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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산의 추억

조회 수 3823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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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터미널이었다. 약속장소가...
오전10시
터미널에 도착하니 이미 그녀는 와있었다.
나보다 빨리 오다니...
오늘 목적지는 거림-->세석-->삼신봉-->청학동 이었다.
거림행버스는 이미 떠났고 오후에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산리행 버스를 타고가 곡점에서 내려 어떻게 해보기로 했다.
10시20분 중산리행 차를 타고 곡점에 내리니 11시40분
햇볕은 따갑고 땀은나고 차편 구하기가 힘이 들었다.
결국엔 거림까지 걷기로했다.
거림을 향하여 배낭을 지고 한낮에... 걸으려니 덥다.
낯설다면 낯선 그녀와의 처음산행이라 더욱 조심스럽다.
이미 한번 다녀간 거림코스 이지만 그때와는 또다른 기분이다.
주변경관은 별로 변하지 않았고..
집들이 조금 더 들어서있고, 무슨 공사를 하는지 산이 깎이고 있었다.
무엇이든지 변하는게 정상이리라...
조금후에 봉고차 한대가 뒤에서 온다.
그 차에 신세를 진다.
도로 좁은것, 시멘트 포장,버스가 없는것은 여전하군...
거림주차장에 봉고차 아저씨가 내려주셨다.
세석을 향해 조금오르다 산초입에서 밥을 해먹고 오르기로 한다.
밥먹고 내가 먼저 출발을했다.
예전과 달라진게 또있군..
이정표도 새로이 서있고... . . . . .
...지금은 또 어떻게 변했을까....
조금 오르막길이었지만 가파르지는 않았다.
그녀가 금방 따라온다.흠...보기완 다르군..
그녀는 약하게 생겼다..그래서 은근히 걱정스러웠는데..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각자 편한대로 가자고 그녀가 제안했다.
그게 편하다면서.. 그러마고 한다.
그녀가 앞질러 한참 간다.흠..정말 보기완 다르군..
가다가 쉬고있으니 컵이 배낭에 부딪치는 소리가 나더니 한사람이 배낭을
높이 메고  올라온다.
스쳐지나는 뒷모습을 보며 ..며칠 산행을 할 모양이군 싶다..
사면은 고요하고 아무도 없으니 마음이 급해진다.
그래서 다시오른다.
한참오르니 길옆에 아까 지나갔던 사람의 배낭이 보인다
지나면서 보니 그사람이 쉬고있다.
조금후에 수통에 물은없고 목은 마르고해서 계곡물 좀 떠볼까 싶어 배낭을
내려놓는데 그 사람이 올라온다.
내옆을 스쳐 지나가면서
혹시 순천서 오시지 않았습니까? 한다.
맞습니다...
네..하더니 그냥간다.
난 고개를 갸웃했다.
어떻게 알았을까?...
한참을 생각하니 그제서야 기억이 난다.
순천서 진주까지 같은차를 타고왔었고, 진주터미널에서 그녀에게
제 배낭 좀 봐주세요 하면서 어디론가 다녀왔던 사람이었다.
한참 올라가니...그사람이 말을 거는 바람에 물뜨는 것도  잊어버렸다..쩝~
그녀가 계곡물을 떠다가 내게 나눠주고 올라간다.
그모습이 꼭 토끼같다는 생각을 한다..후후~
조금후에..배낭의 주인인 사람과 그녀가 앉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이야기가 끝나길 기다려 내가 올라갔다.
뒤에서 또 한사람이 스쳐간다.
그녀가 방금 이야기 했던 사람이 세석산장에 사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 그녀가 앞서간다.
한참 오르니 조금 가팔라지기 시작한다.
이쯤에서 계곡을 하나 건넜는데???..싶다
뒤에서 누군가가 올라온다.
길을 비켜주니 수고하십니다 하며 겅중겅중 잘도 올라간다.
배낭이 높다.
조금후에 계곡이 나오고 이정표가 있다.
세석산장 4km...거림4km..
그때부터 세석까지는 계속 오르막길이다.
