을 남긴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동기들과 1학년 후배들 해서 모두 11명이 지리산으로 출발을 했다. 중산리에서 민박을 잡고


 

밥도 해먹고 술도 먹으니 등산이란게 이런거구나 생각이 들고 좋은거로 여겨진다. 다음날 아침을 뒤늦게 먹고 정상을 향해서 걸


 

어간다. 그래도 젊은 청춘이라서 처음 올라가는 지리산이지만 쉬엄 쉬엄 올라갔던것 같다. 여학생들의 고통이 무척 힘들었던것


 

같다. 결국은 비까지 내려서 천왕샘 근처에서 야영을 하기로 한다. 선두에서 간 팀은 장터목까지 갔기 때문에 우리는 저녁도


 

먹지를 못했다. 굶주림과 추위, 피곤은 그 전날의 즐거움은 먼 옛날의 추억이 되어버렸다. 이불도 없이 방풍 자켓도 변변히 없이


 

지리산을 올랐으니 그 이상의 사고를 당하지 않은것만 해도 다행이다. 다음날 일어나서 천왕봉으로 향했다. 어서 앞서간 일행을


 

만나서 밥도 먹고 친구들과 후배들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잔뜩 안개가 껴서 주위 경치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는 가운데 장터목을 향해서 출발했다. 내가 생각하는 산장은 물 근처에 있어야 했다. 그래야 밥도 먹고 쉴 수 있지 않겠는가..


 

지리산의 규모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당시의 나의 생각이었다. 그때도 좋지도 않은 체력이지만 어제 아침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했지만 급경사길을 따라서 1시간 반을 내려갔더니 폭포가 나왔다. 난 이 물소리가 바로 장터목을 안내하는 소리로 들렸었다.


 

정작 산장은 없었다. 이때쯤 산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던 나로서도 길을 잘못 들어섰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뒤에서 따라오던 일행들은 오지를 않았다.

내려오다가 길을 잘못 들었다고 판단하고 아마 다시 올라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면 다시 내가 올라가는게 가장 좋은 방법일텐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어제 중산리에서 천왕봉까지 올라온 걸 생각해서 혼자서라도 하산을 해야겠다는 한심한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지리산에서도 가장 위험한 코스 중에 하나인 칠선계곡으로 겁없이 아무 장비도 없이 내려 간 것이다.


 

계곡을 따라서 내려가니 길이 계곡을 따라서 이리 저리 옮겨다닌다. 그때 다행히 리본을 보고 가는건 인지를 해서 리본을 따라서 걸음을 옮겼다. 천왕봉에서 내려오면서도 계곡에 내려와서도


 

사람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는 가운데 길을 찾다가 능선을 하나 넘었다. 분명히 능선을 하나 넘었다고 생각했는데 넘고 나니 내가 넘은 능선을 기억을 하지 못하겠다. 산너머 산이고 첩첩산중


 

이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겠고 어디로 가야될지도 모르겠다.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씻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계곡으로 들어가서 몸을 씻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을 해 보니 물은 아래로 내려가니 따라서 내려가보면 하산길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그래서 계곡을 따라 내려갔고 어느듯 분명한 등산로가 보였다. 그리고 이 두 계곡이 만나니 아마 다른 한 곳이 원래 내가 내려와야 할 계곡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계곡 하산을 재촉했다. 어서


 

하산해서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계곡길을 통한 하산길을 쉽지가 않았다. 절벽을 붙어서 이동하는 구간도 있고 또 다시 계곡을 왔다갔다하는 구간의 연속이었다. 사람은 왜 그리 안보이는지....


 

친구들과 헤어져서 5시간을 헤매고 있을때 비로소 사람들을 발견했다. 남자 2분과 여자 1분이다. 계곡에서 라면을 끓여먹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라면을 얻어먹었다. 바닥까지 끓어서 남김없이


 

먹어버렸다.  그 사이에 이 길이 그리 쉽지 않은 코스라는것과 거리도 꽤나 먼거리라는걸 알았다. 이 세분은 칠선폭포에서 야영하고 다음날 천왕봉을 올랐다가 다시 중산리로 내려간다고 한다.


 

그러면서 같이 올라가면서 친구들을 찾아보자고 하신다. 나로서는 그 뜻을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과 함께 하니 그렇게 든든 할 수가 없었다. 배도 채웠으니 이제 산행길이 가볍게 여겨


 

 

큰 형은 이십대 후반으로 보였다. 그때 나이를 들었는데 정확히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 고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구렛나루를 길러서 아랍사람과 비슷하다는 인상이 들었다.


 

둘째형은 이십대 중후반으로 보였는데 큰키와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머리로 인해서 처음에는 여자로 보았었다.


