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다시 사랑하리라~

by 뫼뿌리 posted Jan 27, 2006 Views 5180 Replies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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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어느 여름 우연히 지리산에 산다는 허만수씨를 만나게 되었다.
그때만 해도 허씨 성을 가지 도사가 지리산에 살면서 축지법을 쓴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탐구심이 강한 학창시절의 나는 당연히 그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하산시 즐겨 드신다는 전구지와 막걸리 몇통 사들고 찾아간 친구네 집에서의 첫 만남
자연의 순수함이 베어나는 천진한 얼굴, 목아래까지 내려온 거친 머릿결, 6척의 장대한 키가 범상한 분이 아니란 걸 느꼈다.
그분으로 부터 산사람이 된 동기, 지리산의 자연환경, 청학동, 호랑이, 독초에 쓰러진 등산객 구조, 축지법의 오해 등 등 많은 이야기들로 환상에 젖기도 하였다.
그러나 산행은 쉽지 않았다.
산악회원인 형이 겨울 지리산 처녀등반(지도위에 선을 그어 그대로 산행하는 방식)을 하다가 크게 다쳤고 놀란 큰형이 입산금지를 시켰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동기는 훈련소를 마치고 자대에 배치되었을 때였는데, 지리산 근처가 고향인 나에게 고참들의 관심이 잇달았고 결국 거짓말을 계속할 수 밖에 없었다.
지리산에서의 첫 발길은 어떠한 말로서도 표현할 수 없었다.
숲속으로 들어서면서 부터 온몸으로 스며드는 상쾌함, 태고를 이어온 수림의 바다, 계곡의 바위와 세찬 물줄기, 이끼의 틈사이에 피어난 이름 모를 꽃~ 향연할 수 없는 희열이 온몸을 전율하게 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지리산 안에서는 느낌이 좋다.
초입의 그늘과 차가운 공기가 좋고, 숲속의 연두빛 나뭇잎들의 느낌이 좋으며, 정갈한 바위틈으로 흐르는 계곡물의 느낌이 좋다.
숲을 지나 영봉위에 오르면 하늘과 가까와 느낌이 좋다.
능선을 따라 길을 가면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들이 주는 느낌이 좋고,
천상의 들녂을 채운 여리고 풍성한 풀밭위로 휘감아 부는 바람의 느낌이 좋다.
지금은 성치 않은 몸에  오랫동안 오르지 못한 산.
그윽히 눈을 감고 회상하면 그 빛깔의 느낌이 좋다.
그렇다! 그 산이 너무 그리웠다.
무의식의 깊은 바다속에서 작은 그리움이 자라나고 있었다.
먼산 언덕에 할미꽃이 필 무렵 다시 너를 사랑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