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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기>지리산산행기

2006.05.06 14:37

지리산 종주

조회 수 5425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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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박4일 5월3일 5:00 -> 5일 12:00
화엄사->노고단->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천왕봉->치밭목->대원사

마지막으로 지리산을 본것이 2003년 겨울이었습니다. 그동안 정말 그리웠지요. 한국에 돌아오면 젤 먼저 하고픈 것이 지리산을 가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도 김수훈님의 도움을 절대적으로 받았고, 이번산행도 또한 - 너무도 친절하고 꼼꼼하게 써놓으신 코스별 산행계획-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 정말 감사합니다. 꾸뻑 )

첫 날 : 화엄사->노고단->연하천산장
용산역(호남선)에서 10:50분 기차에 오르고, 구례구역에 3:22분도착. 구례읍행 버스가 3:30분에 출발, 구례읍에서 화엄사(성삼재)행 버스가 4:20출발 - 같은 버스가 화엄사로 가는 바람에 배낭을 버스에 두고 내려 문을 연 식당에서 뼈해장국으로 아침, 그리고 같은 버스에 오름) 4:30분 화엄사입구 도착. 하늘을 보니 쏟아질듯 별들이 떠있다. 계곡의 물소리 들리고, 사방은 정말 깜깜했지만, 별빛에 취해 화엄사까지. 경내에 들어서니 목탁소리가 나즉한 스님의 아침예불소리와 함께 들려왔고, 그 소리가 흘러나왔던 각황전 앞에 서서 한참을 아침여명으로 그 실루엣을 들어낸 지리산 자락을 바라보다가. 5시10분쯤 산행시작 - 늘 다시 올라서고 팠던 화엄사에서 연기암가는 차다니는 길가에 있었던 못생긴 흰색의 콘크리트 건축물이었던 전망대(화엄사가 지리산에 쌓여 아늑하게 들어앉은 모습을 한눈에 볼수있던)를 잔뜩 부푼 맘으로 찾아 보았으나, 철거되고 없었다. 어찌되었든 더이상의 미련을 버릴수 있으니 되었다 하고 다시 오르기 시작. 구름한점없이 맑은 하늘과 약간 찬듯한 공기가 만들어내는 그 아침의 청량감이란 그 지루함으로 쉽게 치부될수 있는 화엄사에서 노고단까지의 길을 특별한 것을 만들었다. 거친숨을 몰아쉬며 올라선 노고단 산장에서 점심(9:10 세상에서 가장 이른)을 먹고 10시 10분출발. 단체로 온 학생들이 점령해 버린 노고단 정상에선 천왕봉까지의 앞으로 넘어야할 봉우리들이 한눈에 보이는 장관을 충분히 감상할 여유도 없이 도망치듯 출발해야만 했다. 돼지평전에 도착하니 탁 트인 공간감과 함께 뜨문뜨문 피기 시작한 진달래꽃들이 반겨 주었다. 지리산엔 봄이 이제야 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진달래를 보지 못한것이 서운했었는데. 두주정도 더 있다 왔음 더 좋았을껄 하는 욕심도 잠시 갖어 보았고. 토끼봉에서 연하천까지의 길은 기억보다 훨씬 쉽지 않은 것이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듯 이어지는 오르락 내리락을 수도 없이 반복하는. 드뎌 5시에 도착한 연하천에선 화엄사에서 함께 버스를 내렸던 남자분과 인자하신 산장지기께서 반겨주셨다. 쓰레기를 주워오면 특별한 선물을 주신다는 새로운 연하천 산장지기께선 작은것들까지 세세한 배려를 해주셨다.

