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을 사랑하시는님들 이런것도 올려도 되나요?

by 하이디 posted Sep 19, 2004 Views 2654 Replies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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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오는날의추억

    학교 마치고 집에 오니...
    "영아! 소 먹이러 가레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소를 몰고 집을 나서기가 싫어서
    울고 불고 난리를 쳤다.

    "싫어~ 가기싫어~"
    "이놈메 지지바! 퍼덕 안가고 뭐하노."
    아버지의 고함소리에.....

    "그냥 당신이 풀 한짐 베다주면 될것을...
    저렇게 가기 싫어 하는 아를 꼭 보내야 되요?"

    "퍼떡 안 가나~~~"
    눈을 부라리며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몽둥이를 찾고 게신다..
    어머니는 이제 8살짜리 딸을 억지로 보내려는 남편이 야속 하기만하다.

    어머니는 영이를 감싸며 오이 한 개를 깍고
    찐감자 한개랑 손수건에 돌돌 말아 싸서
    손에 쥐어 주곤 등을 떠밀었다.
    "영아 이거 들고 갔다 와..엉?"
    다독여 주는 어머니 때문에 눈을 흘기며 아버지를 쳐다본다.....

    눈물을 훔치고 소 엉덩이를 힘껏 내려쳤다.
    "이 랏~"
    얼굴은 흐른 땀과 눈물로 범벅이되어 꼬장물이 흐른다.

    지 덩치 보다도 몇배나 더 큰 소를 몰고 가는 어린딸을
    애처롭게 쳐다 보는 어머니~
    매질이 어찌나 모질고 무섭든지.....
    그마음 엄마가 왜 모를까.......

    "어이구~ 안 보내면 어떤누. 그렇게 가기 싫어하는데."
    "시끄럽다....."
    훗날.어머니 말이..그렇게 보내놓고 씩!~웃으며
    또 챙겨 드는것은 낚시대...였다고 한다.

    성진강으로 갈것이다...
    '귀신은 머하노.저런거 안 잡아가고.....'
    어머니의 한숨 소리 땅이 커진다
    ,오늘밤에 들어 오기나 할려나.....?'
    "남편이 아니라 웬수다 웬수~~어이구 내 팔자야....."
    어머니의 푸념이 시작 되었다..
    .
    .
    .

    다른 애들은 벌써 다 가고 아무도 없다.
    다른 아이들을 따라 잡을려면
    부지런이 산을 올라야 된다.

    혼자가는 산길이 얼마나 무섭고 으시시한지.....
    이리저리 고개를 두리번 거리면서..

    비탈진 산길을 가자니
    소가 아무래도 빠르니까 앞세우고,
    땀을 뻘뻘 흘리고 죽을 힘을 다해
    집채만한 황소를 뒤에서
    엉덩이를 흠씬 두를 기면서

    영이는 누가 잡으러 오는지
    발걸음이 다급해 진다.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올라가는 소는
    입에 거품이 흐릅니다.

    마침 지나가는 동네 어른을 만나면 다행이다.....
    어느쪽으로 갔는지 알수 있으니까......

    그날은 다행이도 중간 정자나무 아래에서
    모두들 기다리고 있었다.
    산에 도착해서 소 고삐를 놓아주면
    모든 소들이 우루루~몰려 지들 알아서 올라간다...

    나무그늘 아래서 흐르는 땀을 식히고
    흘러 내리는 시냇물 업드려서 입으로 물도 마시고...

    날씨가 좋으면 나무가지 위에다 집을짓고 가지를 꺽어서
    자리도 만들고,

    너덜봉따라 올라가며 머루며 다래도 따 먹고
    망개잎따고 싸리 나무가지 꺽어서 모자도 만들어 쓰고.

    집을 나설때 그설움 누구에게 들킬까봐...
    눈물자국 지우고 어린 마음에도 가슴이 싸~한게 찢어지는 듯 하다.

    산정상에 오르니
    저멀리 아름답게 펼쳐져있는 평야와 곡선을 그리며
    유유히 흘러가는 섬진강이 보인다..
    어머니의 한숨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눈물이 핑~돈다......

    후덥지근 해 지든날씨는
    어느새 변덕을 부려 하늘이 캄캄해 지는가 싶더니.
    더디어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동굴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감자도 구워 먹고,
    등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네요.

    나이 많은 오빠들이 불을 지피고
    구운감자를 나눠준다.......

    비가 장대같이 퍼 붓는다.
    너덕바위 아래 빗방울이 굴러 떨어진다..
    토닥토닥~~~~~

    졸졸졸~
    바위사이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도 정겹다
    들풀은 빗방울따라 이리저리 한들거리면 춤을 춘다...

