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스님

by 김현거사 posted Dec 0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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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스님

옛날은 나라 전체가 초근목피로 살았지만 청담스님은 근검절약으로 유명한 스님이다.
삼각산 도선사에 계실 때다.

수행자는 여름에는 감자 몇 알,겨울이면 도토리 묵으로 산중에서 하루 해를 넘기는 것이 보통이다.
도선사는 아침에 죽을 먹도록 했는데,그 죽에 조건이 붙었다.
'죽에 하늘이 보여야하고,방안에서 보면 천정이 그대로 다 들여다보일 정도가 돼야한다.'
는 것이다.
시주들이 절에 가져다주는 쌀 한톨도 소중히 여겨 죽을 멀겋게 쒀서 먹으라는 것이다.  

도선사 아래 계곡 옥수에서 어느 젊은 스님이 개울에 머리를 씻으면서 비누칠을 하고있었다.이 모습을 보자 청담스님은 벽력같이 소리를 지르신다.
'인석아,너는 왜 그렇게 물을 함부러 쓰는게야?'
'이건..산에서 한없이 흘러오는 물 아닙니까요?'
'에끼 녀석아!흘러가는 물도 아껴야지.저 아래 계곡 사람들이 그 물로 채소도 씻고,밥도 짓는걸 모르나?정신 차리거라.심청정(心淸淨) 국토청정(國土淸淨)이야.'

스님의 속가 따님이 출가하여 동국대 불교대학을 다니다가 어느날 총무원장으로 계시던 스님을 찾아갔다.묘엄스님이 선학원에 가보니 점심 공양을 드시는데,밥상에 밥 한그릇 시래기 국,김치,그리고 간장 종지가 하나 달랑 놓여있다.
묘엄스님이
'스님!공양상이 이렇게 허술해서 어떡합니까?'
한마뒤 하니,
'중 밥상 3찬이면 족한기다.그래도 오늘은 간장이 한가지 더 올랐다.'
고 하더란다.

근검하지만 청담은 인자하신 분이다.왜정 때 스님이 진주서 초등학교를 다니셨다.당시 청담스님이 반장 아버님이 부반장을 하셨으므로 상경하시면 아버님이 우리 형제 데리고 조계사 스님을 뵙곤했다.
'약산(若山)!두 아들이 인물 훤칠하고 이렇게 건강하고...니들 가끔 한번씩 나한테도 찾아오거래이.'
본인 혈육에게는 그렇게 냉정하신 스님이 우리 형제는 손도 잡아보고 인자하게 웃으시며,포켙에 두둑히 용돈도 넣어주시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