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 한그릇

by 섬호정 posted Jul 2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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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해정 > 우동집
"이 자리는 당신을 위해 비워둔 자리입니다"  
~ ~ ~ <예약석>리저븓-


작가 '구리 료헤이'   극단 <김동수 컴퍼니>의 연극
<우동 한그릇>을 보러 갔었다.

지난해 출국을 앞두고 바쁜 일정에 쫓겨 이 연극을 못보고
덴버로 떠나서 일년내내 마로니에 쪽 소식에 귀를 기우렸었다.
귀국후, 병원다니는 일과 일상의 챙길것들이 밀렸다가 줄을 서듯
닥아오는 바람에 어느덧 연극의 종료 직전에서야.....
동행하겠다는 신미혜님의 사정으로 하루를 더 기다리다 그야말로
마지막날, 마지막 공연을 놓치지 않으려 막차를 타듯이 달려갔다.


극단 <김동수 컴퍼니> 창단 10 주년 기념공연 시리즈 기획으로서,
     '우동 한그릇' 7차 공연은 좀 더 진화된 컨셉으로!  

2003년 4월에 1차 공연을 시작하여 금년 5월까지 6차공연에 이르는 동안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우동 한그릇>을  새로운 버전으로
재포장하여 시리즈 첫번째 작품의 공연이란다.

-소.설.보.여.주.기-.과.거.적. 소.설.과 .현.대.적. 드.라.마.의. 행.복.한. 결.혼.-
<우동 한그릇>은 연극에 대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혁신적
공연 양식도입 이란다.  지문과 대사로 이루어진 기존의 공연과는 전혀 다르게
한국 최초로 소설 원문 그대로 공연하는 방법의 선택이었다.

물론 한국내에선 지난 2002년 내한한 러시아극단<모스크바 청년극장>의
<검은 수사> -(안톤 체홉 소설) 공연을 통하여 이미 체험 한바 있다지만.
소설과 연극을 기묘하게 혼성교배?시킨 이런 혼합장르 형태의 공연 양식은
21세기 트렌드로 진화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끝없는 잡종적 변신을 통하여 종(種) 다양성을 추구해야만 한다는 연극문화의
새로운 진로인가 싶다.


물론, 나는 <일본 전 열도를 울린 눈물의 동화! 1억 2천만의 눈물, 그 주인공들을
만나고 싶었을 뿐... 연극계의 새로운 기획 시도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몇 편 보아온 건 아니지만 연극의 새로운 공연방식을 대하니
신선하고 진지한 연극학도가 되는 기분을 느꼈다.

주인공이 소설 원문을 읽기 시작하고.... 그 후의 사건을 연극으로 이어가는
공연의 방식인데...이렇게 다음 대목들이 되풀이되는 공연방식이다.
나레이션으로, 해설로, 자막으로, 연극 앞 뒤 배경을 풀어주던 옛 방식에서 보다
더 가까이 관객에게 접근되는 느낌이다.
어릴적 연극반에서 기웃 할때. 피란 시절 당시의 유명한 지도 선생님
(고 이해랑님)의 지도 열성과 모습이 떠오르기도 하였다.


<<작품 줄거리>>

^*^한 그릇의 우동으로 힘과 용기를 얻었던 세 모자,
추억의 우동집, <북해정>에 다시 찾아 오다.^*^


<북해정>이란 혹카이도의 작은 우동집은  해마다 12월 마지막 날이 되면
손님들로 붐빈다.
가게가 문을 닫을 무렵 그 곳에 남루한 차림의 세 모자가 들어와서
단 한그릇의 우동으로 배를 채우고 간다.
그 후에도 12월 마지막 날이 되면 세 모자는 <북해정>을 찾고, 다정하고
따뜻한 그들의 모습에 주인은 보이지 않는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다음해 12월 마지막날, 주인은 우동을 먹으러 올 세 모자를
기쁜 마음으로 기다리지만 그들은 나타나지 않았고 이후 몇 년이 지나도
그들은 <북해정>에 다시 오지 않았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이들 모자를 기다리는 주인은 그들의 자리를 언제나
비워뒀고 이러한 사연은 단골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다.

그저 추억으로 세 모자에   대한 기억이 남겨질 무렵, 그들은 다시 우동집에
나타난다. 두 아들은 장성한 청년의 모습으로, 그리고 엄마는 제법 말쑥해진
모습으로.......

이제 그들은 한그릇의 우동이  아닌, 떳떳한 세그릇의 우동을 시켜 놓는다.
그리고 우동집 주인이 베풀어 주었던 따뜻한 배려와 마음에 대해
고마움을 전한다.
그렇게 <북해정>의 섣달 그믐은 훈훈함으로 젖어간다. <끝>^&^


<<감동의 장면>>

          우동집 주인들의 배려 :  
- 내외가 얼른 가격표를 '150' 으로  바꿔 매달아 놓는다
- 주인은 1인분에 분량을 반을 더 얹어서 나온다
아내가 2인분을 좀 주지않고선~원망하면,
세모자가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는 배려였다고..(가슴이 뭉클한다)
-' 새해에는 복 많이 받으세요!!!'가슴 뜨근한 소리로 외치는 배웅인사.

         막내의 글짓기에서:  세모자의 사연을 읽는다
-엄마는 아버지가 트럭운전 사고로 죽으며 진 빚 때문에 일터를 못 빠진다
-대신 중학생인 형이 학교행사엘 참석하여 동생의 가난한 입장을 대변해 준다
-대상을 받은 막내의 글짓기에서 장차의 꿈은 <우동집 아저씨>가 되는것이란다.
-어린 막내는 친구들과 놀지도 못하고 시장을 보고 저녁을 지어서, 신문을 돌리는
형과 직장에서 돌아올  엄마를 기다린다.

       혹카이도를 떠나 성공후 다시 귀향
장성한 큰 아들은 도쿄 대학출신 의사가 되어 혹카이도로 진출
막내는 혹카이도의  한 금융기관에서 연수중
엄마와 함께 옛 추억의 <북해정>을 찾아왔다

      관객석에서 :
- 공연 내내 눈물을 닦으며... 만감이 교차했다.
-관객과 숨소리도 주고 받을 듯한 소공간 극장의 분위기가 참 좋아서
  가끔 소극장 공연을 보러간다. 가까이서 진솔한 연기를 보면 때로는
  무대로 걸어나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곳이다.
- <우동 한그릇> 같은  감동의 가족극이면 더욱이 내 추억 속  한 시름을
   덜어 놓듯 후련함을 맛본다.
   배고프던 어느 겨울날 뜨겁게 마시던 우동국물 맛 !
   애환이 스며있는 울컥하는 그런 맛...우동 한그릇!

편의점에서 요플레 한 개를 샀다. 둘이서 오붓이 나누어  찍어 먹으면서  
동숭아트센타의 석장석의 차수 앞에 앉아서  연극 후 감성을 서로 다듬는다
어둡고 번잡한 마로니에 밤 골목, 젊은 연인들 무리속을 뚫고  둘이서 손잡고
벗어났다.

음악: 그 겨울의 찻집


(2편)<비오는 날에는 짜장면을 먹으러 마포엘 간다>

마음속엔 계속해서 '조용필의 겨울찻집' 노래가 애절하게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