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를 다녀와서

by 섬호정 posted Oct 2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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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에 다녀와서 ]
   
솔레시티 송님이 보내준 글, [ 이런 친구가 너 였으면 좋겠다] -
고맙고 반갑습니다  얼른 오늘 온 메일을 열어 봅니다.
이해인님의 시가 우리를 기쁘게 마음 손 잡게 해줍니다


소녀의 꿈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읽으며 
가을 하늘 같이 맑고 싱그러운 님의 목소리를 연상합니다

오늘은 새벽에 배낭 속에 따순 녹차 한 병 넣어 메고서
전철을 타고 광나루에서 일행을 만나 석불답사로 봉화를 다녀 왔습니다
매월 셋째 일요일엔 전국의 산으로 사찰로 절터로 들로 시골 마을속으로,
석불님, 마애불님을 찾아 가는 구도?의 길을 갑니다

석불님, 마애불님 미소 앞에 서면 
왠지 전생의 내 모습 닮은것 같기도...
가슴이 벅차고 살아있다는 나를 느끼고 옵니다
죽음이 무섭다는건 , 그런 일들을 못한다는 것이겠지요.  

덴버생활에서 가장 답답하던 것은 오래동안 습관처럼 해오던 
이 석불답사를 못한다는 것이 큰 안타까움이었지요

시골의 들판과 산기슭엔 가을바람이 차가왔습니다 
골골이 산길, 마을 속을 물어서 뒤져도 찾지 못한 마애불을  
해 저무는 노을 속에서야 겨우 찾아 일행은 기쁨에 환호를 쳤습니다
역시 산 기슭 넓은 밭에 옛 절터 같은 곳에 서 있었습니다

오래만에 답사길에 나오신 서예가 여류 이성숙 새별님을 만납니다 
 늘 묵향이 서려 상대를 편안하게 다독여 주시는 분,  송림카페의 
나무골 거사님인 부군과 나란히 동참한 모습은 가을빛 처럼 깊어가는 
부부의 모습이 좋아 보입니다.
빨갛게 익어가는 봉화 시골길 즐번한 사과밭을 지나며 저도 함께 
사과처럼 달콤한 회포를 풀었습니다  

고마운 말씀 하나, 서예실에서 졸작  '섬진강소견'을 제자들에게 습작하게
하셨다니 그저 고맙고 부끄러워 집니다.  그 시조 속의 길 섬진강변 아름다운 
19번 도로를 달려 보았다는 감회도 풀어 주십니다.

졸작을의 인연으로 그 강변 남도길 강물 따라 산빛 따라 하동송림에 까지 
답사 길  열고 오신 주변의 지인들  이야기 들으면 천리길 마다 않은 열정과 
애정에 감사하여 가슴이 강물처럼 출렁이기도 합니다
섬진강 지리산 늘 그 자리에 있어 주어 행복할 따름입니다
  
돌아오는 길에 잠시 소녀처럼 들국의 향기에 이끌려 차에서 내립니다
깊은 개울가 비탈과 산기슭에서 하얀 억새와 고개 숙여 가을 바람에 
춤추는 갈대 두엇, 향기 짙은 황국(감국) 몇송이를 꺾었습니다 

복잡한  도로 차안에서  내내 국향으로 충만한 가을을 맛 봅니다 
늦은 길 도착하여 먼저 현관에 늘 비어 있던 작은 항아리에 꽂아 둡니다
가을을 한 아름 품에 안은 기분인데, 
먼 봉화 산기슭에 홀로 남아  서있을 꽃머리 없는 국화대를 떠 올리니, 
머리 없는 석불의 아린 모습이 스치며 죄책감도 생깁니다...    

하지만, 지긋이 눈감아 
소녀같은 글 보내준 님에게 들국의 향기를 전합니다
세월을 지워서 함께 소녀로 되돌아 가 봅니다 
  
 2004.10.17.   -도명 합장-


   

♣이런 친구가 너 였으면 좋겠다♣ 

                       - 이 해인 -
   

친구와 나란히 함께 누워 잠잘 때면
서로 더 많은 이야기를 밤새도록 나누고 싶어
불끄기를 싫어하는 너였으면 좋겠다

얼굴이 좀 예쁘지는 않아도
키가 남들만큼 크지는 않아도
꽃내음을 좋아하며 늘 하늘에 닿고 싶어하는
꿈을 간직한 너였으면 좋겠다

비오는 날엔 누군가를 위해
작은 우산을 마련해 주고 싶어하고
물결위에 무수히 반짝이는 햇살처럼
푸르른 웃음을 아낄 줄 모르는 너였으면 좋겠다

서로의 표정을 살피며 애써 마음을 정리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편안한 친구의 모습으로
따뜻한 가슴을 가진 너였으면 좋겠다

한 잔의 커피향으로 풀릴 것 같지 않은
외로운 가슴으로 보고프다고 바람결에 전하면
사랑을 한아름 안아들고
반갑게 찾아주는 너였으면 좋겠다

네 어릴 적 가지고 놀던 구슬이나 인형처럼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온통 사랑스런 나의 너였으면 좋겠다

             -솔레시티 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