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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산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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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날의추억

    학교 마치고 집에 오니...
    "영아! 소 먹이러 가레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소를 몰고 집을 나서기가 싫어서
    울고 불고 난리를 쳤다.

    "싫어~ 가기싫어~"
    "이놈메 지지바! 퍼덕 안가고 뭐하노."
    아버지의 고함소리에.....

    "그냥 당신이 풀 한짐 베다주면 될것을...
    저렇게 가기 싫어 하는 아를 꼭 보내야 되요?"

    "퍼떡 안 가나~~~"
    눈을 부라리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몽둥이를 찾고 게신다..
    어머니는 이제 8살짜리 딸을 억지로 보내려는 남편이 야속 하기만하다.

    어머니는 영이를 감싸며 오이 한 개를 깍고
    찐감자 한개랑 손수건에 돌돌 말아 싸서
    손에 쥐어 주곤 등을 떠밀었다.
    "영아 이거 들고 갔다 와..엉?"
    다독여 주는 어머니 때문에 눈을 흘기며 아버지를 쳐다본다.....

    눈물을 훔치고 소 엉덩이를 힘껏 내려쳤다.
    "이 랏~"
    얼굴은 흐른 땀과 눈물로 범벅이되어 꼬장물이 흐른다.

    지 덩치 보다도 몇배나 더 큰 소를 몰고 가는 어린딸을
    애처롭게 쳐다 보는 어머니~
    매질이 어찌나 모질고 무섭든지.....
    그마음 엄마가 왜 모를까.......

    "어이구~ 안 보내면 어떤누. 그렇게 가기 싫어하는데."
    "시끄럽다....."
    훗날.어머니 말이..그렇게 보내놓고 씩!~웃으며
    또 챙겨 드는것은 낚시대...였다고 한다.

    성진강으로 갈것이다...
    '귀신은 머하노.저런거 안 잡아가고.....'
    어머니의 한숨 소리 땅이 커진다
    ,오늘밤에 들어 오기나 할려나.....?'
    "남편이 아니라 웬수다 웬수~~어이구 내 팔자야....."
    어머니의 푸념이 시작 되었다..
    .
    .
    .

    다른 애들은 벌써 다 가고 아무도 없다.
    다른 아이들을 따라 잡을려면
    부지런이 산을 올라야 된다.

    혼자가는 산길이 얼마나 무섭고 으시시한지.....
    이리저리 고개를 두리번 거리면서..

    비탈진 산길을 가자니
    소가 아무래도 빠르니까 앞세우고,
    땀을 뻘뻘 흘리고 죽을 힘을 다해
    집채만한 황소를 뒤에서
    엉덩이를 흠씬 두를 기면서

    영이는 누가 잡으러 오는지
    발걸음이 다급해 진다.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올라가는 소는
    입에 거품이 흐릅니다.

    마침 지나가는 동네 어른을 만나면 다행이다.....
    어느쪽으로 갔는지 알수 있으니까......

    그날은 다행이도 중간 정자나무 아래에서
    모두들 기다리고 있었다.
    산에 도착해서 소 고삐를 놓아주면
    모든 소들이 우루루~몰려 지들 알아서 올라간다...

    나무그늘 아래서 흐르는 땀을 식히고
    흘러 내리는 시냇물 업드려서 입으로 물도 마시고...

    날씨가 좋으면 나무가지 위에다 집을짓고 가지를 꺽어서
    자리도 만들고,

    너덜봉따라 올라가며 머루며 다래도 따 먹고
    망개잎따고 싸리 나무가지 꺽어서 모자도 만들어 쓰고.

    집을 나설때 그설움 누구에게 들킬까봐...
    눈물자국 지우고 어린 마음에도 가슴이 싸~한게 찢어지는 듯 하다.

    산정상에 오르니
    저멀리 아름답게 펼쳐져있는 평야와 곡선을 그리며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이 보인다..
    어머니의 한숨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눈물이 핑~돈다......