    옷들은 이미 다 젖어 버린 상태이고,
    누가 한마디한다...
    "목욕하러가자~~~....."
    모두들 우루루 시냇가로 향했다.

    비가 쏟아져도 젖은 옷 그대로 입고 물장난치는 그런 재미!
    물싸움도하고.....
    한아이가 울면서 악을쓴다......

    "내귀에 물들어 갔단 말야!...잠깐~~~~~"
    한쪽 다리 들고 콩콩~~~뛰고....
    물에 대한 내 기억은 너무 보드랍고 편안함 그 자체였다.
    이때 만큼은 모든 아픔이 없어져 버렸다..

    훗날 내가 성인이 되었을때 수영을 배운 것도 그 때의 향수랄까?..
    여름 소나기가 그렇듯이
    한 두어시간을 퍼 붓더니 햇볕이 쨍쨍.

    비맞은 풀잎에는 빗방울이 조랑조랑~~~반짝이고 있었다...
    저만치서 산나리가 웃으며 쳐다 본다.

    젖은 옷을 모두 벗어 짜고는
    바위에 쫙 펴서 널고 나뭇가지에 널고,

    이제 오후 간식시간.....
    남자애들은 아기 분유 통으로 멋지게도
    솥을 걸 수 있는 아궁이를 만들었다.


    맨날 오는 소몰이니까 자기 아궁이가 전부 따로있다.
    감자도 그냥 구워 먹는 것을 아니라,
    깍아서 설탕 소금 넣고 삶아 먹었다.
    나는 늘 얻어만 먹었었다.


    한번은 다른애들이 다 가져가는 쌀이며 콩이며..
    왜 나는 안돼는지...
    집에 있는 팥이랑 쌀을 섞어서 몰래 가져 가다가 아버지가 봤다...

    어린애가 뭘안다고,,,
    이유를 모르겠다...왜 때리는지...
    얼마나 맞았는지......

    그날저녁.....어머니가 불러 놓고 하시는 말씀...
    "팥은 따로 삶아서 쌀이랑 밥 하는것이지 같이 하는게 아니란다..."
    "그렇게 섞어서 가져가면 먹을수도 없는데 왜 가져갔었냐...."

    "다른애들 다 가져 오니까 나도 한번쯤은 가져가야지... "
    "........이그~~~"
    어머니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어머니랑 영이는 같이 울어 버렸다.

    하늘에 물감을 흐트려 놓고 해가 서산에 넘어가면...
    저녁놀이 붉게 물들고 대지는 회색빛을 띤다.

    소를 찾아 집으로 내려 갈시간이 되었다.
    우리소 배가 불룩 하다...풀 많이 먹었나 보다.....
    소 허리 쳐다보고 엉덩이 뼈가 튀어 나오면...
    소 안보고 뭐했냐고 애꿋은 야단을 듣기 때문이다.

    덩치가 작은 나는
    항상 맨 뒤에 서서 집으로 돌아왔다.

    동네에 접어드니 집집마다 굴뚝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맛있는 음식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여기저기서 벌써 모깃불도 피워두고.....
    온동네가 자욱한 안개속에 파 묻혔다..

    산에 가면 온갖일을 잊어버릴수가있는데
    즐겁게 놀수도 있는데.....
    가기는 어찌 그렇게 싫었든지,,,,,,,

    내 나이 7살 때 부터 소를 몰았다고 하니..
    다리를 못써 아무것도 거들지 못하시는 할아버지~
    집안에만 게시기가 미안해서 어린 나를 앞세우시고...

    "영아! 이 할애비가 뒤에 따라 갈 테니 소 고삐 좀 잡아라."
    하신 것이 그 어린 나이에 소 몰이를 나서게 되었다.

    큰딸이라 집안일 하나쯤은 거들어야 되는데
    별달리 어려서 할 일은 없고...

    소 한 마리라도 여름에 밥을 먹여야 되니 ,
    이렇게 라도 해야 되었을 것이지만......
    너무 싫었었다....

    장마비가 쏟아지는 날이면
    그 때 그 추억이 아련히 떠올라
    입가에 슬픈 미소가 머금어진다.

    자꾸만 유년이 그리운것은
    몸도 마음도 커지니.....
    어릴때 느끼지 못했든 내 어머니에 대한 연정인가싶다...





어릴적 .......
섬진강이 내려다 보이는산정상까지
너덜봉따라 머루 다래 따든그때.....
아련한추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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