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오버랩 (진민)

by 진민 posted Jun 09, 2004 Views 2224 Replies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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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지리산에 있고 싶은맘,  오브넷 글들 읽으며 달래고 있습니다.
  
좋은글들 감사하게 읽고 있고요, 들락거리며 글읽은지, 꽤나 되었지만,

글을 쓸 자신은 없었습니다..워낙에 글솜씨가 없어서요...

근데,,이번 옛 두레네 모임공지가 뜨면서 괜히, 가슴이 콩딱거리기 시작하대요.

나만의 짝사랑이건만, 글을쓰시는 분들이 너무나 보고 싶었습니다.

참석하려 노력은 했지만, 결국 그날은 다른 일정이 잡혀 포기해야 합니다,


아쉬움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내요..



1989년 8월 어느날..

저에겐 굉장히 힘들었던 시절이였습니다 (대학 진로에 대한 고민때문에..).  

조용한 계곡에 텐트 쳐놓고 몇일 푹 쉬려고, 무작정 짐을꾸려 나섰습니다.

제가 사는곳은 전남 여수, 아무 계획없이 떠나는 길이라서..

조계산 , 광양백운산 , 지리산 계곡중에서  선택하여야만 했습니다.

터미널에서 가장빨리 떠날수 있는 버스를 선택한게, 구례였습니다.

구례 터미널에서 또 고민하게 됩니다. 화엄사, 피아골, 쌍계사,

사람들이 가장 적은 버스를  골라탔습니다. 그래서 도착해보니 피아골이더군요.

60리터 베낭에 5~6인용 텐트. 반팔, 반바지.

그리고, 줄세개가 상표인 아다다수 쓰르빠..(슬리퍼)..상상이 가십니까?


지리산계곡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던, - 쓰르빠맨.

조용히 쉬고 싶다는 욕심에, 사람들을 피해 위로 위로만 오르다보니,

허걱, 산중에 왠 집이 하나 나타납니다.

몇명의 등산객들이 쉬고 있었습니다.

그 곳이 바로 피아골산장 이라는걸 알았습니다...
(산을 자주타시는 분들은 내 이야기에 어이가 없겠지만,,,ㅎㅎ)  


등산객들이 저의 행색을 살피더니,,실실웃으며 대단하다 합니다.

능선(임걸령)의 반을 올랐다. 이야기도 해 주더군요..그게 칭찬인줄알고 우쭐해진

쓰르빠맨,, 지리산이 만만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게 쓰르빠맨의 엄청난 착각이였음을 곧 깨닿게 되지만,,,

그 후회를 하는데는 별로 오래걸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경사가 심한길은 처음 올라봤습니다.(평균 60~70도의 경사면)..

그러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렇게 두시간 오르니, 임걸령이란곳에 도착하게 되더군요..

까만얼굴(??)에 배낭, 그리고 목과 수평으로 누워있는 대따 큰 레져용텐트,

반쓰봉에, 쓰르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놀래키며, 웃기기도 하며, 걱정도 시키며, 그렇게 저는 계획에도 없던

뜬금없는 지리산 종주를 하였답니다.


(지리산 산신령님만 알고 있는 나의 거짓말 - 계곡에 텐트를치고 야영을 하는데,

누가 등산화를 훔쳐갔어요!?...)  


* 에피소드 1.

   "국립공원내 지정구역 외 야영및 취사금지",지금은 잘 지켜 지지만,

  그때는 잘 안지켰던것 같습니다.  (나만 그랬나?)

  임걸령에서 야영했었습니다.  

  지금은 목책에, 풀들이 많이 자라나있지만, 그때는 꽤나 넓은 공터 였었죠 !?  

  바로 그날.( 지리산에서의 첫날) 고생.  전라도 말로, 겁나게 해부렀습니다.

  - 지리산에서의 첫 야영이다보니, 잠이 잘 오지 않아, 가져간 소주를 의지해서 잠이 들었습니다.

    잠자다가 내가 들리는 느낌. 기분 좋은 느낌에  일어났습니다..그러나 상황은 정반대 였습니다.

    잠들기 전에 바람이 많이 분다고는 생각 했지만,,이젠 바람이 장난이 아니였습니다.

    후라이는 벗겨져서, 날라가 버렸고, 텐트 고정 팩이 다 뽑혀 있었습니다.

    펙 다시 고정하고, 텐트 안의 가장자리에  돌들을 주어다  쌓았습니다.

   무섭기도하고, 춥기도하고,,지리의 밤은 길기도 하여라.. 그러다  지쳐서 잠이 든것 같습니다.


  - 아침에 노고단에서 출발한 등산객들의 웅성거림과 눈부심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아침 10시).

   " 어머나, 세상에 어제 태풍이 왔는데도 여기서 야영을 했내..

   (허탈,,내가 어찌나 무식해 보이던지..쩝)


* 에피소드 2.      

  천왕봉 과 통천문사이 에서도 야영을 했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 일찍 텐트를 칠수도 없었고, 주위가 어둑어둑 해질때서야

   텐트를 쳤습니다.  

   관리공단 헬기들이 날아 다니니, 텐트를 친후에도 불은 켤수 없었습니다,

  그덕분에 제가 태어나서 본 경치중에는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볼수 있었습니다,

   별이 내얼굴에 닿을듯이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듯이 가까 웠다니깐요..

  온세상이 별밖에 없더군요. 별들과, 나만이 존재한다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 에피소드 3.

  뒷날 천왕봉에서의 일출을 위해  정상에 섰습니다.

  로타리산장에서 태극기들고  올라오신 산장지기님과 함께. 해가 막떠오르기 시작할때,

  애국가를 불러 보았습니다. 2002년의 6월만큼이나,,, 애국심에 뭉클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상에 오른자만이 가질수 있다는 메달, 거기에 헤어진 애인 이름을 세겼지만,

  전해주지는 못했습니다.

  - 그때 인천분이 기념사진을 찍어 집으로 보내 주셨는데,,그분 성함이 기억이 안나내요..
    엉겹결이긴 하지만, 첫 지리산 산행의 유일한 사진,

        

그때의 인연으로 장비갖추고 지금까지 지리산은 다니고 있읍니다,




6월 13일날  .거림으로해서, 세석으로 다녀올까합니다.
  
오브넷 모임에 저는 참석 못하지만, 즐거운 시간들 되십시요..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