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가고 싶다

by 느린걸음 posted Nov 12, 2004 Views 2056 Repl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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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에 다녀온 지 한달 정도 지났네요.
그때 홀로 떠나는 게 여러가지로 두려워 떠나기 전날 오후까지 망설이다가
저녁 8시쯤 되어서야 마음의 결정을 했었습니다.

무엇때문에 그렇게 가봐야하겠다고, 그때 아니면 안되겠다고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산 정상에서 느꼈던 잊혀지지 않는 기억을 다시 경험해보고 싶었나봅니다.
지금이야 산행이 끝나고 좀 지난뒤라 또 가고 싶다는 말을 하지만,
사실 지친 몸에 험하고 지리한 길을 가면서 들었던 생각은
왜 사서 고생이냐,,정말 다시는 이러지 말아야겠다,,이었답니다.
출발하기 전에 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은 온데 간데 없었답니다.

그런데 지나서 보니 또 모습이 어떻게 변했을까 궁금하고,
어두컴컴한 새벽길을 혼자서 걸으면서 살짜기 두려움으로 떨렸던 가슴,
그러다가 어슴프레 밝아지는 새벽에 다시 발걸음이 든든해지고,
채 밝아지지 않은 지리산의 모습을 능선위에서 바라보며 땀을 식히던 기억들이
너무 그립습니다.

겨울산은 힘들거라는 생각에 한달전에 간 것인데,
지리산의 겨울모습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네요.
이러다가 또 어느때 짐싸서 바로 출발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암흑같은 산속의 새벽을 찬공기를 마시며 작은 후레시불빛 하나에 의지해 홀로 걸었던 것이 몹시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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