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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산의 추억

2004.11.15 14:58

다시찾은 지리산

조회 수 238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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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림잡아 25년전쯤은 되었을것같다. 지리산 근처에 살고 있었던 나는 장비랄것도 보잘것 없는 고체연료, 양은남비, 텐트, 담요등을 챙겨 마천에서부터 걸어 백무동을 거쳐 천왕봉을 올랐었다. 그때는 고등학교 시절이었기에 장비는 필요 없었고 열정과 투지만 있었다. 그리고 20대에 지리산을 이곳 저곳 등반하다가 직장인이 되었다.

  바쁜 일과의 연속, 숨막히는 경쟁, 매일 같은 생활의 연속, 그러다가 산을 잊은지 십여년이 흐른 5년전의 가을 쯤인것 같다. 동생과 함께 천왕봉 에 오르기로 했다. 아침일찍 백무동을 출발하여 하동바위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10분도 못가서 숨이 차오르고 헉헉 거렸다. 그래도 마음은 옛시절을 떠올리며 각오를 다졌다. 하동바위를 지나고 참샘을 거쳐 힘든 경사면을 오를때, 하산하시는 분들의 한결같은 말은 고생좀 하겠습니다였다.  어느덧 장터목 산장에 도착하고 마지막 피치를 내어 제석봉까지는 올랐는데, 지천에 천왕봉을 보고서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다, 도저히 못가겠다. 동생을 설득하여 하산하면서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도 많이 했다. 그래도 하산 코스는 옛적 다녔던 한신지계곡 코스를 택하여 하산 했는데 이것이 또 문제였다. 너무나 아름다운 한신지계곡만 생각하고 내 체력은 무시하였다. 하산길 중간지점 천령폭포, 내림폭포 부터서는 완전히 녹초가 되어 100m도 못가서 쉬기를 반복한후에 하산할수 있었다.
  그리고 나니 산이 두려웠다. 내가 변하여 있었다.  운동부족에따른 체력이 급격히 저하 되어 있었다. 너무나 힘든 산행뒤에 다시는 찾고 쉽지 않았지만 마음 한구석엔 체력 보강을 하여 다시 도전하리라 굳게 마음을 먹었다.

  2년전부터 직장에서 격주 휴무제를 실시하고 금년부터는 주5일제 근무로 한결 여유로운 시간이 생겼다. 지리산에 가보고 싶었다. 그것도 천왕봉에. 그렇지만 두려웠다. 그래서 가까운 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해발 700m되는 산부터. 그리고 800m. 틈틈히 달리기도 했다. 그리고 지리산 주변에 있는 웅석봉, 바래봉등을 다녔다. 이제 천왕봉에 갈수 있을것 같았다. 드디어 토요일 오전. 아침 일찍 마누라가 준비해준 도시락을 들고서 천왕봉 등정에 나섰다. 6월의 어느 토요일, 중산리를 출발하여 3시간30분만에 천왕봉에 올랐다. 눈물이 날것 같았다. 옛 일들이 파노라마 처럼 지나같다. 천왕봉은 8번째 였지만 그동안 너무나 잊고 살았었다. 올라 오면서 보니 길도 많이 변해 있었다. 천왕봉 표지석도 바뀌어 있었다.  천왕봉 한 모퉁이에 앉아 북동쪽의 내가 태어난 고향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북쪽의 함양은 내가 자란 곳이다. 내가 다녔던 학교도 보이고 나의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리고 그 위에 계시는 분들의 산소 자리도 가늠해 보았다. 천왕봉에 오면 나의 뿌리가 다 보이는것 같다.  하산을 하면서 다소 힘들었지만 참을만 했다.
  그리고 6개월이 흘러 올들어 다섯번째 지리산을, 그리고 남덕유산, 기백산을 다녀왔다. 직장동료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며 치빝목 산장에서 하룻밤 숙박을 하며 각자 미래의 꿈도 이야기 했다. 산장 아쩌씨의 넉넉한 웃음과 함께
  전번 토요일 노고단을 지나 임걸령 가기전 능선에서 본 남해쪽 전경은 잊을수 없을것같다. 싸늘한 초겨울 바람이 불었지만 멀리보이는 운해와 초겨울의 앙상한 나무가지
그리고 비온후 물이 불어 적당하게 넘치는  계곡과 뱀사골의 그 맑은 물.
아 , 이래서 우리나라가 금수강산이구나 속으로 탄복했다. 앞으로 지리의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싶다. 혼자서든 , 아니면 마누와함께, 또 사랑하는 아이들과 함께.

지리산이 너무 좋아 인터넷을 뒤적이다 오브넷을 발견하고 이제는 하루에 한번씩은 꼭 들리고 있습니다. 항상 좋은 정보와 사진, 아름다운 시를 감상하고 생활의 활력을 얻고 있습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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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바다 2004.11.15 15:02
    산은 그대로 인데 세월이 많이 흘렀지요... ^^*
    자주 오시어 흘러가 버린 그 시간들을 챙겨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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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성 2004.11.21 22:54
    어린시절을 지리근처에 사셨다니 커다란 행복이였겠습니다.
    지금과는 사믓 다를것 같은 지리의 모습들을 기대하면서..
    잘 보았습니다.
  • ?
    강미성 2004.11.30 19:37
    저를 보는것 같네요, 저도 날고 길때 생각으로 다시 가보니 예전 같지 않아 힘들게 산행한 기억이 나네요, 늘 안전산행하시고
    아름다운 산행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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