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찾은 지리산

by 회색 posted Aug 18, 2006 Views 7104 Replies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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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입니다.
이런 오포넷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반갑습니다.
예전에는 산꾼이라 자부하고 살았습니다만

몇년전에 사고로 걷는것이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작년에 사이보그가 됐습니다. 생체와 기계의 남만

진주에서 학교를 다녀서 지리산은 참으로 많이 다녔습니다. 헤아릴 수 없지요
항상 가슴속에 남아 지리산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저며 오는 이름이지요.
학교4년의 반은 지리산에서 보냈다고들 합니다.(공갈을 보테서) 그놈들이-- 자일 파트너들이지요. 지금은 다들 뭘하는고 내가 바빠 연결을 끊어버렸습니다.

직장을 다니고 정신없어지고 정신차리면 산부터 가야지 하는 시간들이 흘러 1년을 넘기고 2년을 넘기고(여기서 넘기는 것은 자질구레한 동네 산행제외)그렇게 생활이 나를 뒤에서 떠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99년 여름 이때다 싶어 종주를 위해 빗속에서 법계사를 올랐지요. 빗속에서 중산리를 오른다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법계사에 도착하니 선경이 바꿔어 햇빚이 반짝이고 발아래 구름이 운해를 이루고 있었다.

이 감격 새삼 가슴이 뭉클해지더군요.

같이 갔던 분은 지리산이 처음이라 무척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눈앞의 정경에 넋을 잃고 말았지요.
그분이 내가 왜 지리산을 그토록 그리워 하는지 알겠다고 하더군요.
그분이 체력을 소진한터라 더는 오르지 못할 것 같아 그토록 힘겹게 올라온 길을 되돌아 내려 오고야 말았습니다. 하산하는 길도 비온 뒤라 만만치는 않았습니다.

그렇게 지리산과 재회하고 그나마 숨통이 조금이나마 터이는 것 같아 즐겁게 여름을 보내고 가을을 맞아 또다시 지리산을 꿈꾸며 지내기를 몇날  좌측골반골 분쇄골절을 당하는 교통사고가 났습니다. 그리고는 지리산의 꿈은 산산이 부서지고 평생 산을 가슴에만 간직하고 살아야하는 운명에 내동댕이 쳐지고 말았지요

2005년 5월 3번의 수술끝에 마침내 사이보그로 다시 태어났습니다(인공관절 치환술)
1년이 지난  4월 성삼재에서 노고단산장까지 무려 2시간에 걸처 오르는 모험은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사고 당하고  좌절감에 요양기간 내내 매일 지리산을 찾아(집이 마산이라 1시간넘게 달려서) 차속에서 자다 말다 책도 읽고 지리산에 안겨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는 집으로 돌아 오곤 했습니다.
내겐 정말 어머니 같은 품을 내어 주는 지리산이였습니다. 그렇게 지리산에서 위안을 받고 생활 한지가 5년

아뿔사 왜 노고단을 올랐을까 ?
매일 꿈을 꾼다. 청왕봉을 오르고 싶다고
노고단을 오르지 않았다면 지리산을 잊고 마음속에만 간직할 것을

병이 나 버렸습니다.

조금식 조금식 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아직은 체력의 한계와 사이보그 다리의 내구성도 생각하면서 갈 수 있는곳 만큼 만...
거림에서 세석까지. 칠선계곡의 선녀탕 까지 등 몇몇 계곡을 통해 정상을 향해....

천천히 천천히 계곡을 오를 때 예전에 못느꼈던 새소리,  물소리, 바람소리, 벌레소리, 유난히 큰 모기소리 등 지나는 길에 짐승의 발자국도 보고  똥도 보고....

치밭목산장의 멋진 돌담벽은 센드위치 판넬로 옷을 입었더군요
어찌나 반가왔던지 .....

그옛날 산행중 어쪄다 만나는 산행팀을 만나면 반가워 인사도 하고 그랬는데....
인사하는 내가 무안해 지더군요.

정상 밟고 보고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