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랄레 팔랄레..지리산종주 해내다 -4

by 철없는 맹 posted Oct 05, 2005 Views 2674 Replie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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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랄레 팔랄레 3일차



주위에서 뽀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어제 먹은 술로..정신도 없고, 속도 아프고 더 자고 싶은데..

도대체 지금 몇시인데 이러는고야...투덜거리면서 뽀스락 거리는 사람들 틈에..같이 배낭속 옷을 꺼내들고 뽀스락 거린다...

꺼억~..술냄새가 난다..

남은 파스를 다시 다리에 도배를 하고...춥다하니 옷을 껴입고 해드랜턴을 머리에 두르고 밖에 나가니..

새벽4시...

사람들은 벌써 머리에 불을 밝히고 천왕봉으로 향하고 있다..대단한 사람들!

숙취때문에..벤취에 앉아 머리를 뒤로 재껴 하늘을 보니...

우와~~하늘에 별천지여라...

10년전 청학동에서 본 바로 그 쏟아지는 그 별...그 별들이 하나도 빠짐없이(?) 다들 반짝거리고 있었다..

맹이 " 유난히 빛나는 저기 저별은 뭘까? "

친구 " 으응..내 별! "

맹이 " ㅡ,.ㅡ;;;"

사람들이 일출을 볼수있을꺼라는 말들을 한다..

우와...두근두근..떨린다...첫날처럼 다시 긴장한다...

내 이날을 기다린게야...이날을...



편한세상님과 타타타님은 아직도 주무신단다.

김수훈님은 어제 술을 많이 드신것 같았는데..또 우리 셋을 위해 힘겹게 일어나셔서 채비를 하시고 나오신거 같다..

천왕봉까지는 배낭을 매지 않아도 된다..

무거운 배낭때문에 어깨쭉지에 감춰놓은 날개를 펴서 날 수도 있을꺼 같았다.

- 훔..아직 술이 덜 깬게로군. 헛소리를..-

그런데...한발 한발 또 무거워진다...어제 술을 먹지 말았어야 하는데.. 편한세상님이 주신 술 말고도...몇잔의 소주가...

자주 마주쳤던 분께서 술을 몇잔 건네주는걸 꼴깍 꼴깍 먹었더니..이런 상태가 된거다..

그 분 자녀의 이름이 지리산 이란다..진짜란다..

결혼하신 부인도 이 지리산에서 만나셨단다..

오호...얼마나 지리산을 사랑했으면...감동적이다...

어젯밤 김수훈님과 편한세상님의 지리산 애찬도 만만치 않았는데..



헥헥 대고 걸어가는데 이젠 엄마를 못 쫓아 갈 지경이다..

김수훈님 " 맹 어머님!! 왜캐 빠르게 가십니까? 쉬었다 가시지요~"

이게 웬말이더냐?... 쉬었다 가자신다...

셋이 수근덕 거리는 소리 " 이게 뭔일이다냐? 움하하핫"



깜깜한 길을 사람들 불빛따라..불빛따라..올라간다.

이 길도 만만치 않다..하기야 한시간반 이상을 올라가야 하니..

그나마 깜깜하니..이게 어딘지도 모르고..앞사람이 오르면 오르고 내려가면 내려가고..따라가기에 바쁘다..

통천문이라는 곳을 지나 밑을 내려다 보니...

우리가 걸어온길 저 멀리서 또 불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다들 일출을 보기위해...오르는구나..한마음이다.



정상 도착..

날이 밝아 오기 시작한다..

사람들은 벌써부터 자리선점을 해 놓고..일출 대기중이다..

꾸역꾸역 학생들 틈안으로 셋은 들어간다..고맙다며 초코렛을 하나 건네줬다..

붉어지는 하늘을 보며...기다린다...해가 떠오르는 순간을 놓치지 않을려고 카메라를 꼭 쥐어본다...

와~~탄성소리..

눈물이 핑 돈다...뭐라 형용할수 없어 그 느낌은 말하지 않겠다.

직접 느끼는 수 밖에...

셋이 수근덕 거리는 소리  "봐라...우리가 해낸것이다..우리가 해낸것이다.."

세계의 평화를 기원한다..캬캬캬..믿거나 말거나..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수있다던데...울 할아버지랑 울 아빠가 덕을 쌓으셨나보다...맹이 엄마두...엄마..땡큐..

