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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2002.05.03 08:33

황매산을 다녀와서

조회 수 194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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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을 다녀와서

오늘은 노동자의 날

누가 오려나 기다려 보았지만 오후가 되도록 전화 한 통 없다.

따분하다.

뭐 좋은 일이 없을까
그래 우리도 놀러가자
집사람보고 황매산 철쭉꽃을 보러가자 하니 좋아라 그 사람이 먼저 나선다.

우리는 급하게 사진기를 챙겨들고 황매산으로 향한다.

가는 도중 밤머리재의 홍단풍도 장관이다.
조금 전까지 흐린 날씨였는데 때마침 햇살이 비친다.  
마지막 오후를 재촉하느라 대각선으로 비치는 강렬한 빛은
단풍잎을 더욱 현란한 색으로 물들여
검은 아스팔트 위에까지 그 색을 떨어드려 놓는다.

이미 우리들의 마음은 황매산 철쭉꽃에 가 있어 홍단풍의 매력은
차창 밖으로만 만족하고 더욱 세차게 차를 몬다.(예전 선수실력으로)

이젠 저 멀리 황매산 바위 봉우리가 보이고 내 마음은 조급해져 온다.
그때 내 눈에 놓칠 수 없는 풍경하나

내가 좋아하는 보리밭이다.(평소 보리그림을 자주그림)

이미 그곳에는 행인들이 삼삼오오 사진을 찍느라 난리다.
우리도 그 틈에서 집사람을 모델 삼아 급한 대로 몇 장을 찍고는
황급하게 자리를 뜬다.

이젠 황매산 입구 저 멀리 파아란 하늘 맞닿은 곳에는
울긋불긋 철쭉꽃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부터는 급경사로 이루어진 좁은 도로라 약간의 정체현상이 일어났지만
늦은 오후라 심하지는 않았다.

드디어 황매산 주차장(PM:5시)

늦은 시간이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로 붐비지만 거의 하산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도 하산하는  이들의 옆으로 비켜서 오른다.
(많은 사람들이 나를 알아본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조물주의 장난인가,

빨간 카펫처럼 펼쳐져 있는 철쭉군락은
군데군데 우뚝 솟은 바위와 파란하늘 그리고 푸르른 오월의 녹음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집사람도 소녀처럼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어달라며 좋아한다.
쉬엄쉬엄 오르며 적당한 위치에선 사진을 찍고 우리는 정상을 향한다.

정상을 향하는 사람들과 우리들은 어린아이처럼 탄성을 지른다.
오르면 오를수록 환호성은 높아가고 사람들의 욕심 또한 높아 가는 것일까
저 아래는 보지 않고  눈앞에 우뚝 솟은 정상만 보인다.

그러나 이미 마지막 태양은 기울기 시작하고 노을 빛으로 물들어 간다.
아!........... 그런데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노을아래 철쭉꽃은
뭐라고 표현할까 ...................................????????????????????????

안되겠다.

나는 시인이 아니다.

모르겠다

한번 가보라는 말만

떨어지는 낙조와 철쭉꽃의 조화를 보지 않은 사람은
황매산 철쭉을 논하지 말라는 생각이 가슴위로 솟구친다.

우리들은 아쉽지만 땅거미를 뒤로하고 하산을 한다.
한 발한 발 내 딛는 내 발걸음은 무겁다.
갑자기 슬퍼진다.

며칠 있으면 저런 아름다운 조물주의 색의 장난이 사라진다는 것을
우리는 피는 꽃에 즐거워 하지만 저 꽃이 시들어
초라한 모습을 보았는가,

나는 피는 꽃도 즐겁지만 시들어 떨어지는 꽃도 사랑하리라
어느새 나는 첫걸음 시작한 주차장 초입 포장마차에
삐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황매산 할매집 막걸리 한잔을
단숨에 들이킨다.

국수도 한 그릇 말았다.

그리고 방금 내가 내려왔던 그 등산로 철쭉꽃을 본다.
그리고 외친다.

아!................황매산의 진실은 오월의 철쭉이 있기 때문이다.

2002.5.1일 저녁 청곡

구경가세요
5.4-5.5일까지 황매산 철쭉제
5.8-12일까지 한방약초축제
관심있으신분은 산청군 홈페이지를 참조하시고
문의는 산청군 문화 관광과055, 970 -3220


(오용민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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