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서 만난 인연......

by 이정 posted Sep 22, 2003 Views 2170 Replies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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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이 지나도 이별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게
지리에서 단 한번의 만남으로
잊을수 있다니...
...
8/4일...
그래 혼자 가보는 거야...
반야봉까지만 갔다오자...하며
반야봉 정상을 밟아보고 돌아오는 길..
역종주를 하고 가던 그 아저씨와(나이를 가늠할수 없음....30대초,중반??)
임걸령에서 만났다...
아니 정확히 임걸령에서 내가 보았다...
처음 혼자한 산행이 두려워(돼지와 마주칠까봐..) 얼른 물을뜨고
그분을 뒤쫒아 거리를 두고 걸어가는 날 드디어
돼지평전에서 돌아보는 아저씨...
온통 까만색인 등산복,베낭,그렇지만 베낭카바는 정열적인 빨강....
거기다 날 웃음짓게 만들었던
절대 떨어지지 않을것 같은 베낭에 딱 붙어있던 슬리퍼...^^
지리종주 최소 1박은 하셨을텐데 60리터 베낭을 메고
씩씩하게 걸어 가시던 가벼운 발걸음...멋찜...
드디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성삼재 하산길..
부실하던 등산화때문에 발을 절룩거리며 걷던 나를
그아저씨와 일행한분이 추월하시고서 몇걸음후...
뒤에서 걸어가던 나.....꽈당......>.<.........
넘어지고 말았다....으 챙피...쪽팔림..ㅡㅡ;
정말 챙피해서 얼굴 못들던 내게 그 일행분..
...괜찮으세요...다치신데 없으세요...
괜찮아요하는 내게 괜히 쪽팔리니까 괜찮다고 하는거 아녜요...
하며 놀리신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아저씨 내게 말을....
발이 아플땐  뒤로 걸으면 아프지 않아요...
또다시 넘어지는 쪽팔림을 당할까 두려운 난
...그러다 또 넘어지면 어떻해요...하고 말았네요...
그때 마주쳤던 아저씨의 눈...
우~~와⊙⊙....저 나이에도 눈이 초롱초롱할수 있을까....
그때 난 솔직히 그 눈에 반하고 말았다...*^^*
적당한 키...갸름하고 선한 얼굴...
까만 안경테... (기억력  좋다^^...)
아저씬.....빠른 걸음으로 또 앞서 걸으시더니
한참후 일행과 함께 콜택시를 타고 유유히 성삼재를 빠져 나갔다...
가는 모습 전망대에서 보았습니다......

아저씨!!!
그땐 고맙다는 인사도 제대로 못했네요...
정말 고마웠습니다.....
산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하다는걸 새삼 느꼈네요...
이젠 집에갈땐 꼭 막차를 탈것 같아요..
새벽에 구례에 도착하면 그 많은 등산객 중에
일반인이 있다면 아마 제가 아닐까......
언젠가 지리산에서 다시 만나겠죠?
그날을   기다리며....기도할께요...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