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교정 가을 운동회

by 섬호정 posted Jan 0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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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교정 가을 운동회 

70년대 초, 도봉산 아래 어느교정에서 근무하던 해, 전국 무용연수회에서 첫날 첫 연수에서 부터 큰 강당을 울리던 음악 '베싸메무쵸' 가 젊은 가슴들을 울렁이게 하였지요 바로 탱고에서 첫 연수가 시작되더니, 헝가리무곡으로~ 참 살맛나게 해주던 유명한 '임을파' 무용가님도 이젠 고인이 되셨겠지만... 女 조교와 한쌍이되어 시범조였던 때 를 회상해 주는 아련한 추억의 연주곡이네요. 가을 운동회~ 지금처럼 황홀한 백~코러스는 삽입이 안 되었었지만, 운동회 당일엔 의정부 지역 인근 주둔 부대 지원으로 국군 군악대의 밴드에 맞추어 5,6학년 남 여 아동들이 폭 댄스로  마스게임을 펼쳤다. 그 당시 마스게임은 운동회필수 프로그램이었고,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시도된 카드색션으로 이름나던 이웃 한성여고에 가서 개별로 익혀와서 잔치에 선 보이기도 했다. 후에 학교별 체육대회에선 특별 응원상도 푸짐하게 받아오고... 운동장에서 해 저물도록 연습시키던 시절의  그 정열. 어디로 숨었는지... 이젠 베사메무쵸가 웅장하게 울려도 , 산에 오르는 연습삼아  기억해 내어 땀을 내며 움직여 보는데, 스윙이 잘 안 되고... 아찔해지네요 ~   결과, 발표무대 보다는 땀 흘리던 연습때가 늘 즐겁고 좋은것~ 보조교사와 둘이서 땅거미가 짙도록 연습하면, 여타 직원들이 아이들 격려하고 응원하며 스탭을 따라 익힌다고 퇴근길을 멈추던 일도  삼삼히 떠오르고.... 운동회 당일엔 앵콜 프로그램으로 마지막 휘나레로 인기몰이 하던일.. 어린 학동들도 신이나서 배고프다 고달프다 불평도 안해 주었고, 그 당시 유명하던 '삼립크림빵' 우유들로    위로간식품이 쏟아져 즐겁기도 했으니까 ... 귀엽고 어여쁜 12,3세 아이들 발랄한 동작들이 참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던 것 같다. 학교외의 과외란 고역거리도 없었던 시대여서, 참여하는 학급담임과 학부모들은 최선을 다해 아들 딸들, 제자들을 마음껏 후원해 주었고 경쟁이나 하듯 찬란한 의상들을 구상해 와서 나를 귀찮게(?) 해 주었다. 협의 끝에 지정된 무용의상이 걸작이었던것 같다. 동대문 시장에서 그 당시 한복 안감으로 유행하던 나이롱천을 싸게 구입해서 이용했다. 학급별로 색깔을 선정하여 코발트색, 초록색, 빨강색, 하얀색, 8부 스카트 길이에 3단 레스를 만들어 달고, 하얀 브라우스에 치마색깔의 가느다란 끈 리본을 매었다. 여자아이들은 모두가 서양의 공주 차림 같다고 좋아들 하고, 남자아동들은 자주색 짧은 반바지에 하얀 와이셔츠에 검정 나비넥타이를 고무줄에 끼워 매달으니 하나같이 귀공자들 같았다. 학급에 관계없이 통일된 남자의상은 훨씬 수월하게 만들어져서 미싱에 솜씨있는 엄마들은 적잖이 아르바이트 감이 되는것 같은 눈치였다. 학교 인근의 군인 옷 수선집에서는 쪽지를 붙인게 눈에 띄이기도.. <()()()학교 운동회 남자무용복 만듬>이란, 언제나 무용은 의상에서 좋은 인상과 높은 점수를 얻는다. 야외무대인 운동회는 더더욱 화려한 작품들이 잔치분위기를 더욱 북돋우어 준다. 해마다 이동해 가는 학교 마다 가을 운동회 때이면 물만난 고기처럼~조금은 소란한 춤마당을 펼쳤던것 같다. 6백명을 데리고 탈춤 마스게임을 벌리던 아차산 아래 광장동~ 한달 내내 연습마당 인근에서는 얼쑤 ~! 얼쑤 ~! 춤사위 울림이 진동하였으니. 요란한 소리 사물연습이 오후 교정을 장악해서 때로는 아차산 중턱까지 데리고 올라가서 연습을 시키고 온일도 있고. 나의 레퍼토리 안에는 그 당시마다 유행곡이던, 연주곡들이 많이 울렸었다. 콰이강의 다리, 숭어, 우편마차, 노들강변, 풍년가, 꼭두각시, 소고놀이, 숲속의 대장간, 오브라디~스와니강....그 음악에 내가 즐겨 취하고. 무감각한 어린이들을 동화 시키느라 안무하며 고심하던 그 시절이었다. 그들을 위해 쉼없이 구상하고 연수 하고 바쁘게 지냈던 시절이었다. 가끔은 그 열정의 시절에 인연이 되었던 아이들, 낯선 모습으로 변한 그들을 우연히 만나는 때가 곳곳에서 종종 일어나 나를 당황하게 한다. 오늘의 '베싸메무쵸~!' 참으로 신나는 추억 한편을 일바셔 주는 연주곡이다. 마음껏 정열을 쏟았던 교정,그 자리 훌훌~ 벗고 떠나온 지금 , 내겐 땀 흘린 아름다운 추억으로 소중한데 그 시절 어린 그들은 얼마나 보람있는 삶을 이루었는지 조심스럽게 염려해 본다. 고운 꿈을 키우던 그들이 어디에서나 모두 행복하기를 바란다. 竹宣齋에서 도명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