한참가니 꽤 많은물이 흐르는 계곡이 나왔다.
그곳에서 잠시 땀을 식힌다.
이정표가 세석 1km를 가리키고 있었다.
이제 다왔다 싶으니 마음이 놓인다.
그때 부부로 보이는 두사람이 올라온다.
그 부부가 올라가고, 한참후에
우리도 출발..
그녀가 먼저 앞서고 난  천천히...천천히..다 왔는데 급할게 없지.
그런데 1km가 생각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세석 0.5km...대성11.5km라고 씌여져있는 이정표앞에 도착하니
숨이 탁 막힌다.
그곳에서부터는 길이 평탄하다.
세석에 도착하니 초 현대식 산장이 나를 반겼다.
넓어서 그녀가 보이질 않는다.
한참 두리번 거리자 그녀가 어디론가 내려가고있는 것이
보여서 ....정진원!!!!......하며 부르니
그녀가 오라며 손짓을 한다.
그쪽으로 가니 아까 앞서갔던 두 높은 배낭의 주인공들이 밥을 해놓고 먹으란다.
밥생각은 아직 없고 잠시 쉬고 싶은데...
물어보니 산장이 7시가 되어서야 입실을 시킨단다.
그래서 밥을먹는데 춥다.
밥을 먹고나서도 한참이나 있어서야 입실을 하란다.
입실...돈주고 표받고(3000원..이었던거 같다..)
안으로 들어가니..나무냄새가 향기롭고...바닥이며,벽이며,침상이며
모두 번쩍번쩍..새 나무로 지어진거라서..
둘의 좌석을 배정받아 배낭을 놓고 다시 밖으로 나와서
맥주4개(10000원)를 사서 두개는 그사람들 나눠주고
그녀는 안마신다 하길래 (내가 두 개를 가지고...) 바깥 의자에
나란히 앉아있으니 어두워진다.
앞의 능선들이 바짝 내앞으로 다가오고 달이 떠오른다.
온 우주가 우리를 감싸고 있는것 같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많은 이야기들..그리고..달빛아래..
한참 후...시간이 꽤 된것 같아서..산장안으로 들어갔다.
피곤이 몰려온다.
그러나 쉽게 잠이 오질 않는다..
그녀역시 잠이 오질않는지 아니면 몸이 불편한지 들락 날락 하는게 보였다.
새벽 3시 40분..
잠이 더이상 올것 같지않아서 일찍 밥을먹고 출발하기로 한다.
밥을 하는데 너무 춥다...
세석은 안개로 자욱하다..
그 두사람들을 같이 합석시킨다.
한사람은 먹었다면서 사양한다.
조금있으니 훤해진다.
그래서 그 청년들에게 작별을 고하고 출발..
다시 어제의 이정표로 내려와서 대성골쪽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음양수에 도착하여 간단히 얼굴을 닦고 가볍게 물양치를 하고
수통에 물을 담고 출발했다.
한참을 내려와서 대성골과 청학동...삼신봉의 갈림길에 도착하니
세석 3km라는 이정표...꽤 많이 왔군.
대성 7km..삼신봉7km..
삼신봉쪽으로 들어서자 길이 좁았고 산죽이 무성하다.
그런길을 한참 내리막길로 걸으니..한벗샘..
거기서부터는 오르막이었다..
삼신봉까지는 계속 오르막..평탄한길의 반복이었다.
삼신봉에 도착하니 잠자리들이 많다.
청학동3km...내삼신봉2km 이정표앞에서 청학동쪽으로 하산했다.
거의 내리막이었다.그러다가 계곡이 나오고 계곡끝쯤 도착하니
3시 20분..
아침에 했던 밥이 남아서 바위위에 둘이 앉아서 먹고 일어섰다.
그녀를 아주 오래전부터 알았던것 같은 느낌이 문득 든다...
그때 비가 한두방울씩 떨어진다.
그녀가..5시에 하동으로 가는 차가 있다고 한다.
어떻게 알았을까?...물어보진 않았다.
걸어서 밑의 가게에 도착해서 물어보니 요밑의 기와집에 차가 들어온단다.