천왕봉 비석앞에 사람들이 사진찍기 위해 몰려든다..이에 질세라 아줌마 정신으로 잽싸게 싸진찍고..올라온길을 다시 내려가기 시작!

우와~~

날이 밝아지니...또 펼쳐진 지리산 자락..이 또한 장관이라..

김수훈님께서는 저 멀리..능선을 따라 봉우리 봉우리를 설명해주신다...글쿠나..끄덕끄덕..

제석봉의 고사목앞에서 증명사진 찍고...장터목 대피소로 다시 내려오니 편한세상님께서 물을 길러 식사준비를 하시려 한다.

아침식사를 마치고..장터목 산장을 뒤로하고 백무동 쪽으로 하산길을 택해 채비를 한다.



잘 있거라..천왕봉아..

내 다시 너를 볼수 없겠지만..내 너를 죽어도 잊지 않을것이니라..

꼭 기억하리라..



집에 간다는 맘에..발걸음이 너무 가볍다..이젠 배낭도 거북이 등가죽마냥 등에 철썩 붙어서..오래전부터 같이 있었던 한몸같이 여겨진다. 룰루랄라...

셋이 수근덕 거리는 소리 " 이정도 내리막길은 동네산 수준이네"

라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헉...온통 돌덩어리들이 눈앞에 나타난다...또 돌이다..

망바위를 지나 소지봉에서 한숨 돌리는데..타타타님이 파인애플 캔을 건네주신다...오홋...황도맛보다 더 맛있다..

편한세상님께서 내리막길에 편한 신발끈 묶는 법을 알려주신다.

내리막이 급해진다...이제 또 다시 다리에 힘이 풀린다..

맹이는 계단이 나오면 뒤로내려가고...친구는 밧줄만 보이면 공수부대 훈련하는것처럼 매달려 내려온다..자세나온다..

엄마는 망치가 있으면 이 돌들을 다 깨버리고 싶다한다..헉..

이 많은 돌을 망치로?..포크레인이 더 낫지 않나?.

참샘까지 어찌어찌 내려왔는데..지리산 골짜기 마지막 물이라 1.5L 페트병에 꽉꽉 눌러담았다..

헉...무게가 장난 아니네...무릎에 통증도 장난이 아니다.

셋이 수근덕 거리는 소리 " 여기 누가 오자구 구랬어? "

이제 셋의 표정은 굳어간다..아무말이 없다...

말 걸었다가는 싸움날지도 모른다..

산신령이 왜 지팡이를 집고 다니는지 이제야 알겠다. 제아무리 산신령이라 해도..연세가 있을테고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할라치면 지팡이 없이는 힘이 드실게다...켁..

백무동 계곡의 나무와 돌들은 이끼로 둘러쌓여 있다..

태고적 자연이 이랬을까?...잠시 생각했을뿐...

이넘의 돌들때문에...생각하기도 힘들다...

출렁다리를 2개를 지나니..드디어...땅이 보인다...

드뎌 아스팔트 길이다. 아스팔트 길이 넘 부드럽게 느껴진다.

또 울컥...

정말 해낸것인가?...정말로 그런거야?

맹이와 친구는 그렇다지만...끝까지 같이해준 엄마를 보니 너무 자랑스럽다.



정류장 옆..음식점에서..도토리묵, 해물전, 산채비빔밥을 잔뜩 시켜놓고. 등산화를 벗어던지고 씻어본다...아~시원하다...

다 맛있다..다 맛있다..다 맛있다...

버릇이 된건지..국그릇에 그냥 물을 따라 마신다...

다시는 산에 안온다고 셋은 입을 모아 성토한다..

이렇게 힘든걸 왜 오냐고 연신 말을 해보지만 김수훈님, 편한세상님, 타타타님은 계속 지리산 애찬이다..

너무 사랑하나보다..지리산을...부럽다...



동서울로 떠나는 버스에 올라 선다...

집으로 출발~~

햇빛이 눈을 부시게 하지만 커텐을 치지 말자며..엄마와 맹이는 눈이 감길때까지 창밖으로 지리산을 쳐다보자 한다...



드뎌 서울땅을 밟고..김수훈님과 타타타님과 작별인사를..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셋이 수근덕 거리는 소리 "스틱 2개씩 사야 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