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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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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원에서 국사봉을 오르는 길은 둘로 나뉜다.
차단기를 지나 만나는 첫 번째 계곡에서 우측 등산로를 따라 들어가면 오래된 묵정밭을 지난다.
계곡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고 빼어난 풍광도 없는 길을 거슬러 오르면 해발 760정도에 작은 분지를 하나 만나게 된다.
여기까지는 그런데로 길이 선명하지만 이후로는 길이 희미해진다.
희미한 인적을 따라 급경사를 치고 오르면 황금능선상의 국사봉 너머 조그만 고개이고, 순두류에 있는 자연학습원 넘어가는 길을 만나다.

또하나 마을 뒤 갈림길에서 좌측 임도를 따르면 역시 해발 750정도 분지까지는 편안히 오를 수 있다.
그러나 그 위쪽은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아 길이 흐트러져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잡목을 피해가는 단순함이 더해졌겠지만 몇 않되는 표지기라도 만나면 행운이다.
좌측 계곡을 건너 천잠사거리 못미친 고개마루로 올라서거나, 그대로 직진하여 천잠능선에서 올라오는 지능을 지난 지점에서 황금능선과 만나게 된다.
거기서 국사봉은 지척이다.

오름길은 안내원에서 1시간정도의 거리이며, 옛절터(또는 마을터)외에는 특별한 지형지물이 없어 다소 지루한 감을 준다.

지형도에 표기되어있는 국수재와 국수봉은 “국사”의 오기로 보인다. 국사봉은 우리나라 산봉우리 중 백운산, 봉화산, 수리봉(응봉, 매봉은 같은 독수리를 의미한다)과 함께 가장 흔하게 쓰이는 산 이름이다.

산이름을 간추려보면 國師峰, 國士峰, 國事峰, 國祀峰, 國思峰 등으로 쓰고 있는데 굳이 의미를 따져보자면
“國師”는 불교가 융성했던 삼국시대 이후 정신적인 지주로서의 큰스님(도선, 보조, 지눌 등)을 추앙하거나 전설이 깃들여져 있는 경우도 왕왕 있으나, 國師나 國士峰은 교통수단이나 통신 시설 등이 발달하지 못했던 시절에 임금님을 직접 배알하지 못하는 먼 지방에서 그 지방의 가장 신령스런 기운을 받은 봉우리를 나랏님으로 모셨던 산을 의미하는 봉우리다.
國事와 國祀는 나랏님을 위한 제사나, 큰일(적게는 고을일), 또는 국가나 고을의 융성을 바라는 발복이나 기원 등이 행해졌던 산이었다.
또한 억울한 귀양살이나 벼슬에서 물러나 관직과 멀리있을 때 직접 임금을 배알하지 못하는 마음을 달래며 멀리서나마 스스로 임금님을 모시는 마음을 그 산에 담아 생각하며 지냈다는 의미로는 國思라고 썼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국수’는 국사의 오기가 분명해 보인다.

주능에 올라서면 루트는 다양하다.
먼저 천왕봉 방향으로는 써리봉을 지나 치밭목으로 내려설 수 있고 헬리포트부근에서 장당골로 내려설 수 있다.
그러나 황금능선길은 키를 넘는 산죽과 한판 승부를 각오해야 한다.
내원사로 내리뻗은 지능 또한 지독한 산죽 숲을 헤메여야 한다.
중산리방향으로는 천잠능선이나 천잠사거리에서 동당으로 내려설 수 있고, 국수재나 헬리포트에서 순두류 자연학습원으로 내려서서 중산리로 갈 수도 있다.
구곡산 방향으로는 구곡산 전에서 삼층석탑(보물1114호)이 있는 남수골로 내려설 수도 있고, 구곡산에서 덕산으로 내려설 수도 있지만, 시간이 없으면 도솔암으로 내려서서 택시를 부르면 된다.
능선을 끝까지 이을 요량이라면 곡점이나 외공마을로 이어지는 능선을 밟으면 된다.

능선상 유일한 샘은 느진목이를 지나 써래봉 방향으로 가는 중간에 물가름이샘이 유일하다.
능선을 경계로 양쪽에 모두 샘이 있어 물가름이샘이라 하는데 오름길 기준으로 우측 샘이 수량이 많고 정비가 잘 되어 있다.
좀 멀기는 하지만 천잠 사거리에서 천잠마을 방향으로 내려가면 멀지 않은 지점에서 물을 구할 수 있다.

내림길에서 길 찾기에 유의해야할 점은 국사봉을 지나 동당능선이 갈리는 지점에서 좌측의 주능선을 잡는 일이다.
갈림길은 봉우리를 우회하여 능선이 완만해지는 곳에서 좌측으로 거의 수직으로 꺾여 있다.
이 길을 잡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는 동당능선을 걷게 된다.
날씨가 좋을 경우 천잠과 주능선을 조망하여 잘못된 방향을 수정할 수도 있으나, 시계가 없는 날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도가 낮아지며 황당한 지점으로 내려서게 된다.

개인적으로 황금능선은 웅장한 천왕봉을 향해 끊임없이 오른다는 매력 외에 그다지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능선이다.
이곳을 처음 찾았던 90년대 초 여름, 무지막지한 더위와 싸우며 가도가도 좁혀지지 않는 ‘之’자의 지루한 능선과 키를 넘는 산죽, 잡목과의 씨름, 능선 곳곳에 뿌려진 의문이 풀리지 않는 쇠똥 등으로 알 수 없는 조급함에 사로잡혀 제풀에 지쳐버렸던 기억이 생생한 곳이다.
그 후 두어 번 더 이곳을 찾았으나 능선 처음과 끝을 잇는 것은 사양하고 느진목이나 국수제를 중심으로 나누어 산행을 했지만 그 거친 산죽은 아직도 그 느낌 그대로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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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경 2009.08.06 10:06
    지리산의 자세하고 해박하신 설명과 함께하는 구름모자님의 산행기
    감사히 잘보고 갑니다
    다음편을 기다려봅니다~~~구름모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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