그래서 그 기와집을 찾으니 민속관이라는 표지판이 있었다.
비가 제법 많이 온다.
처마밑에 쭈그리고 있으니....
.... 혼자왔으면 처량할뻔했군.... 하는 생각이 든다.
5시 다되어도 차가 안와서 물어보니 저 밑에까지 걸어가야 한단다.
그래서 걸어가는데 코란도 패밀리 한대가 버스타려면 타란다.
버스가 서있는 곳에서 내려준다.
하동에 도착해서..각자의 길로 헤어졌다.
아무런 약속도 없이 그저 담담히 헤어졌다.

그러고 나서 11년이 흘렀다.
어느날 문득 한 곳에서 낯설지 않은
이름하나를 보았다...정진원...
그래서 내 묵은 기록들을 들춰보니 그녀가 거기 있었다.
여전히 그녀는 그때의 그모습처럼 아름답게 미소짓고 있었다.
11년전의 내게 보여줬던 그 웃음처럼 환하게.....

추신:그녀는 여전히 그대로네요...하나도 안변했군요.
       어쩌면 세월이 그녀를 비켜가는가 봅니다.
       ...연락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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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rkjs38 2003.10.16 14:17
    소성님 정말 흘러가는 물같은 아름다운 글을 잘 읽었습니다. 우리 성주님을 좀 더 안 것 같아 기분 좋네요.. 근데 아직두 인간이 아니라 신 같으니 ㅋㅋ 진원님 빨리 연락하세요.. ^^* 나이 들면서 주위에 머물던 사람들 추억속의 인물로 밀쳐난 것이 점점 더 후회되고 아프기까지 하네요.. 그건 그렇고 그리 산을 잘 타시는 지 몰랐었네요 ㅎㅎㅎ 근데 왜 요즈음... 건강? 휴! 걱정되네요...
  • ?
    중봉 2003.10.16 15:14
    정진원님의 신비주의가 깨지는 순간이군요....ㅎㅎㅎㅎ....
    저는 진원님의 산행기,지리산 이야기로 30대 후반으로 생각했는데...
    소성님의 추억을 통해서 잊혀져 가는 인연의 끈을 다시 들추게 됩니다.
    좋은 이야기에 감사드립니다.
  • ?
    오 해 봉 2003.10.16 23:53
    회상.추억속의 산길.이제는 아련한 옛날의저편.그 10년 추억속의
    아름다운 옛이야기.순정소설같은 좋은글 왠지 찡 하네요.
    그때 둘중한사람이 용기를 내었드라면하는 아쉬움.안타까움이
    들기만하네요.(성주님 미안합니다).
  • ?
    yalu 2003.10.17 15:08
    세월도 비켜가는 우리의 진원님,진원님의 입장에서 소성님을 추억하는 글을 한번 써보심이...기다리겠습니다.^^*
  • ?
    happ 2003.10.18 11:51
    "아무 목적도 없이 어떤 의미를 부여하기 위함도 없는 만남이 가장 밑바닥 만남이다...........무의미와 친숙해지자" 소성님의 글에서 생각된 저의 머리에 남은 글입니다. 두분의 인연이 편안함으로 다가오네요. "the way we were" 바버라 스트라이샌드의 노래가 흐르는듯 합니다.
  • ?
    parkjs38 2003.10.18 15:55
    온화하신 happ님 그래요.. 그 음악 흐르게 해야죠.. Reply로 달았습니다..... Memories may be beautiful and yet, What's too 
    painful to remember. 
  • ?
    길없는여행 2003.10.21 17:50
    짓궂은 yalu님~~~~ㅎㅎ
    그런데 좋은 생각입니다. *^^**
  • ?
    임걸령 2003.10.31 23:33
    10월의 마직막 밤, 지리산을 좋아하기에 우연히 들른 이 곳에서 소성님의 글을 만났습니다.
    가슴시리고 애틋한 사연, 몇번을 읽었는지......
    1993년도는 저에게도 잊을수 없는 사람에 대한 추억이 있습니다.
    아니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더 뚜렷해져만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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