    후덥지근 해 지든날씨는
    어느새 변덕을 부려 하늘이 캄캄해 지는가 싶더니.
    더디어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동굴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감자도 구워 먹고,
    등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네요.

    나이 많은 오빠들이 불을 지피고
    구운감자를 나눠준다.......

    비가 장대같이 퍼 붓는다.
    너덕바위 아래 빗방울이 굴러 떨어진다..
    토닥토닥~~~~~

    졸졸졸~
    바위사이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도 정겹다
    들풀은 빗방울따라 이리저리 한들거리면 춤을 춘다...

    옷들은 이미 다 젖어 버린 상태이고,
    누가 한마디한다...
    "목욕하러가자~~~....."
    모두들 우루루 시냇가로 향했다.

    비가 쏟아져도 젖은 옷 그대로 입고 물장난치는 그런 재미!
    물싸움도하고.....
    한아이가 울면서 악을쓴다......

    "내귀에 물들어 갔단 말야!...잠깐~~~~~"
    한쪽 다리 들고 콩콩~~~뛰고....
    물에 대한 내 기억은 너무 보드랍고 편안함 그 자체였다.
    이때 만큼은 모든 아픔이 없어져 버렸다..

    훗날 내가 성인이 되었을때 수영을 배운 것도 그 때의 향수랄까?..
    여름 소나기가 그렇듯이
    한 두어시간을 퍼 붓더니 햇볕이 쨍쨍.

    비맞은 풀잎에는 빗방울이 조랑조랑~~~반짝이고 있었다...
    저만치서 산나리가 웃으며 쳐다 본다.

    젖은 옷을 모두 벗어 짜고는
    바위에 쫙 펴서 널고 나뭇가지에 널고,

    이제 오후 간식시간.....
    남자애들은 아기 분유 통으로 멋지게도
    솥을 걸 수 있는 아궁이를 만들었다.


    맨날 오는 소몰이니까 자기 아궁이가 전부 따로있다.
    감자도 그냥 구워 먹는 것을 아니라,
    깍아서 설탕 소금 넣고 삶아 먹었다.
    나는 늘 얻어만 먹었었다.


    한번은 다른애들이 다 가져가는 쌀이며 콩이며..
    왜 나는 안돼는지...
    집에 있는 팥이랑 쌀을 섞어서 몰래 가져 가다가 아버지가 봤다...

    어린애가 뭘안다고,,,
    이유를 모르겠다...왜 때리는지...
    얼마나 맞았는지......

    그날저녁.....어머니가 불러 놓고 하시는 말씀...
    "팥은 따로 삶아서 쌀이랑 밥 하는것이지 같이 하는게 아니란다..."
    "그렇게 섞어서 가져가면 먹을수도 없는데 왜 가져갔었냐...."

    "다른애들 다 가져 오니까 나도 한번쯤은 가져가야지... "
    "........이그~~~"
    어머니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어머니랑 영이는 같이 울어 버렸다.

    하늘에 물감을 흐트려 놓고 해가 서산에 넘어가면...
    저녁놀이 붉게 물들고 대지는 회색빛을 띤다.

    소를 찾아 집으로 내려 갈시간이 되었다.
    우리소 배가 불룩 하다...풀 많이 먹었나 보다.....
    소 허리 쳐다보고 엉덩이 뼈가 튀어 나오면...
    소 안보고 뭐했냐고 애꿋은 야단을 듣기 때문이다.

    덩치가 작은 나는
    항상 맨 뒤에 서서 집으로 돌아왔다.

    동네에 접어드니 집집마다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맛있는 음식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여기저기서 벌써 모깃불도 피워두고.....
    온동네가 자욱한 안개속에 파 묻혔다..

