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딸아, 지리산에서 사랑을 보았노라 말하자 안수동 백무동의 새벽을 깬 너의 비명은 이틀 밤 사흘 낮을 몽실몽실 피고 진 변화 많은 지리산 구름이었다 편하고 쉬운 길은 순식간이었고 헐떡이며 올라선 끝은 내리막의 시작이며 미끄러지며 내려간 비탈에서 또 하나의 언덕을 오르게 한 것은 희망이었지 고사목들만 선 황량한 고원에서 무리진 흑조의 날갯짓을 보았고 생각이 정지된 흑백의 동영상 속에서 시리도록 푸른 산죽의 함성도 들었다 길고 긴 능선 연이은 우듬지마다 흥건히 고인 땀과 탄식은 상고대로 다시 필 테고 바람막 없는 벽소령의 칼바람의 행간에 그대로 얼어있을 눈물마저도 그리움의 풍광이 되는 날 지리산에서 우리는 사랑을 보았노라 말하자, 딸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