둘째날 : 연하천산장->벽소령->세석->장터목산장
6시30분에 연하천을 출발해서 8:10분에 벽소령산장에 도착하여 아침을 먹었다. 연하천에서 벽소령까지의 2시간가량의 산행은 끝임없이 이어지는 전망대들로 지루할 틈이 없이 끝이났다.  정확한 위치(형제봉이 아닐까)는 알수없지만, 바위위에 올라서서 바라보는 벽소령산장부터 천왕봉까지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물론 360도의 전망을 볼수있지만, 그 아침의 고요속에 앉아 있노라면, 한마디로 표현하기 힘든 벅찬 감동에게 습격을 당하고 말게 된다. 개인적으로 제일로 꼽는 구간이다.
9시20분에 벽소령을 출발해서 12:45분에 세석산장에 도착한다. 무리하게 먹었던 아침때문인지 배가 영 고프지 않아 그냥 지친 발만 쉬어주고, 1시 40분 다시 출발, 4시에 장터목 산장에 도착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망(백무동쪽을 내려다 보니)을 앞에 하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표정을 한 사람들(같은 새벽기차를 탔던, 함께 화엄사에서 버스를 내렸던, 혼자서 지리산에 온)과 마주앉아 소주를 한참 걸치노라면... 천왕봉과 가까이 와 있다는 안도감과 내일이면 지리산을 떠난다는 아쉬움과 그리고, 지난 이틀간의 힘겨웠던 산행을 무사히 끝냈다는 뿌듯함이 만들어내는 오묘한 희열로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셋째날: 장터목 산장->천왕봉->치밭목산장->대원사
3시 30분에 눈을 떠, 4시가 넘어서야 천왕봉으로 출발. 가파른 제석봉 오르는 길, 넘어갈듯 거친숨을 몰아쉬면서도 잠시 멈추고, 여전히 별 총총한 하늘을 올려다 본다. 앞을 보니 앞서 출발한 불빛들이 이미 천왕봉을 오르고 있다. 유난히 힘들다는 느낌이었지만, 한발자국 한발자국 옮기다 보니 어느새 천왕봉에 이르렀다. 잔뜩 낀 구름으로 일출을 보기는 쉽지 않을 듯 싶었지만, 그렇게 20분이상을 기다리니다 거의 포기하고 내려갈까 생각하고 있을 즈음. 누군가가 "저기있다!" 라고 외쳤고, 모두들 일제히 그가 가리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희미하긴 했지만 해가 틀림없이 거기 있었다. 그 희미하던 놈이 점점 선명해 지더니, 구름사이로 그 자태를- 짧게 그치만 마침낸 정말 고맙게도- 보여주고 사라져 버렸다.
고마웠던 사람들과 작별을 고하고, 대원사 방향으로 내려오기 시작한다. 겨우 한사람만이 대원사방향으로 내려 오고 있었다. 인기가 많지 않은 하산길임은 알고 있었지만, 정말 한적한 산행이었다, 하산길내내 (간혹 올라가는 사람들을 만나기는 했다). 몇 년전 한번 올랐었던 대원사길은 전혀 달라 보였다. 그 치밭목산장의 원두커피를 생각하며 바람 거세게 불며 간간히 빗방울 날리는 심상치 않은 날씨로 다소의 불안감과 함께 지난 이틀간의 너무도 아름다웠던 날씨에 감사하면서 드뎌 치밭목 산장에 8시10분에 도착. 햇반과 마지막남은 3분카레로 허기를 달래고, 밥을 준비하면서 산장지기께 인스턴트 커피를 이미 얻어 마신 상태였지만, 그 그립던 원두커피를 포기할수 없었다. 밥을 먹고, 물병에 물을 채우고. 원두커피를 한잔. 이번엔 더욱 특별했다. 산장지기께서 특별히 커피에 넣어주신 발렌타인 17년산이 몸을 덮여주고 있었다. 은정바위에서 내려다 보는 전경 또한 정말 특별했다. 지리산에 이번산행에서 내게 주는 마지막 선물 같은 것이었다. 산죽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서 길다면 길지만 참 평온한 산행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유평리 12:00. 부처님 오신날이니 절에 들려야지 하는 맘으로 들른 대원사. 맛난 산채비빔밥에 떡까지 얻어먹고, 친절한 분의 차를 얻어타고 정류장 도착. 진주행 버스표를 사면서 지리산만큼이나 그리웠던 지리산 동동주를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워 불쑥 '동동주 잔으로도 파나요?' 하고 물으니 예상외로 가능하다는 답을. 동동주한잔에 그곳에서 많이 난다는 취나물과 김치(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그 묵은 김치), 그리고 부산에서 진주로 시집을 오셨다는 그 아주머니의 말상대로 한잔을 비우고 진주행 버스를 탔다.
  • ?
    부도옹 2006.05.06 19:22
    봄의 끝자락에서 종주를 하셨네요.
    깔끔한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
    천황봉(×) 천왕봉(○),
    발렌타이(×) 발렌타인(○)
  • ?
    지리愛 2006.05.06 20:20
    아름다운 시간들이셨습니다.
    부럽습니다
    님의 밟았던 그길을 이번주에
    두 아들과 같이 따라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 profile
    김수훈 2006.05.06 22:39
    아니, 이게 누구신가?
    3년 전, 겨울- 허리까지 빠지는 눈 속을 헤매어 세석에서 덜덜 떨며 자고는
    아침에 물이 얼어서 달랑 계란후라이 한 개씩만 먹고 거림으로 탈출했던 그 여인이 아니신가!
    그때 왕초보인 척 하며 나한테 앞장서서 러셀을 하도록 하고 저는 뒤에서 휘파람 불며 따라오던, 그 정민기- 지금 "편한세상"이란 이름으로 여기에 이름 올려 있습니다.
    연락 한 번 주세요.
  • ?
    오 해 봉 2006.05.07 12:01
    화엄사부터 대원사까지 정통종주를 하셨군요,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이 나도함께 걸어온것 같습니다,
    좋은봄날 걷기도 좋았지요.
  • ?
    해성 2006.05.08 02:07
    저도 석가탄신일에 근교 산에 올라 산채비빔밥 얻어먹었는데..
    오래지 않은 기억 같은데 이리도 시간이 지났네요.
    전은선님의 산행기를 읽다보니 예전 지리산에 오르던 기억이 나네요
    조만간 함 올라봐야 겠습니다!^^
  • ?
    슬기난 2006.05.08 21:21
    그리운 지리에 드는 날 좋은 날씨가 도와주었군요.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하시고 종종 지리와의 멋진
    만남을 가지시어 삶의 활력소로 삼으시길,,,
  • ?
    ♂♀ 2006.05.08 23:23
    아니??
    어떻게 김수훈님이 3년전의 일을 다 기억하시다니.... ^^;;
  • ?
    김수훈 2006.05.09 09:53
    이쁜 사람은 기억합니다. 히히...
  • ?
    지나가다 2006.05.09 12:17
    윗분 연구대상(?)입니다^^
  • ?
    이종일 2006.05.09 22:32
    작년 9월에 종주하고 또 올라가야할 곳인데..
    언제쯤이나 맘 편하게 다시 갈 수 있을까 생각합니다.
    작년에 다시 찾은 지리도 10여년이 넘어서 찾았던터인데...

