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人)좋은 지리산(5) ㅡ 오영희

by 疊疊山中 posted Jun 25, 2004 Views 2349 Replies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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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人)좋은 지리산(5) ㅡ 오영희



오영희님(섬호정)과 Web 에서의 인연은 그럭저럭 몇 해가 흘렀지만 
대개 사이버 공간의 인연이란 것이 그렇듯이 직접 뵙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최화수의 지리산 통신”, ”섬호정님이 직접 운영하시는 “하동송림카페”에서 
인연을 맺은 후 “섬진강 편지 카페” 그리고 “오브넷” 으로 이어졌다. 
묘하게도 모두가 지리산과 섬진강을 모태로 한 카페다. 

처음 사랑방 모임이 공고된 후 섬호정님이 참석하시겠다는 말씀이 있을 
때만해도 마음만 그러시겠지 싶었다. 
만약에 정말 오신다면 모처럼의 자유분방 하고자 한 모임이 경직되지 않을까? 
염려스러웠기 때문이다. 

언젠가 밤늦게 야근을 하고 있었을 때 저 멀리 미국의 로키산맥 동쪽기슭 
Denber에서 격려의 글을 보내주시기도 했지만, 자나 깨나 돈을 벌기위해 
장사하는 나에게는 언제나 멀기만 느껴지던 오영희님의 경력이다. 

더구나 사이버에서 나의 별명은 속에 뭘 숨기지 못하고 활딱 벗는다하여 
‘통제 불능’ ‘럭비공’ 이라했다. 글 품세도 언제나 위험수위까지 가 불안스러운 
존재였다. 실제 그간 밤새 써서 올린 글이 새벽녘에 운영자에게 강제로 잘린 
전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공륜위에서 편하게 쓰는 지나치게 선정적이 
다는 이유에서다. 전과를 ★ 로 치면 육군 대장보다 한참 위다. 

오영희님의 초등학교 38년간의 선생님경력, 우선 여기서부터 고개가 숙여진다. 
그리고 육체와 영혼을 기름 짜듯 압축시켜 글을 쓰시는 시조시인이시며, 
불교에 심취하시고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아미타 구품 연지춤 연구회 
회장이시다. 이것 외에도 우리는 모르지만 국내외적으로 민간사절로써 국위선양에 
공사다망 하신 분이다. 일련의 이런 모든 것이 일반 서민들과는 거리가 먼 것이라 
말 한마디나 행동거지 하나에도 언제나 조심스러웠다. 

그러니 오영희님이 곁에 계신다는 것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으로서는 
짐짓 불안 할 뿐이다. 
그러나 이러한 불안은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기우일 뿐이란 걸 이번 모임에서 
몸소 보았다. 경력만 앞세워 행동하는 우리나라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라, 오영희님의 
경력은 좀더 서민적이고 평범한 우리의 진정한 이웃이 되기 위해 걸어 온 과정일 
뿐이란 걸 보았다. 벼가 고개를 좀더 깊숙이 숙이기 위해 오뉴월 땡볕을 마다하지 
않는 것과 같았다. 

집필하신 “섬진강 소견”시조집을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불편함 속에서도 손수 챙겨
왔어 표지에 일일이 서명까지 하셔서 나눠주심은 물론 부족분에 대해서는 일일이 
주소를 적어 우편으로 보내주시는 정성도 쏟았다. 그 외에 술과 과일도 가져오셨다.
나 자신도 빈손으로 가니 뭔가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울산에서 차를 네 번이나 
갈아타야하는 핑계로 손에 뭘 든다는 건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 

또한 가져온 음식들을 차리는 과정에서도 후배는 물론 딸 같은 사람들도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도 주저함 없이 손수 모든 것을 직접 마련해 주시는 부지런
함을 보였었다.

더구나 다음날 아침에는 전날 저녁에 먹은 빈 그릇들을 담가놓은, 교실 입구에 있는
물통에서 함께 오신 신미혜님은 물 호스와 우산을 받쳐 들고 오영희님은 손수 그릇
들을 씻고 계신 모습을 물끄러미 보니 별안간 오누이 같은 연민의 정이 느껴져
나도 뭘 거들게 있을지 함께 쪼그려 앉았다. 고무 물통 하나에 세 사람이 둘러앉았다.
비도 추적거리고 불편한 자세에서도 한없는 정감이 느껴졌다.
군에서 첫 휴가를 온 오라버니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은 누이의 열정 같은 느낌이
강렬하게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녀의 가슴은 지리산이요, 그녀의 표정은 섬진강이었다. [疊疊山中]




 ㅡ 정열의 오페라 카르멘의 “Habanera” ㅡ 

                  노래 ; Filippa Giordano



사랑은 들에 사는 새, 아무도 길들일 수 없어요.
거절하기로 마음먹으면 아무리 해도 안 되지요.
협박을 해도 안 되고, 꾀어도 안 되지요.
말을 잘하거나 말없는 분 중에서 말없는 분을 택할래요.
아무 말을 안 해도 저를 즐겁게 하니까요. 

사랑... 사랑...
사랑은 집시 아이 제멋대로지요.
당신이 싫다 해도 나는 좋아요.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면! 그때는 조심해요!
당신이 잡았다고 생각한 새는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 버릴 테니까요. 

사랑이 멀리 있으면 기다려요. 그러면 생각지 않았을 때에 찾아올 테니까요. 
당신 주변 어디서나 갑자기, 갑자기 사랑이 왔다가는 가고 또 찾아올 테니까요. 
당신이 붙잡았다고 생각할 때는 도망칠 것이고 벗어나려 하면 
당신을 꼭 움켜잡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