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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삶의추억

조회 수 365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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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 안숙선 소리세계

깊은 가을밤이면 한번쯤 우리 가락에 훔뻑 젖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다.

2일 밤 8시,성남아트센터에 933.신사들은 넥타이 양복차림으로 부부동반으로 젊잖게 모였으니,권재상 김원용 김재봉 김태석(부인) 김화홍 노권섭 민순식 박경만 박홍식 성증 손부일(부인) 이병소 이인기 정우섭 정학영 하준규 허경호 제씨들이다.

이분들이 평소같으면 특별석 입장료 2만원씩 내고 국악 들으러 올 사람들인가?마침 TV나 매체를 통해서 익히 알던 동기 최상호 부인,이 시대 대표명창 안숙선씨 초청을 받아서 온 것이다.

웬놈의 서울 외곽 성남시 아트쎈타란게 수도서울 '예술의 전당'처럼 그리 크고 화려하냐?분당은 쌔고쌘게 아파트라 재산세 징수 잘되는 모양이다.걷기 불편한 봉산선생이 '여기 장애인 위한 편의시설 좀 해야것다'고 할만치 넓다.

판소리란게 서양의 거 뭐시냐 오페라 비스무리 한거 아니냐?
북치는 고수 장단에 맞춰 소리와 아니리(말)과 발림(몸짓)으로 읊어대는 입으로 하는 종합예술 아니더냐?
그렇다면 당연히 맨 앞자리에 앉아서 주로 예쁜 친구부인 얼굴 감상해가며,개평으로 목소리의 울림 떨림까지 자세히 듣는 것이 제격이다.
봉산과 주선(酒仙) 정학영선생과 거사는 염치불구 나란히 무대 정면 두번째 줄에 앉으니,바닥이 나무결이라 주목냄새 비슷한 것이 밑에서 올라와 우선 기분좋다.

무대 앞에는 초서(草書) 해서(楷書) 중간 쯤 될 글씨 병풍이 쳐 있고,조명이 터지자,공연의 프리마돈나 안숙선씨가 자그마한 키에 감색 저고리 짙은 옥색 치마 받쳐입고 나와서 간들어진 목소리로 나직히 인사말 올린다.

첫무대는 '가야금 병창'으로,출강하는 대학교 제자 여섯명 호위하에 안숙선씨까지 칠선녀가 무릅에 나란히 가야금 놓고앉아,단가 '호남가'로 시작해서 민요 '방아타령''개타령'을 일제히 뽑는다.
띵가띵가 가야금 소리 좋고 얼수얼수 딱딱 고수 북소리 재치있다.

두번째 무대는 친구 최상호군의 영애 최영훈의 '거문고 산조'인데,두둥둥둥 뚱가당당!으젖한 거문고 소리는 오동잎 지는 가을달 아래 누창에 앉아서 들어야 제격일거 같다.
조명 아래 여인이 연옥색 치마에 흰저고리 받쳐입고,오똑한 콧날에 머루알 같은 눈망울 얌전히 내리깔고,하얀 가날픈 손가락으로 때리는 산조 듣노라니,거사는 잠시 신선된 기분이었다.

세번째는 '육자배기'로,안숙선 임향님 김경숙 세명창이 돌아가며 뽑는데,세사람이 부채를 딱따닥 폈다 닫았다 이리저리 돌리며,혹시는 옥구슬 깨지는 소리,혹시는 탁배기 깨지는 소리를 지르는데,그 조화가 절묘하다.

네번째는 이원왕의 '대금산조'인데,소리가 하도 청아해서 구름 타고 청산 위를 나르는듯 하다.이 소리는 눈 쌓인 산사에서 화로불 옆에 끼고앉아서 한번 밤새도록 경청해보고 싶었다.

마지막은 안숙선 명창의 판소리로 '심청가' 중 심봉사가 눈뜨는 장면이다.임당수에 빠진 심청이가 왕후가 되어 애비 심봉사 만나는 눈물겨운 장면이니,원래 서민이 즐기던 판소리답게,이 소리는 전라도 시골 장터에서 막걸리 한잔 쭈욱 걸치고 둘러서서 추임새 넣어가며,그 감격에 함께 울고웃고 박수치고 떠들썩해야 제격일꺼라는 생각이 들었다.

흥겨운 다섯무대 끝나 무대와 관중이 '응응응 아리리가아 나았네' 함께 간드러진 '진도아리랑' 부르고 로비로 나오니,
'어이 김거사!오늘같은 문화 행사에 참석한 수준있는 동기들 명단은 인터넷에 실을끼재?'
민순식 사장이 씨익 웃으며 묻는다.

잠시 후 남편 친구한테 인사하러 나온 명창 안숙선씨 가슴에 향기로운 장미꽃 한다발을 팍!안겨주었으면 좋았는데,미쳐 준비가 안돼 택배로 집에다 난초를 보내기로 했고.12월15일 동기회 망년회에 스케쥴 잡았다가 꼭 참석해달라고 부탁하고,933대표 하준규가 예쁜 여류명창 손 한번 잡아흔들어보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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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7.02.01 19:58
    김현거사님 이 글을 송림의 ()서재로 좀 모셔갑니다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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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호정 2007.02.01 20:03
    하준규?! 지리산의 주인공인줄 로 착각~ 동명이라도 멋집니다 느낌이...안숙선은 젊은날, 진주 개천예술제 출신으로 시작한걸로 기억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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