    산에 가면 온갖일을 잊어버릴수가있는데
    즐겁게 놀수도 있는데.....
    가기는 어찌 그렇게 싫었든지,,,,,,,

    내 나이 7살 때 부터 소를 몰았다고 하니..
    다리를 못써 아무것도 거들지 못하시는 할아버지~
    집안에만 게시기가 미안해서 어린 나를 앞세우시고...

    "영아! 이 할애비가 뒤에 따라 갈 테니 소 고삐 좀 잡아라."
    하신 것이 그 어린 나이에 소 몰이를 나서게 되었다.

    큰딸이라 집안일 하나쯤은 거들어야 되는데
    별달리 어려서 할 일은 없고...

    소 한 마리라도 여름에 밥을 먹여야 되니 ,
    이렇게 라도 해야 되었을 것이지만......
    너무 싫었었다....

    장마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그 때 그 추억이 아련히 떠올라
    입가에 슬픈 미소가 머금어진다.

    자꾸만 유년이 그리운것은
    몸도 마음도 커지니.....
    어릴때 느끼지 못했든 내 어머니에 대한 연정인가싶다...





어릴적 .......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는산정상까지
너덜봉따라 머루 다래 따든그때.....
아련한추억입니다.....^^


  • ?
    부도옹 2004.09.19 16:28
    모든 것이 다 추억입니다.
    하이디님은 참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하고 계십니다.
    '소 뜯긴다'라고 표현을 하죠?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방학이면 시골 외가를 자주 갔었답니다.
    할머니가 계시는 큰집과는 면을 경계로 같은 군에 있었지만 외가집이 더 부자였기에 철없던 마음에는 그쪽으로 마음을 더 주었지요. ^^;;
    소 뜯기러 가면 동네 형들은 허여멀건한 '도시놈'을 만만한 조무래기들과 싸움을 시키곤 했었는데 패기도 했지만 얻어터진 때가 더 많았죠.
    심리적으로 불리했었죠.^^*
    상대는 홈그라운드에 동네형들의 배경에 저는 고작 오기 하나 뿐.
    고작 꾀를 낸게 개별적으로 마을에서 만나면 공갈을 치곤 했는데, '너 이리와봐, x도 아닌 xx가 까불고 있어. 소띧기러 가서 또 나한테 덤비면 너 디질 줄 아러~~'
    얻어터졌지만 지고 올 때는 없었던게 다 오기 때문인지....
    외가동네에서는 어른들도 '위꼴통'이라고 불렀는데 국민학생이 하면 얼마나 했다고.... ^^

    하이디님 덕분에 아련한 추억을 떠올려 봅니다.
    Josh Groban의 목소리가 유난히 애절하게 들립니다.
    고맙습니다.
  • ?
    작은 이영진 2004.09.19 19:43
    하이디님의 글을 읽으니 문득 예전
    시골에서 소먹이던일 (꼴)이라고하지요
    겨울에 소먹일풀베오는걸요
    예전의 추억이 다시 떠오르는군요 다시 그 추억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 ?
    해성 2004.09.19 22:23
    하이디님! 글이 참 정겹게 느껴집니다.
    도시에서만 자라 시골생활은 잘 모르고, 어느날 시골에 있는 친척집에 잠시라도 갈라치면 해우소(뒷간)일이 힘든 기억밖에.. 아련하게 떠 오르는 그런 추억은 별로 없네요..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 ?
    진로 2004.09.20 11:45
    하동이 고향이신 하이디님 반갑습니다.
    좋은 음악과 글 정겨움이 묻어납니다.
    자주 납시어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 ?
    아낙네s 2004.09.20 14:40
    때때로 꺼내어 보고 그리워하다가도 있던자리로
    되돌릴수 있는 유년의 기억들..
    하이디님의 닉만큼이나 순수하고 밝은 이야기 감사합니다.
  • ?
    하이디 2004.09.20 16:52
    부도옹님.....작은 이영진님.....해성님...진로님.....아낙네s님.......
    반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등까지 악양에서 보낸제 유연시절은 조금은 슬프지만..
    그래도 어릴적 추억들이 가끔은
    우표를 부치지도 않았는데 꾸역꾸역 .찾아 오네요......
    가끔 어릴적 추억들 올려도 되나요?
    이것은 작년에 적은것이옵니다.....
  • ?
    해성 2004.09.20 21:42
    예 전무조건 찬성입니다. ^0^
    방제가 추억의 방이니 말입니다.ㅎㅎ
    하이디님 글 읽어보면 한편이지만 지난 추억이 정겹습니다.
    그래서 찬성입니다.
  • ?
    오 해 봉 2004.09.21 12:26
    "자꾸만 유년이 그리운것은
    몸도 마음도 커지니.....
    어릴때 느끼지 못했든 내 어머니에 대한 연정인가싶다..."