    자세한 산행기 제가 직접 간듯합니다.
    감사합니다.
  • ?
    전은선 2006.05.10 16:04
    반갑습니다. 김수훈님!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휴~ ^^ 고맙습니다.
    백두대간 산행을 해오시고 계시더군요. 대단하세요.
    수훈님 뒤를 휘파람불며 따라가는 또한번의 행운을 이번엔
    백두대간에서?

    편한세상님도 올리신 맛갈스런 산행기들을 통해서
    짧게 나마 건재하심을 확인했구요.

    다함께 산행하고 진한 동동주하고픈 맘 굴뚝같습니다.
    3년전 겨울에 그랬던 것처럼.
  • ?
    남태진 2006.05.11 13:15
    대단하십니다...^^*
    저도 2년전에 이어 이번엔 아내와 함께 2박3일(5.15~17)로 종주를 할까합니다.
    산행기 잘 읽고 갑니다...늘 건강하세요
    다니다 보면 대간길이든 이름모를 산에서든 언젠가 산에서 만날테지요 서로 알아볼 순 없겠지만요 ...(^ㅡ^*)/
  • ?
    윤상응 2006.05.14 15:39
    저도 이번 휴가에 지리산 종주계획을 하고있어 당시의 종주글을보 셨어 아름다운 사람은 산을좋아하지......저도 같다와서 자랑 할께
  • ?
    이광형 2006.05.18 13:22
    산불조심기간인데, 종주가 가능했나요
  • ?
    어린백성 2006.06.06 13:47
    가장 예쁘고 한적한 하산길이죠?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위 광형님 올해는 지리산이 5월1일 개방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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