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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사랑방>삶의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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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외출을하는 누에...........


새벽닭이 우는 소리에 부시시 눈을 떴다.....
아침 이슬 머금은 대지에서는 물안개가 일고....
집집마다 피어 오르는 연기에서
매캐한 솔향이 난다.....



어머니는 아침 햇살가득 받은
뽕잎을 따오셨다.....



엉거주춤 일어나 잠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논두렁을 돌아가니 이슬방울 다리에 촉촉히 젖어 버린다.



벌써 누에들 밥 갈아주고
똥 치운것들이며  누에 시체들이 즐비하다.....



잠실 안으로 들어 서니.....
후덥지근한 공기에 숨이 막힌다.


어린남매.....밥보다 누에 밥 더 챙기시든 어머니...



사랑채엔 끙끙 앓는 할아버지의 거친 숨소리...
흰 머리를 쓸어 올리며 구부정한 허리에 밭메는  할머니.....



어린 아이를 등에 업고
한낮 때약볕에 자고나면 자라는 억척 같은 잡초를 뽑아 내야 하는데


집안일 이라면 내 몰라라 내팽기치고
낚시대 울러메고 한가하게 가신님 원망하면서..


감잎이 필때면~
아주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까만 작은씨를 받아 와서는
벌써 어른 손가락 만큼이나 자라서 꼼지락 거리고 있다.
( 음력4월)얼마 있으면 누에를 올릴 것이다...


<익은누에[熟蠶]를 넣어 그 속에 고치를 짓게 하는 용기(容器)>


"영아!.이거좀 저기갔다 올려 놔레이?"...
"응~~"


단풍잎만큼이나 작은손으로
뽕잎 가득 들고 사각거리며 먹고있는 누에들에게 얻어주면...
하얀~꼬물거림으로 잎은  반달을 그리면 줄어든다...



"엄마! 너무 신기 하데이~"
고개를 까닥거리며  흉내를 내본다...



철부지 7살짜리 고사리 손 이라도 아쉬워 시키시며....
"저 어린것도 일 거드는데 니 아베는 어찌 저렇게도 무심 하실까?"


누에 손으로 일일이 옮겨서 새 자리 마련해 주고.....
뽕잎가득 얻어주면.....

사각사각.......

온 방안이 사각거림에......
비가 오는소리만큼이나 크게들린다........



늦은 아침을 먹고...
어께에는 매미 잠자리 잡는다고


모기장 얼기설기 엮어서 망도 울러메고.....

뽕밭으로 향하는 엄마따라 나선자매....


등에 업힌 세째는 ...
뽕밭을 누비는 엄마등에 꼭 붙어서
하얀 거미줄이 머리가득 터반을 만들고.....
엄마 삼베적삼 물이 흘러 내린다.....



등에 업히 아가는~`
얼굴에 뒤집어 쓴 거미줄 걷을라고 손톱자국 선명하게
핏줄의 오선을 거리네.
그것을 보는 어머니마음 애 간장이 녹아 내린다.



철없는 어린것은
뽕잎 따는것도 뒷전이라......
오돌개 따 먹는다고 뽕밭은 누비고 다녔다.....



얼마나 따먹었든지...
입은 벌써 까만색으로 물이들고......






등에 업은 아가도 있건만...망태가득.....
뽕잎은 어찌나 눌러 담았는지.....
어깨가 천근만근 내려 앉는다.....



누에가 섶위로 올라갈 때 쯤이면
뽕밭에 뽕나무가 없어진다.



할머니는
오돌개가득 따서는 술도 담그고.....



7월이면 누에고치 딸 때가 되어가니.....
한많은 울엄마.......
등에 물줄기가 가실날이 없더이다.....



환하게 미련없이 날개짓 하며....
멀리 떠나고 싶다고 늘 말씀 하시더니.....



오늘도 어머니는 홧병이 도져......
집에 앉아 있기도 갑갑 하시다며....
화려한 외출을 하셨네요.........



인정 머리없는 남편...
이제는 미련도 없다고는 늘 말하시면서......

그래도 질긴 인연이 밉고 서럽습니다.....










오늘도 눈에는 눈물이 글썽이네요....


이미지들은 누에나방들입니다.....
  • ?
    하이디 2004.10.15 21:32
    요즘 일좀 한다고 늘 피곤에 졀여 살고 잇답니다...
    전업주부가 안하든 일을 하니 몸살이네요.
    이것도 생활추억이지요?

    시골에서 사신분들은 알수 잇겠지요?..^^
    행복한 주말과........
    이제 단풍철이라 산에들 사시겠지요?.

    이번일요일 석남사로 운문사로...
    영남으로 돌까 하는데..^^
    그쪽은 아직 단풍이 별로겠지요?

    아가들이있어서 이런데 밖에는 못 가는 하이디...
  • ?
    부도옹 2004.10.17 23:25
    네, 환경은 다르지만 어머니들의 歷程은 고난이었습니다.
    가슴아픈 시절들을 보내신 장한 어머니 이십니다.
    마음이 짠 해집니다.
  • ?
    섬호정 2004.10.18 02:00
    사각사각 누에들이 뽕잎먹는 소리에 눈 비비고 잠에 취한채로 일어나 잠실방으로 가서 내 고사리 손으로 뽕잎 집어 누에들에게 뿌려주던 어린시절 생각, 그 방은 할머니의 일터였습니다 '뽕잎 잘 먹여 누에고치 많이 실 떠서 이 다음 우리 예쁜 손녀 에짱(애칭) 시집갈때 예쁜 옷 많이 해줄끼다' 시던 그 할머니 소근대시던 목소리가 귓전에 맴돕니다
    하이디님 글 읽으며 잊었던 소중한 추억을 떠올립니다 고맙습니다.

    할머니가 비에 젖은 뽕잎을 따오시면 수건으로 열심히 물기를 닦아 드렸었지요. 생각해보면, 어린 8~살 때도 난 착했나 봐요 호호호호
  • ?
    섬호정 2004.10.18 02:03
    하이디님 아름다운 이야기로 TV 동화 소재제공 응모에 참여하시고,
    용기있고 글솜씨도 훌륭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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