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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산의 추억

2004.06.09 14:39

추억의 오버랩 (진민)

조회 수 2224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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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지리산에 있고 싶은맘,  오브넷 글들 읽으며 달래고 있습니다.
  
좋은글들 감사하게 읽고 있고요, 들락거리며 글읽은지, 꽤나 되었지만,

글을 쓸 자신은 없었습니다..워낙에 글솜씨가 없어서요...

근데,,이번 옛 두레네 모임공지가 뜨면서 괜히, 가슴이 콩딱거리기 시작하대요.

나만의 짝사랑이건만, 글을쓰시는 분들이 너무나 보고 싶었습니다.

참석하려 노력은 했지만, 결국 그날은 다른 일정이 잡혀 포기해야 합니다,


아쉬움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내요..



1989년 8월 어느날..

저에겐 굉장히 힘들었던 시절이였습니다 (대학 진로에 대한 고민때문에..).  

조용한 계곡에 텐트 쳐놓고 몇일 푹 쉬려고, 무작정 짐을꾸려 나섰습니다.

제가 사는곳은 전남 여수, 아무 계획없이 떠나는 길이라서..

조계산 , 광양백운산 , 지리산 계곡중에서  선택하여야만 했습니다.

터미널에서 가장빨리 떠날수 있는 버스를 선택한게, 구례였습니다.

구례 터미널에서 또 고민하게 됩니다. 화엄사, 피아골, 쌍계사,

사람들이 가장 적은 버스를  골라탔습니다. 그래서 도착해보니 피아골이더군요.

60리터 베낭에 5~6인용 텐트. 반팔, 반바지.

그리고, 줄세개가 상표인 아다다수 쓰르빠..(슬리퍼)..상상이 가십니까?


지리산계곡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던, - 쓰르빠맨.

조용히 쉬고 싶다는 욕심에, 사람들을 피해 위로 위로만 오르다보니,

허걱, 산중에 왠 집이 하나 나타납니다.

몇명의 등산객들이 쉬고 있었습니다.

그 곳이 바로 피아골산장 이라는걸 알았습니다...
(산을 자주타시는 분들은 내 이야기에 어이가 없겠지만,,,ㅎㅎ)  


등산객들이 저의 행색을 살피더니,,실실웃으며 대단하다 합니다.

능선(임걸령)의 반을 올랐다. 이야기도 해 주더군요..그게 칭찬인줄알고 우쭐해진

쓰르빠맨,, 지리산이 만만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게 쓰르빠맨의 엄청난 착각이였음을 곧 깨닿게 되지만,,,

그 후회를 하는데는 별로 오래걸리지도 않았습니다.

그렇게 경사가 심한길은 처음 올라봤습니다.(평균 60~70도의 경사면)..

그러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렇게 두시간 오르니, 임걸령이란곳에 도착하게 되더군요..

까만얼굴(??)에 배낭, 그리고 목과 수평으로 누워있는 대따 큰 레져용텐트,

반쓰봉에, 쓰르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놀래키며, 웃기기도 하며, 걱정도 시키며, 그렇게 저는 계획에도 없던

뜬금없는 지리산 종주를 하였답니다.


(지리산 산신령님만 알고 있는 나의 거짓말 - 계곡에 텐트를치고 야영을 하는데,

누가 등산화를 훔쳐갔어요!?...)  


* 에피소드 1.

   "국립공원내 지정구역 외 야영및 취사금지",지금은 잘 지켜 지지만,

  그때는 잘 안지켰던것 같습니다.  (나만 그랬나?)

  임걸령에서 야영했었습니다.  

  지금은 목책에, 풀들이 많이 자라나있지만, 그때는 꽤나 넓은 공터 였었죠 !?  

  바로 그날.( 지리산에서의 첫날) 고생.  전라도 말로, 겁나게 해부렀습니다.

  - 지리산에서의 첫 야영이다보니, 잠이 잘 오지 않아, 가져간 소주를 의지해서 잠이 들었습니다.

