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by 김현거사 posted Oct 06, 2004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수정 삭제


강릉에서

立冬 지나 서리맞은 홍시는 우수 봄비의 부드러움과
夏至 폭염의 강렬함을 겪은 후라서인지
果肉의 향기와 빛갈이 농염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감나무 이파리는 꽃보다 붉게 창공에서 낙하하고
뜰 안 이끼 위에 쌓였다가 바람에 날렸다가 하면서
이별의 美學을 실습하고 있었다.

감나무는 가능성의 종점,계절의 끝이 더욱 아름다운 나무다.

강릉에 와서 젊은 날 사랑과 절망을 세탁한 한 여교수를 만났다.

철지난 해변의 여인처럼
그의 시선은 아직 스쳐온 시간 속에 있었으나
忍苦의 날들이 은백의 머리결에 아름다웠다.

태백산맥이 파랗게 보이는 골프장 그늘집에서
그녀와 녹차를 한 적이 있다.

십육번 인코스 부근을 지나며
아이언 7번을 멋있게 날리던 그.

강릉의 하현 달빛 아래
낙엽은 보내고 홍시만 단
아름다운 감나무처럼
농익은 향기와 빛깔을 품은채
그녀는 계절 끝에 혼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