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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산의 추억

조회 수 282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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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의신에서 올라 천왕봉으로 가는 산행중에 가방끈이 끊어지는 어이없는 일을(아마도 4인용 텐트을 배낭에 올린게 화근...) 당해, 그간 배낭이 없이 지내다보니 가을은 왔고 지리엔 어떤 꽃들이 피어있을까, 단풍은 어떻게 물들어가고있을까하는 생각을 몇 날... 지난달 봉급과 쌈지돈(?)을 털어 새로 장만한 배낭과 2인용 텐트를 챙겨 추석 전 주말을 이용해 피아골로 오르게되었지요. * 참고로 제 봉급은 10만원정도랍니다 ^^;
그날의 발단은,
해질 무렵 피아골산장에서의 무리한 야간산행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동행없이 홀로 오르다보니 한번 욕심을 내서 이튿날엔 천왕봉까지 가보자했던거죠
그런 생각이 들다보니 시계는 벌써 21시를 넘어가고 있더군요. 연하천까지 냅다갈 심산이었는데  전 지쳐가고 있었지요......
뱀은 밤에 활동을 잘하지않는다고 하지만 혹 밟을까, 지리엔 반달곰이 아직 산다던데 혹 마주치면 어쩌나 산너머 산이듯 걱정만 늘더군요.
헤드랜터 불빛도 약해지며 꺼지자 배낭속 랜턴을 꺼내 사위를 밝히며 뱀사골산장이라도 우선 가야겠다 싶더군요.
그래도 심심한 산중 나 홀로 불빛을 밝히고 걷다보니 뭐라고할까 퍽 괜찮다는 생각도 들고 기온이 많이 떨어져 패딩을 꺼내 입었지만서도  그 찬바람이 외로움도 느끼게해주고 임걸령에서는 탁 트인 하늘을 대할수 있었는데, 구름이 하늘가득 지리의 밤하늘은 그렇게 깊어가더군요. 무지 황홀했어요.
샘터에서 물을 받고있는데 왠 느닷없는 사람소리!
그 소리가 무척 방갑고 눈물겹더군요. 너무 지쳤고 내겐 텐트도 있고 천왕봉도 있지만 반야봉도 있지요. 그래서 쉬기로 했어요
그렇지만 그날은 뜬 눈으로 밤을 새야했지요.
왜냐면 조금 아래에서 먼저와서 자리잡은 남녀로 인해서...(커플도 아닌거같던데 남자가 집요하데요--;) 나머지는 상상에 맡기고,
새벽3시경이 되니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지데요. 에이~ 잠도 못자고 비까지 오네.
자리를 정리하고 반야봉에 올랐어요. 반야봉에서 한숨 자야지하고 말에요. 운무에 취해서 잠들고 싶었거든요.
하지만 그것도 허락치 않더군요.
바위에서 담요를 덮고 눕자마자 또 후두둑! 비가 떨어지더군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그냥 가자싶어 화개목까지 이르렀는데 빗방울이 더 굵더군요. 이제 종지부를 찍어야겠어요. 그날 뱀사골로 비 쫄딱 맞고 하산했슴다.
지리산의 밤이 고요하길... 그럼 꾸벅(그날 산에서 고래고래 악쓰는 아저씨도 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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