    잠자다가 내가 들리는 느낌. 기분 좋은 느낌에  일어났습니다..그러나 상황은 정반대 였습니다.

    잠들기 전에 바람이 많이 분다고는 생각 했지만,,이젠 바람이 장난이 아니였습니다.

    후라이는 벗겨져서, 날라가 버렸고, 텐트 고정 팩이 다 뽑혀 있었습니다.

    펙 다시 고정하고, 텐트 안의 가장자리에  돌들을 주어다  쌓았습니다.

   무섭기도하고, 춥기도하고,,지리의 밤은 길기도 하여라.. 그러다  지쳐서 잠이 든것 같습니다.


  - 아침에 노고단에서 출발한 등산객들의 웅성거림과 눈부심에 잠에서 깨어났습니다(아침 10시).

   " 어머나, 세상에 어제 태풍이 왔는데도 여기서 야영을 했내..

   (허탈,,내가 어찌나 무식해 보이던지..쩝)


* 에피소드 2.      

  천왕봉 과 통천문사이 에서도 야영을 했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들 때문에 , 일찍 텐트를 칠수도 없었고, 주위가 어둑어둑 해질때서야

   텐트를 쳤습니다.  

   관리공단 헬기들이 날아 다니니, 텐트를 친후에도 불은 켤수 없었습니다,

  그덕분에 제가 태어나서 본 경치중에는 가장 아름다운 야경을 볼수 있었습니다,

   별이 내얼굴에 닿을듯이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마치 손을 뻗으면 닿을듯이 가까 웠다니깐요..

  온세상이 별밖에 없더군요. 별들과, 나만이 존재한다는 착각이 들었습니다.  


* 에피소드 3.

  뒷날 천왕봉에서의 일출을 위해  정상에 섰습니다.

  로타리산장에서 태극기들고  올라오신 산장지기님과 함께. 해가 막떠오르기 시작할때,

  애국가를 불러 보았습니다. 2002년의 6월만큼이나,,, 애국심에 뭉클했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상에 오른자만이 가질수 있다는 메달, 거기에 헤어진 애인 이름을 세겼지만,

  전해주지는 못했습니다.

  - 그때 인천분이 기념사진을 찍어 집으로 보내 주셨는데,,그분 성함이 기억이 안나내요..
    엉겹결이긴 하지만, 첫 지리산 산행의 유일한 사진,

        

그때의 인연으로 장비갖추고 지금까지 지리산은 다니고 있읍니다,




6월 13일날  .거림으로해서, 세석으로 다녀올까합니다.
  