    내어릴때의 모습을 뒤돌아 보는것같은 정겨운글 잘 읽었답니다,
    몇번을 읽어도 좋으네요.
  • ?
    허허바다 2004.09.21 22:06
    한참을 읽었습니다...
    그 자그마한 우주,
    그 순수한 세계가
    그 당시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 ?
    sagesse 2004.09.21 22:34
    여섯살때쯤인가,, 우리 아버지가 마굿간 청소 하느라 소를 잠시 대문 입구에 매놓은 적이 있습니다. 무서워서 옆으로 살살 비켜간다고 했는데도 그만 소 뒷발에 채여 얼마나 울었던지...

    그래두 나는 이 세상 동물 중에서 소를 젤로 좋아하지요.
    우리 집에서 제일 값나가는 동산이었고, 어른 몇 몫 하는 일꾼이었고, 해마다 송아지를 쑥쑥 낳아서 나나 우리 언니들 등록금 걱정 덜어준 해결사였으니까요.
    그런데도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나는 그 귀한 소를 위해 해준 게 하나도 없군요.
    아, 하나 있긴 있습니다. 그래서 난 소고기보다 개고길 더 좋아합니다. 근데 이게 소를 위한 건가?
  • ?
    섬호정 2004.09.21 23:20
    하이디님, 알프스 아닌 지리산 형제봉 아래의 하이디님이시네요
    님의 유년이 섬진강물 처럼 유년을 푸르게 해 주는 글 잘 읽으며
    그 곳곳들을 따라 내 유년을 찾아갑니다
  • ?
    혜천 2004.09.22 20:48
    숨겨온 일기장을 꺼내 볼 용기를 주셨어요. 고마운 맘 에 "퍼-득"
    책 한권을 (제목만) 선물해도 될까요?-몸에 밴 어린 시절-미실다인박사 지음-펴낸데 -카톨릭출판사-옮긴이-이종범,석규. 하이디!고마워요.
  • ?
    하이디 2004.09.22 22:09
    몸에 밴 어린 시절-미실다인박사 지음
    -펴낸데 -카톨릭출판사-옮긴이-이종범,석규.
    ...네~
    혜천님 감사합니다.........
    서점에 들르면 찾아 볼께요.......^^
  • ?
    友仁 2004.11.04 12:00
    어쩌면!!!
    소먹이는 풍경은 언제나, 어디나, 누구나.....
    저렇게 꼭 같을수 있을까???????
    소를 놓아줄때는 소 고삐를 소 뿔에다 감았는데
    산에 올라가서
    바다를 내려다 보며 유행가(?)를 목이 터져라 불렀는데
    양철로 판을 만들어서 빵도 쪄 먹었는데......
    이 가을에 어머니 생각으로 눈물나게 하는 사연입니다.
  • ?
    하회별신 2004.11.16 20:09
    그리움에 젖어봅니다.
    왠지모를 눈물도 납니다.
    저도 예닐곱살부터 소를 몰았었어요.
    =======
    써키드쏠레의 음악 맞지요?
    살아있는 듯한 서정이 느껴지는 공연...
    한 1년여 전 쯤에 하해님이 동영상을 올리셨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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