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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지리산산행기

2004.01.05 11:21

화개동천 '달빛초당'

조회 수 199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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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동천 '달빛초당'

청학동 원묵계마을 성낙건님의 찻집 '다오실'은 그 깊은 산중에 손님이 많다.벽에 쭈욱 진열한 자연 반 인공 반으로 만들어진 부드러운 나무가지 차숟가락들 매력을 천천히 감상하면서 차 한잔 마시고 나왔다.
'혹시 김필곤 시인 '달빛초당' 위치 아십니까?'
'네,그 분은 향기가 나는 분입니다.쌍계사에서 신흥마을 쪽으로 쭈욱 올라가면 나옵니다.'
'그럼 안녕히!'
꽁지머리 성낙건님과 헤어져 화개동천 쌍계사를 지나 '달빛초당'에 닿은 시각은 하루가 거의 기운 시각이었다.섬진강은 밀가루처럼 고운 백사장 옆으로 강물이 거울같이 빤짝이며 흐르고,푸른 대숲은 멀리 웅장한 지리연봉 붉은 노을과 함께 서로 황혼의 노래를 속삭이는 그런 시각이었다.
이 시간은 바로 서울로 차를 몰아도 늦은 시간인데 생면부지의 '달빛초당' 주인 김필곤 시인을 찾아간 것이다.
화개동천은 언제부터인가 논밭 산중 길가 할것없이 푸른 차밭으로 기분좋게 변해있다.봄이 되면 천지에 꽃향기 휘날릴 벛나무 가로수들을 하나하나 사랑의 눈길로 쓰다듬으며 올라가니.길가의 낡고 초라한 한 지붕 위에서 허공으로 피어오르는 하얀 저녂연기가 오랜만에 매캐한 냄새로 후각을 자극한다.
얼핏보니 여기에 보일동말똥 '달빛초당'이란 글귀가 있다.
인적은 없고,마당가에 정결하게 쌓아놓은 향기로운 장작냄새 풍기는 손바닥만한 좁은 뜰을 살펴보니,작은 돌확에 끌어온 샘물 떨어지는 소리가 가늘게 울리고,마당 아래 바위 사이로 흐르는 계류성이 좀 더 큰소리로 자연의 심포니를 울리는데,주인이 심은 듯한 춘란이 바위 틈에서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실례합니다'
이렇게 김시인을 만났다.
아내까지 데리고 초면에 염치없이 방에 들어가니,갑자기 산 속에서 향기로운 난초를 발견한 기분이 든다.선풍도골(仙風道骨) 김시인의 모습도 그렇거니와 누옥(陋屋) 속의 방안 풍경도 선비의 거처답다.
'누추하지만 좀 앉으세요.'
군불 지핀 방바닥 뜨껀뜨껀한 구들에 엉덩이를 붙이고 눈으로 방안을 둘러보니,10년은 넘은듯한 낡은 벽지로 도배된 방안엔 아무것도 없고,벽밑에는 나란히 책 몇권 세워놓았고,작은 상 위에 펼쳐진 고서 한권과 안경만 있다.
불시에 들어닥쳤으니,평소에 이렇게 깔끔히 소제해놓고 독서삼매에 빠지는 습관 아니면 이리 될 수 없다.
'산 속의 이 초옥에 눈이라도 내리면 신선이 따로 없것습니다!'
'사람 인 변에 멧 산 자 붙이면 신선 선(仙) 자 아닙니까?사람이 산에 가면 곧 신선이지요.'
'오용민님 지리산싸이트에서 최화수 기자님 글 읽고 진주에 온 김에 불시에 여길 찾아온 것입니다.결례라 미안합니다.'
'찾아올 인물도 못되는데 제가 도리혀 미안합니다.'
'창 밖 바위틈에 대원군의 석파란(蘭) 실물이 저렇게 자연 그대로 싱싱하게 푸른 곳이라 정말 부럽군요.'
'흔히 춘란은 향기가 없다고 잘못 아시는데,봄이면 춘란 향기가  집안을 온통 덮습니다.'
'꽃은 언제 쯤 핍니까?'
'춘분 전후지요.'
매년 심춘(尋春)여행 동행하는 난 좋아하는 이장군이 이 소릴 들으면 미칠 일이다.작년 봄 그는 화개장터에서 지리산 춘난을 구입하지 않던가?
이렇게 김시인과 산가(山家) 일사(逸事)를 주고받던 중에,부인이 차를 내놓으니 그 맛이 퍽이나 궁금하다.김필곤 시인이 원래 차에 관한 잡지를 만들던 분이다.차맛은 불문가지(不問可知).전문가가 만든 차가 평범하겠는가?
'아프리카 명품 루이보스 차 같네요.'
아내가 감탄 섞인 품평 놓는다.

새벽 세시 결가부좌.삼십여 분 참선 명상
맑게 비인 목탁 울려 도량경을 읽고 나면
춘란꽃 고즈넉한 아침이 오두막에 와 열린다.

한나절은 차밭일 하고 한나절은 시를 쓰며
달 뜨면 노송 아래서 차도 한잔 끓여본다
아득한 삶의 심연에 낚시줄도 던져본다.

김시인의 '산거(山居)일기' 중 한편이다.
그가 싸인하고 증정해준 시집 '산거일기'를 펼쳐보니,자신이 의지처 문덕산(文德山) 기슭에 높이 55미터의 은하폭포가 있다.
'춘분에 서로 꼭 연락합시다.내 그때 폭포 옆에 산중초목 중 으뜸  영초(靈草)인 인삼을 심어야겠습니다.'
'신선님 계시처럼 반가운 말씀입니다.'
괜찮으시면 저녁을 함께 하자는 김시인의 권유에 아내는 질겁한다.그러나,
'이왕 폐 끼친 김에 저녁도 신세지겠습니다.'
내가 단호히 버티고 앉았다.
인생에 뜻 맞는 지기(知己) 얻기 그리 쉬운가?
채소만 올려진 선식(仙食)같은 상을 비우고,마당에 나가 산에 걸린 맑은 달빛 감상하다가,차가운 약수를 한병 병에 채운 후,남해에서 가져온 민어를 선물로 드렸다.
'약주 담가놓을테니 입춘 때 꼭 오세요.'
서울 출발한 시간은 밤 7시다

* moveon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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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허바다 2004.01.05 11:32
    향기 나는 걸음을 하고 오셨군요.. 달빛 아래 난 향기 조용히 퍼지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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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해 봉 2004.01.05 21:52
    사모님과 함께하신 청학동과 화개동천여행 참 잘하셨습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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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메 2004.01.06 09:30
    청학동 원묵계리의 '나무달마살래'에서 지리산 도사 성낙건님도 만나시고 화개동천에 가셔서는 벽사 김필곤 선생도 만나셨군요.
    선풍도골의 두분께서 주고 받으신 담론에 머리숙여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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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화수 2004.01.07 10:00
    '달빛초당'은 역시 솔메거사, 김현거사님과 잘 어울립니다.
    좋은 사진과 따뜻한 글 올려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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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유화 2004.01.08 12:36
    '선풍도골' 제가 보기엔 김현거사님, 허허바다님, 오해봉님, 솔메거사님, 최화수선생님 모두 신선과에 가까우십니다.ㅎㅎ 그 이름도 아름다운 화개동천 달빛초당 너무 좋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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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거사 2004.01.08 12:58
    춘분에 거기 춘란 향기 가득할 때 선녀도 함께 가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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