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다녀왔습니다.

by 이선이 posted May 19,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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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들을 위한 지리산 2박3일 일정으로 다녀오려고 했습니다.

먼저 1박을 연하천에서 하고 2박을 장터목에서 한 후 다음날 새벽 천왕봉 일출을 보고 장터목에서 아침을 해 먹고 백무동에는 점심 쯤 도착할 수 있도록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첫째날에 반야봉을 가지 못했고 둘째날도 세석에서 머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 발을 디딘 지리산행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고 심한 안개와 쉼없이 내린 비 때문에 더욱 지치기만 했습니다. 특히 토끼봉에 오를 때 탈진상태에 빠져 노고단에서 만난 두분의 아저씨께서 저희들의 무거운 가방을 들어주셨고 꼭 가고 싶었던 반야봉을 오르지 못한 채 연하천 산장에서 묵어야 했습니다.

두분의 아저씨께서는 원래 벽소령에서 1박하시고 다음날 치밭목에서 2박을 하신다고 하셨는데 저희 때문에 연하천에서 1박하셨습니다. 어찌나 죄송하던지....

판쵸가 있었지만 비를 막아주는데는 별로 효과가 없고 오히려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연하천 산장의 주인아저씨 덕분에 아궁이에서 차가워진 몸을 덥힐 수 있었고 아저씨의 방에까지 침입하여 젖은 옷을 말리고 몸도 녹일 수 있었습니다. 연하천 산장 아저씨 감사합니다.

다음날도 어김없이 비가 내렸고 토끼봉 만큼 지치는 구간은 없었지만 연하천에서 좀 늦게 출발했고 비가 그칠 줄 몰라 장터목까지 가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되어 세석산장에서 2박을 했습니다. 두분의 아저씨도 원래의 일정을 포기하고 저희와 세석에서 2박을 하셨습니다. 눈물나게 감사하면서도 너무 죄송스러웠습니다.

셋째날은 장터목에 짐을 두고 천왕봉까지 올라갔습니다. 베낭을 메지 않아 몸이 좀 가뿐하긴 했지만 천왕봉까지 이르는 길이 결코 쉽지만은 않더군요...
힘겹게 천왕봉에 올랐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역시나 심한 안개 뿐이었습니다. 천왕봉에서 아저씨들은 치밭목쪽으로 가신다고 하셔서 헤어졌습니다. 두분의 일정에 차질을 빚게 해 드려서 너무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럼에도 두 분의 도움으로 친구와 제가 종주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안개와 비 때문에 지리산의 멋진 장관들은 볼 수 없었지만 성삼재에서 천왕봉, 백무동 하산길까지 지리산의 보살핌을 받으며 종주를 마쳤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백무동에서는 동서울까지 오는 고속버스가 있어서 편하게 올 수 있었습니다. 차창으로 점점 멀어지는 지리산을 보면서 아쉽기도 했지만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우뚝 솟아있을 그 산을 맘 속으로 그리워하면서 다음 산행을 더욱 고대하게 됐습니다.

비가 오는 궂은 날씨였음에도 지리산을 찾은 분들이 많았습니다. 산행 중 만난 모든 분들,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저와 제 친구가 종주를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신 두분의 아저씨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