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지리산에 잘 다녀왔습니다.

by 이순영 posted May 2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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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훈선생님께 몇 번이나 전화드려서 귀찮게 했던 이순영입니다. 혹시 다른 분들에게 도움될까해서 산행기를 자세히 올립니다
  저희 일행은(여자 두명, 남자 한명, 모두 30대) 16일 오전 서울에서 기차를 타고 구례구에 내려가 노고단 산장에서 일박을 하고, 17일 오전 7시에 출발해서 저녁 6시 30분에 세석산장에 도착, 이박을 하였습니다.
  산행 동안 예상 못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우선, 산행 내내 비가 내려 코스 변경을 할까 몇 번이나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맘 먹고 짠 계획이라 강행군을 하였습니다. 지칠까 걱정했던 여자후배는 날아갈듯 잘 걸어간 것에 비해 포터로 데려갔던 남자후배는 베낭무게 때문인지 첫날부터 힘들어했습니다. 그래서 점심을 먹은 연하천에서 다시 짐을 분배해서 남자후배의 짐을 좀 덜어주었더니(그래도 우리보다는 무거웠지만 ^^) 잘 가더군요. 그래서 베낭무게와 산행연습이 지리산 종주에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장 씩씩하게 걸어간 여자후배의 베낭은 25리터인데 처음에는 그 반 정도를 채워서 갔었고, 저의 베낭은 35리터인데 3분의 2정도를 채워서 갔었고, 남자후배의 베낭은 80리터였는데 거의 찼었거든요.^^ 또 하나는 저와 남자후배는 직장생활을 해서 최근 산행을 거의 안한 것에 비해 여자후배는 공부중이라 가끔 북한산에 갔었다고 합니다. 예전에 산을 잘 탔던 경험만을 믿으면 큰 코 다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원래 종주를 계획했기 때문에 비가 와도 천왕봉에 오른 후 중산리로 내려왔는데, 중산리 코스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짧은 만큼 길이 험하데다가 운치가 너무 없더군요. 처음 내려갈 때는 깍아지른 듯한 급경사였고, 거의 다 내려갈 때까지 바위의 연속이라 지친 발을 더욱 무겁게 했습니다. 그래서 전 날에 비해서는 비도 조금 오고, 코스도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상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중산리에서 진주로 나가는 4시 30분 차는 없더군요. 대신 3시, 4시, 4시55분... 이런 식으로 있었어요. 6시 10분에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했는데, 거기서 서울 남부터미널로 가는 심야 우등이 10시 30분에 있었어요. 값도 18,200원 밖에 안해서 표를 끊었어요. 그 후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진주의 남강과 촉석루, 논개가 빠졌다는 의암과 성곽을 구경한 후(여자후배 고향이 진주여서 잘 소개를 받았죠.^^),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술 한잔하기에 시간이 충분하더군요. 새벽 2시 10분쯤에 서울에 도착, 한가한 서울 거리를 택시 타고 집에 갔습니다. 심야를 타서 좋은 점은 토요일인데도 한 번도 차가 막히지 않았고, 뒷풀이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7년 만에 가진 이번 지리산 산행에서 예상하지 못한 여러가지 일들을 만나서 고생했지만, 정말이지 다시 가고 싶습니다. 지리산 구석 구석을 보았다는 것도 기쁨이지만, 함께 간 이들과 동고동락하며 우정이 더욱 깊어져서 더욱 기쁩니다.  
  저희의 무사한 산행을 위해 친절하고 자세하게 답변해주신 김수훈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