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산행기(스물일곱번째)

by 우인 posted Mar 14, 2007 Views 5340 Replies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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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지리산(27-7-1)
언제 : 1999. 7. 16(금)~18(일)
누구랑 : 소정
어떻게
16일 퇴근 후 18:00 통영출발→ 진주→ 중산리 도착 →22:00매표소(사전 로타리산장과 연락, 입산 허가된 상태) 야간 산행→ 24:00산장도착, 산장지기 방에서 쉼

17일 03:40분 로타리산장 출발→ 천왕봉 일출→ 벽소령 점심→ 선비샘→ (반야봉 포기하고)→ 임걸령→ 노고단 도착(37km, 16시간 소요)

18일 08:00 노고단산장에서 되돌아→ 임걸령→ 반야봉→ 피아골산장→ 연곡사 (17km, 8시간 소요)

느낌
갈 때 마다 처음처럼 설레이는 마음
신발을 신고 배낭을 메고 대문을 나서면 날아갈 것 같은 감동!!!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는 부담감이 나를 긴장하게 한다.
등산이라면 미륵산이 전부인 선생님
“나이 더 들기 전에 지리산 종주를 하고 싶으니 가이드를 물색해 주라”는 말씀에
“부족하지만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 자리에서 자원해 버렸다.
깔딱고개에 대한 사전 정보를(?) 과장해서 흘렸지만 꿈쩍 안 하는 선생님
눈썹도 빼서 집에 두고 최소한의 무게로 출발한다.
야간산행
천왕봉 일출
좋은 날씨
야생화에 대한 거침없는(?) 설명
마시고
얘기하고.....
나는 부지런히 걷는다.
삼도봉에서 선생님曰 “깔딱고개가 어디 있어요.?”
노고단에서 삼도봉까지 힘들게 온 남자 분 들을 두 번 죽이는 말씀 이였다.
명색이 가이드가 “선생님 좀 쉬어갑시다” 라고 할 만큼 씩씩한 소정.
그런 정열이라면 못할 일이 없을 겁니다.
선생님을 [철의 여인]으로 임명합니다.

후기
92년 5월 한아름산악회 신입회원 환영회 후 7년만의 종주이고,
96년 순금이와 산행 후 2년만의 지리산행이다.
1983년 10월 연휴, 내 나이 스물두살
현주와 둘이 갔던 꿈같은 지리산의 2박3일
다음해, 시집가기 전까지 열 번은 오리라 결심했다.
1989년 11월,
시집가기 전까지 지리산 16번의 산행은
내가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견디어 낼 수 있는 힘이 되었고,
내 친구는 ‘자학하는 습관’ 이라고 심하게 나무랬다.
결혼을 하고
죽도록 걷는 힘든 산행을 버리고
혼자 불 끄고 마시는 술도 없이
더 이상 절망하지 않는 마음의 평화가 좋다.
나의 에베에게 날마다 감사와 사랑을 보낸다.
이제는 마음먹고 세어보지 않으면 몇 번 인지 셀 수 없는 지리산
그러나 지리산은 이제 갈수록, 갈 때마다 실망스럽다.
“왜 산을 그대로 놔두지 않느냐~~~~~” 이 말이지.

그때~
눈썹과 함께 카메라도 빼 놓아서 사진은 없었습니다.
위 사진은 2005년 서방님과(언니, 형부)종주때 찍은 겁니다.

추신
해성~
유~
.......

성원에 감사드립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