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초보 지리산 종주 하다 (1)

by 구름산 posted Oct 24, 2006 Views 4353 Replies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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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에서다>

왜? 어떤 이유로 지리산 종주 계획을 세웠는지 모르겠다
그저 막연히 가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산을 많이 다닌것도 아니고, 간혹 친구들의 강권에 못 이겨 따라나서는
정도의 산행이 고작이었었는데..  
어려서 캠핑이라는 것을 가보았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단 한번도 산에서 자본적이
없어  산속에서 하룻밤 자보는것도 괜찮을 것 같았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집을떠나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2주전부터 지리산 관련 인터넷 정보를 수집하고 준비 하기 시작했다.
산장 (대피소)예약도 인터넷으로만 받는다기에 "연하천 산장"과"장터목 산장"에
예약을 해두었다.

기본 등산 장비는 있었으나 코펠과 침낭은 어느구석에 처박혀 있는지 찾을수가 없다.

라면 끓여 먹는 냄비를 3천원 주고 사고, 침낭은 동대문 운동장앞 노점에서 1만8천원  주고 샀다.

먹을것으로는 햇반 4개,라면 1개(모자라면 사먹을계획),미트볼1개, 카레1개,
인스턴트미역국1개, 인스턴트 육계장1개,누릉지 6봉, 김치,고추장에 멸치넣은것,
오뎅볶음을 준비 했다.

행동식으로는 조코렛,양갱,땅콩,커피,살구건과,오징어포등이다.

의복은 바람막이자켓,겨울용남방,런닝샤츠2벌,양말2개,등산용양말2개,수건,치솔,
작은손수건 2개,우비 등이다.
여기서 초보산행 임이들어 난다.
런닝 셔츠 2개는 입고 가지도 말고 준비 하지도 말았어야 한다.

특별히 더 준비한것은 야간산행을 하기 때문에 손전등 3개와 지도, 비박용비닐,
나침판,,비상약등을 준비 했다.

무게를 달아 보니 8kg정도이다.
식수와 기타 잡동사니들을 포함하면 10kg정도일 것 같다.
산행에서 짐의 무게가 승패를 좌우한다는 것을 인터넷 산행기에서 읽어 보았기
때문에 최대한 무게를 줄일려고 애썼다.


<사진이 좀 흔들렸네요 ㅋㅋㅋ>

밤 9시 반에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섰다.
대부분 등산은 아침에 출발하는데 한 밤중에 배낭을 메고 나오니 좀 쑥스럽기도 하다.

15일(일요일) 밤 10시57분 영등포역에서 전라선 열차에 올랐다.
잠을 청해 보지만 고장난 환기휀의 드르럭 거리응 소리와 기차 특유의
덜컹거리는 완전입체 음향이다.

거의 한 잠도 못자고 구례구역에 새벽3시22분에 내렸다.
어둠이 가득한 구례구 역 앞은 잠시동안 50여명의 등산객들로 시끌벅적하다.

<이 사진도 또 흔들렸네요...흑흑..>
오프넷에서 군자봉님의 충고 대로 망서림 없이 1만원에 성삼재 가는 택시에
합승했다.
같이 합승을 하신분들은 경기도 광주에서 오신 비교적 젊은 두분이 었다.
1박으로 종주 계획을 세우고 계셨다.
안개자욱한 구례시내를 거처 4시8분에 성삼재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성삼재 :해발 1090m. 4시 8분에 출발>
노고단까지는 2.5km이다.
자동차가 다니는 완만한 경사길가 있는 길이다.
등산화 끈을 조이고 해드랜턴을 모자에 달고 스트레칭을 했다.
손톱 달이 나를 반겨주며 서울에서는 보이지 못했던 수많은 별들이 지리산종주를
환영해 주 는것 같다.
잠을 한잠도 못 잣지만 그렇게 피곤하지는 않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라는 충고에 따라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함께 택시 합승해서 온 두분은 저만치 가고 있다.
이 분들은 1박으로 종주계획이기 때문에 부지런히 걸어야 할것이기 때문이다.


무냉기>에 있는 이정표 ,화엄사에서 올라 오면 여기로 오게 된다.

아무도 없는 산길을 혼자서 걸어간다.
검프른 하늘과 별과 달을 친구삼아 터벅터벅 걸어 간다.
이렇게 불빛 하나없는 산길을 걸어가 보는것이 얼마만인가
시골에서 중학교 다닐때 친구집에서 놀다 밤 늦게 집에 돌아올때 일것같다.
벌써 45년전 일이다.  
참 세월도 빠르다는 생각을 했다.

한참을 가고 있는데 산속에 불빛이 보인다.
앞서가던 분들이 직선 길을 찾아 산길로 접어 드신것 같다.
나야 급할것도 없고 해서 큰길로 또 한참을 올라갔다.
뒤에서 사람소리가 들린다.  아까 그분들이 길을 못찾고 다시 큰길로 내려와 허겁지겁 올라 오신다.
노고단 대피소에 딱 1시간만(5시8분)에 도착했다.
여기서 아침을 해먹을 계획이었는데 그 두 분이 그냥 가시겠단다.
배도 별로 고프지도 않고 해서 그냥 따라 나섰다.
나중에 이것이 화근이 되어 무진 고생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진짜 노고단< 해발: 1507m>은 시간별로 인원을 통제해서 출입을 시키므로
옆에 있는 짝 퉁 노고단에서 잠시 쉬면서 행동식으로 요기를 했다.

< 멀리 보이는 제일 높은 봉우리가 반야봉이다>

잠시 쉬고 반야봉을 향해 출발을 했다.
오솔길로 접어들어 한참을 가니 먼동이 트기 시작 했다.

  <이 글은 오해봉님의 지도를 받아 올리게 되었으며 오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