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지리산

산행기>산의 추억

2005.07.20 13:49

정(情

조회 수 3427 댓글 3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아직 덜자란 군복무시절의 까까중 머리를 하고 최초로 칠선을 접한것이 1970년 10월.
그후로도 매년 몇 번은 칠선을 타고 올랐다.
매년 여름을 지나면 계곡의 오름길이 변해버려 헤매이게 하던 그때,
다리하나없는 계곡길은 매년 여름 우기를 지나면 징검다리마저 흐트러 놓게 되니 주위의 경관을 가늠하여 건너 다시 길을 찾아가고 하니 시간도 많이 걸리기 마련이였다.

군제대를 하고 칠선을 초행하던날.
추성마을 안을 통과 하면서 초등학교 저학년인듯한 사내아이 세명을 만나 천왕봉까지 몇시간이나 걸리면 올라갈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침묵고 피잉 올라갔다와서 점심 묵심더?”하는것이였다.
짧은 거리로 생각되었다.
통상적으로 빨리먹는 시골 아침식사를 늦가을 산자락이니 7시에 한다면 늦은 점심때를 오후 2시로 보면 오름시간 4시간, 내려오는데 3시간으로 계산하니 먼거리가 아니리라 생각되였다.
추성리 마지막 이름없는 가게에서 도토리묵 한접시와 막걸리 한되를 마셨다.
남원 시외버스정류소 한켠 포장마차에서 우거지국에 보리밥 한주걱을 넣어 먹은 아침이 젊은 위장에서 이미 없어진뒤라 꿀맛이였다.
비포장길을 털털대는 버스를 남원에서 인월까지 인월서 마천행으로 갈아타고 추성교를 지나한시간이나 걸었으니 당연한것인지도 몰랐다.

쌔(억새)로 역은 낮은 지붕의 조그마한 집,
체구가 조그마한 고운 중년의 아줌마가 아무말이 없다.
그날 아이셋을 만난것과 잘못된 판단으로(산 아래 사는 사람들의 걸음은 우리가 생각하는 걸음걸이가 아니라 거의 산짐승들의 걸음에 가깝다는것을 뒤에사 알게 되었슴) 우린 장터목에 밤늦게 도착하여 야영할 텐트자리를 구하지 못해 키보다 더큰 철쭉나무 사이에 쭈굴쭈굴 텐트를 치고 근근히 늦은 저녁을 먹을수가 있었다.

그 이후
결혼하고 아이가 하나 일적부터 셋이 되고 이제 막내가 대학을 졸업한지 몇해가 되었는데
매년 서너차레 칠선을 찾았다.
아이가 어려서 칠선을 다못오르고, 그리고 어쩌다 보니 이젠 휴식년제가 길을 막아 아이들과 칠선을 다오르지 못하고 말아 버린것이 안타깝지만 작년가을에도 아내와 아이 둘을 데리고 선녀탕까지 올라가 막아놓은 철조망 넘어를 보기만 하고 돌아왔다.

칠선을 다니면 꼭들리게 되는 추성리 마지막 집,
아이들과 지금까지 수십번도 더 그 집에서 식사를 했다.
계곡에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면서 얻어 먹은 돼지고기맛은 아직까지 아이들이 못잊어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이던 큰아이가 서른살이 넘었으니 20여년 전이다.
아침에 가게에 군것질 거리를 사려고 큰아이와 아직 걸음이 서툰막내까지 세 아이가 다녀 오면서 진흙색 종이에 무엇을 싸들고 오더니 “가게 할아버지가 동네에서 잡은 돼지고기니 찌개끓여 먹어라”하시더라는 것이였다.

아이들이 얼마나 맛있어 하던지,
그동안 다니면서 아내는 할머니에게 나물 무치는 법도 잘물어 볼뿐만 아니라 몇 년전부터는 아예 주방으로 들어가 같이 식사를 챙겨서 먹고 나물이나 찬이 모자라면 맘대로 가저다 먹는다.

식사도 한공이나 두공기 더먹고 나물도 두배나 더먹고 나면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다”고 하시면서 식대는 더 먹은것은 받지 않는다.

년전 호두나무집에 문이 닫혀서 다른곳에서 식사를 하였는데 아이들이 호두나무집에서 먹은것만 못하다고 하였다.
맛을 아는것일까? 정때문일까?

올가을에 아이들과 들려 직접 가꾸어서 짠 들기름으로 볶은 몇가지의 지리산자락나물과 계곡 건너밭에서 거두어 만든 매운 찹살고추장에 밥을 비벼 콩깍지가 더러있는 된장국을 배부르게 얻어먹나면 곳감 깍을 감도 넉넉히 주실까?

나는 시장에 들려 생선이라도 한 마리 사서 아이스 박스에 넣어 가야지.
한식구나 더늘어서 가면 좋겠다.

  • ?
    부도옹 2005.07.20 15:26
    님의 글을 읽으니 용소의 시퍼런 물속과 시원하게 떨어지는 물줄기가 보고싶습니다. ^^*
  • ?
    오 해 봉 2005.07.23 14:39
    정말로 情답고 아름다운 글을 읽었습니다,
    돼지띠인 저와는 엇비슷한 나이 일것도같네요,
    가을쯤 벽송사나 추성리어디서 만날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 ?
    타타타 2005.07.25 09:35
    월요일 아침... 이번주 기분 좋게 출발합니다.
    ^^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지리산의 추억 4 file 운영자 2001.09.15 9606
29 벽소령에서 너를 보낸다 7 막사발 2005.02.17 6004
» 정(情 3 뗴졥 2005.07.20 3427
27 정(情)ⅱ 뗴젭 2005.07.25 3437
26 지금도 지리 체질일까? 10 2005.07.27 4400
25 생각나는 스님들 6 김현거사 2005.07.31 5922
24 13년전에 저를 구해주었던 세 분을 찾습니다 3 정 두 2005.09.02 6304
23 63년도 지리산 등반 11 김현거사 2005.10.11 7340
22 가슴이 저밀듯 그리운...... 1 2005.11.07 5274
21 너를 다시 사랑하리라~ 4 뫼뿌리 2006.01.27 5179
20 오지마을 찾아요 1 하사이사 2006.06.07 6696
19 다시찾은 지리산 12 회색 2006.08.18 7103
18 90년대 초 세석대피소에서 찍은 사진이랍니다. 5 file 권갑상 2006.11.01 7038
17 2003년도에 종주시 맞이했던 일출 풍경 2 file 조선남형사 2007.01.04 4197
16 오래된 산행기(세번째) 10 file 우인 2007.01.22 5002
15 오래된 산행기(열여섯번째) 10 file 우인 2007.01.29 4810
14 오래된 산행기(스물일곱번째) 7 file 우인 2007.03.14 5340
13 기억에 남은 오래된 기억 (악양고을) 5 쉴만한 물가 2007.07.03 4668
12 20년전 천왕봉가족등반 5 얼간 2008.09.18 4392
11 오래된 산행기(일곱번째) 8 file 우인 2009.01.15 4093
10 80년대 지리산 엄천골 여학생의 등교하기 2 유키 2010.04.30 3232
목록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