오브넷 모임에 저는 참석 못하지만, 즐거운 시간들 되십시요..그럼
  • ?
    허허바다 2004.06.09 15:42
    너무 너무 재미있습니다.
    그땐 뭐 장비라는 것이 있었나요 ㅋㅋ
    예... 그땐 텐트에서 바라보는 밤 하늘,
    그리고 그 보석하늘에 구름과자 흘려 보내며
    참 많은 얘기를 하곤 했었죠...
    덕분에 옛날로 징하게 한번 돌아갔다 왔습니다 ㅎㅎㅎㅎ
  • ?
    moveon 2004.06.09 17:22
    ㅎㅎㅎㅎㅎㅎㅎㅎ재미있습니다.
  • ?
    슬기난 2004.06.09 18:20
    지리산의 달인 성락건님의 지리산 도사되기 산행에 슬리퍼 신고 산행하기 하나 추가하여야겠습니다.풋풋한 젊은 열정으로 난관을 헤쳐나갈때가 좋은때 아니겠습니까?
  • ?
    희망 2004.06.09 19:38
    89년도 ...저보다는 딱 한달을 앞서 가셨군요.
    저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않았습니다. 손가방 하나에 스케치 도구와 모자 하나 달랑 쓰고 올라갔었습니다. 이 추억의 방에 그 훗담을 쓸까 했지만...너무 어이가 없다 하실까봐 들.... 헤헤..
  • ?
    오 해 봉 2004.06.10 00:47
    걸작 입니다.
    정말로 재미있는 추억속의 산행감투기 로군요.
    15년이 흐르고있어도 박수를 보냅니다.
  • ?
    슬리퍼맨 2004.06.10 08:11
    감사합니다..내가 좋아하는 님들의 칭찬을 들으니, 웬지 쑥스럽군요...
    전라도 표현으로 한다면. " 무지하게 여럽구마이~이" 라고 표현하는데..
    아침에 칡차 한잔들고 컴퓨터 를 켜고,바로 오브넷에 들어왔습니다.
    칭찬들 감사합니다.....오늘 쾌청한 날씨가 기대 됩니다....오브넷 가족분들 모두 즐거운 하루되십시요..
  • ?
    疊疊山中 2004.06.10 09:01
    하하하~ 슬리퍼맨 덕에 저도 오늘 무척 즐거운 하루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칡차는 한 잔 씩 나눠 드심이 ......
    나도" 무지하게 여럽구마이~이"
    자주 뵙길 바랍니다.
  • ?
    솔메 2004.06.10 11:59
    '쓰레빠맨'의 흘러간 산행기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진정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 ?
    인자요산 2004.06.10 13:57
    전라도 사투리봉게 겁나게 방가부요
    글 잘쓰시는구만.. 여태 어찌 참았을꼬..
    오전엔 -_ -
    오후엔 ^ _^
    모두 슬리퍼맨덕입니다.
  • ?
    금바다 2004.06.10 16:50
    푸하하.....
    지난85년 한여름 지리산을 겁없이 도전했을 때가 생각이나서요...
    그때 제가 가지고 간 텐트와 비슷하네요.
  • ?
    진로 2004.06.11 02:08
    네 너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89년 그해는 저 무지 바빳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도 좋은 시간들 이었네요.
  • ?
    길없는여행 2004.06.13 12:35
    그래서 닉네임이 슬리퍼맨이었군요. ㅎㅎㅎ
    이런 찐~~한 추억이 있었군요, 이곳 지리에서... ...
    그래서 지리산맨도 되셨구요.
  • ?
    섬호정 2004.06.18 23:15
    '81년.하도 오래전,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날 장마통에 우산들고 퇴근길 즉시 남도행 줄행랑치기로 , 동료들과(남녀노소8명) 처음으로 화엄사경내 옆을 지나 노고단으로 올랐지요..도시의 여름 출근 차림이어서 유행하던<허시파피> 샌달을 신고말이예요 그때의 신발 한짝! 피아골 내림길에 쓰러진 원시림을 엎드려 넘다 미끄러져 숲..계곡쪽으로 굴러버렸는데 어두워서 더는 못찾고 그냥 하산하던 일....!빨지산?의 맨발을 충분히 체험했지요...화엄사---노고단-임걸령-피아골-의 그 허시파피 샌달의 추억..아련합니다.

  • ?
    산사춘 2004.06.23 19:49
    하!하!하!
    슬러퍼맨 하니 생각나는 인물이 한명있어 웃음이납니다.
    작년 산악회에서 오대산을 갔는데 첨 참석하신분인데
    반바지에 면티 슬리퍼를 신고 산행을 했는데,,
    모든분들이 극구 말리는데도 그렇게 꿋꿋이 산행을 하더군요.
    그러나 왠걸 다람쥐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날 비가 추적추적 내렸느데.정상을 힘들게 올라가보니
    무지개색의 우산까지 펼쳐들고 있어서 얼마나 웃었던지.
    그분도 그리하여 자칭, 타칭 슬리퍼맨이 되었지요.
    참으로 엉뚱하고 재미나신 분들이네요.
    님덕에 묻혀졌던 추억이 다시 생각나네요
  • ?
    아낙네s 2004.12.08 14:42
    지리산 첫날밤에 대한 신고식을 톡톡히 치르셨네요 ㅎㅎ
    피앗골 대피소를 보고 집하나가 보였다 ..표현하시니
    저도 맨처음 보았다면 그리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어지네요 ㅎㅎ
    로타리 대피소에서의 애국가 .. 상상만해도 정겹고 애뜻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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