 

유일한 여성인 누나는 학교 선배였다. 같은 영남대학교를 다녔었다. 기억하기로는 미대 조소과를 졸업했다고 한 것 같다. 3-4년 선배로 기억한다. 이 선배가 있어서 그래도 2박을 함께 하면서도 그리 낯설지 않게 지낼 수 있었던것 같다.


 


이 세분도 이곳에서 올라오기전에 만났다고 한다. 두형은 원래 아는 선후배 사이고 여성분은 등산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세분 모두 개성이 강한 분들이다. 성격들도 좋으시고 그렇지 않았다면 어찌 지리산에서 조난자인 나를 먹여주고 재워줄 수 있었는겠는가..


 

그러니 원래는 2인용 텐트인데 4명이 잠을 자게 되었다.


2인용 텐트에서 4명이 다리를 구부리고 잤더니 밤새 뒤척이면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다른 분들은 잘 주무신것 같았다.


 

아침에 짐을 정리하고 다시 천왕봉을 오른다. 그곳에는 이미 친구들이 없었다. 친구들을 찾으로 장터목으로 가기에도 확신이 서지 않는다..경찰에 신고라도 한 건 아닌지 걱정이 되고... 별별 생각이 다 든다..


 

로타리 산장을 지나서 내려오면서 비가 계속 퍼붓는다. 비닐을 덮어쓰고 먹는 라면맛은 정말 맛있었다. 비를 맞아서 추위에 떠는 몸을 데워주었다.


 

오후 늦게 내려와서 진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하루 더 진주에서 머물기로 했다. 촉성루 근처에 있는 오래된 여관에 방을 잡았다. 여관 주인이 혼숙은 안된다는 얘기를 한 것이 기억난다.


 

온몸이 젖어서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밥을 해서 배불리 먹었다. 형이 경주에 있는 주소를 적어주었다. 경주에 오면 놀러오라고 했다. 이때 전화번호를 적어주었으면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후에 나는 곧바로 군에 입대하고 제대해서 다시 찾을 기회를 잃어버렸다. 그 이후로 나의 머리속에는 지울 수 없는 지리산에서의 추억이 머리 한켠에 자리잡게 되었다.



  • ?
    오 해 봉 2005.09.03 02:20
    정두님 대단히 아름다운 이야기 안타까운 글을 읽었습니다,
    여름이고 올라오는 사람들을 만난게 얼마나 다행 이었습니까,
    정말로 무모한 산행 이었지요,
    이곳에만 올리지 마시고 이글을 지리산 싸이트인 검은별, 지리99,
    중봉의지리산, koreasanha,등에도 올려보세요,
    그러면 쉽게 찾으실것 같네요,
    그분들을 꼭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 ?
    조은아 2006.08.09 09:33
    꼭 만나셨스면 합니다.
  • ?
    k2.. 2006.10.28 02:24
    힘들어웠겠지만 아름다운 기억을 가지고 계신게 부럽습니다.
    꼭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두님 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지리산의 추억 4 file 운영자 2001.09.15 9607
148 63년도 지리산 등반 11 김현거사 2005.10.11 7341
147 고마운 분 찾습니다.(9월27일 아침 지갑찾아주신분) 5 억새 2004.10.04 7224
146 다시찾은 지리산 12 회색 2006.08.18 7104
145 90년대 초 세석대피소에서 찍은 사진이랍니다. 5 file 권갑상 2006.11.01 7039
144 오지마을 찾아요 1 하사이사 2006.06.07 6697
» 13년전에 저를 구해주었던 세 분을 찾습니다 3 정 두 2005.09.02 6305
142 33년만에 가본 산정호수 7 오 해 봉 2003.04.28 6182
141 벽소령에서 너를 보낸다 7 막사발 2005.02.17 6004
140 생각나는 스님들 6 김현거사 2005.07.31 5922
139 연하천의 하룻밤 연하천 2002.01.08 5563
138 오래된 산행기(스물일곱번째) 7 file 우인 2007.03.14 5340
137 가슴이 저밀듯 그리운...... 1 2005.11.07 5275
136 너를 다시 사랑하리라~ 4 뫼뿌리 2006.01.27 5180
135 물(人)좋은 지리산(2) - 생선회 5 疊疊山中 2004.06.02 5097
134 오래된 산행기(세번째) 10 file 우인 2007.01.22 5002
133 제 목숨을 구해주신.... 김희득 2001.12.14 4833
132 오래된 산행기(열여섯번째) 10 file 우인 2007.01.29 4811
131 기억에 남은 오래된 기억 (악양고을) 5 쉴만한 물가 2007.07.03 4668
130 딸아, 지리산에서 사랑을 보았노라 말하자 5 막사발 2005.02.12 4591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